다양한 장르 품은 ‘팔색조 재즈’ 첫 앨범 낸 지나
첫 앨범 <지나그램>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김민기가 ‘봉우리’의 노랫말을 읊조린다. 곧 베이스와 피아노가 눅진한 리듬을 주고 받는다. 코리아나 루이스의 목소리는 여기에 아르앤비의 촉촉함을 섞는다. 이어 디제이 레이더의 랩이 방점을 찍어댄다. 지나(서현아·30)가 재해석한 ‘봉우리’다. 피아니스트이자 작사·작곡 프로듀서를 겸한 그의 첫 앨범 <지나그램>에 담긴 곡이다. 여러 장르를 뒤섞어 옛 곡을 새로운 감수성으로 뽑아내는 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솔·펑크·아르앤비 등 뒤섞는
피아니스트·프로듀서 역할
버클리서 만난 윤상 등 앨범참여 “처음엔 김민기씨가 더 이상 리메이크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제가 데모 테이프를 보내고 편지도 썼어요. 이 노래의 감동과 메시지를 새로운 음악에 녹여 소개하려고 한다고. 결국 허락하셨죠. 랩에는 디제이의 해석이, 피아노엔 제 느낌이, 인트로엔 원작자의 메시지가 들어간 거예요. 저는 겸손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렇듯 <지나그램>에 담긴 곡들은 이종교배됐다. 지나가 씨를 뿌린 토양은 재즈다. 대학 간호학과에 다닐 때 그 ‘뻘’에 빠졌다. “5살 때부터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피아노를 쳤어요. 웬만한 팝이나 가요는 듣고 악보로 그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즈는 그게 안 되는 거예요. 복사할 수 없는 음악이었죠.” 좀처럼 잡히지 않기에 매력은 강렬했다. 그만큼 결정은 쉬웠다.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 음대에 들어갔다. 당연히 말 안 통하고 실기 실력 딸리는 이중고가 버티고 있었다. “처음엔 영화음악을 전공하려 했는데 장난이 아니었어요. 재즈, 오케스트라 편곡, 영화에 대한 이해까지 있어야 했죠. 그래서 피아노부터 다시 시작한 거예요. 악기를 이해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어요.” 미국 뉴욕대학에서 재즈 피아노와 작곡으로 석사 학위를 딸 때까지 8년이 흘렀다. 이 앨범은 늦깎이 뚝심의 기록인 셈이다. 버클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색깔을 보탰다. 윤상, 이상민, 앤소니 비티, 타이거 요코시 등이 그들이다. 지나는 참여 음악인만큼 다양한 영역을 회반죽해 미끈하고 세련된 구조물을 세웠다. 예를 들면, 이라크 전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드리밍’엔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5개 언어가 들릴락말락 오고 간다. 그 사이로 그의 피아노가 흐른다. “각 나라 친구들에게 전쟁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요. 메시지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언어가 선율 속에 어우러져 악기 같은 구실을 하길 바랐어요. 그저 사람들이 죽이고 죽어가는 게 싫어서 만든 노래예요.” 그의 역할 모델은 조지 듀크다. “훌륭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예요. 가스펠, 아르앤비, 힙합, 솔, 펑크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노래도 잘하죠.” 그렇게 재즈를 확장해 가며 대중과 놀기 바란다. 연주곡 ‘저스트 라이크 듀크’는 그의 바람이 녹아 있다. 피아노, 기타, 색소폰, 드럼의 솔로 연주를 주고 받는 재즈 형식의 곡이되 그 일정한 비트를 따라 슬슬 춤추게 한다. 힙합의 스크래치(판을 손으로 돌려 내는 칙칙 거리는 소리)까지 버무렸다. 형식은 다채롭되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리듬은 곡선을 그리지만 노랫말은 직선이다. 김형미의 가냘픈 목소리가 가스펠의 느낌을 담아내는 ‘내게 가르쳐진 삶’에서는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지지 말라고 북돋운다. “저도 가끔 좌절해요.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테크닉이 뛰어난 사람들 앞에서 때로는 피아노 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멋쩍어요.” 노랫말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향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곡 ‘새벽’의 맑은 피아노 선율을 타며 속삭인다.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새벽을 깨우고 싶습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피아니스트·프로듀서 역할
버클리서 만난 윤상 등 앨범참여 “처음엔 김민기씨가 더 이상 리메이크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제가 데모 테이프를 보내고 편지도 썼어요. 이 노래의 감동과 메시지를 새로운 음악에 녹여 소개하려고 한다고. 결국 허락하셨죠. 랩에는 디제이의 해석이, 피아노엔 제 느낌이, 인트로엔 원작자의 메시지가 들어간 거예요. 저는 겸손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렇듯 <지나그램>에 담긴 곡들은 이종교배됐다. 지나가 씨를 뿌린 토양은 재즈다. 대학 간호학과에 다닐 때 그 ‘뻘’에 빠졌다. “5살 때부터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피아노를 쳤어요. 웬만한 팝이나 가요는 듣고 악보로 그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즈는 그게 안 되는 거예요. 복사할 수 없는 음악이었죠.” 좀처럼 잡히지 않기에 매력은 강렬했다. 그만큼 결정은 쉬웠다.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 음대에 들어갔다. 당연히 말 안 통하고 실기 실력 딸리는 이중고가 버티고 있었다. “처음엔 영화음악을 전공하려 했는데 장난이 아니었어요. 재즈, 오케스트라 편곡, 영화에 대한 이해까지 있어야 했죠. 그래서 피아노부터 다시 시작한 거예요. 악기를 이해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어요.” 미국 뉴욕대학에서 재즈 피아노와 작곡으로 석사 학위를 딸 때까지 8년이 흘렀다. 이 앨범은 늦깎이 뚝심의 기록인 셈이다. 버클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색깔을 보탰다. 윤상, 이상민, 앤소니 비티, 타이거 요코시 등이 그들이다. 지나는 참여 음악인만큼 다양한 영역을 회반죽해 미끈하고 세련된 구조물을 세웠다. 예를 들면, 이라크 전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드리밍’엔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5개 언어가 들릴락말락 오고 간다. 그 사이로 그의 피아노가 흐른다. “각 나라 친구들에게 전쟁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요. 메시지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언어가 선율 속에 어우러져 악기 같은 구실을 하길 바랐어요. 그저 사람들이 죽이고 죽어가는 게 싫어서 만든 노래예요.” 그의 역할 모델은 조지 듀크다. “훌륭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예요. 가스펠, 아르앤비, 힙합, 솔, 펑크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노래도 잘하죠.” 그렇게 재즈를 확장해 가며 대중과 놀기 바란다. 연주곡 ‘저스트 라이크 듀크’는 그의 바람이 녹아 있다. 피아노, 기타, 색소폰, 드럼의 솔로 연주를 주고 받는 재즈 형식의 곡이되 그 일정한 비트를 따라 슬슬 춤추게 한다. 힙합의 스크래치(판을 손으로 돌려 내는 칙칙 거리는 소리)까지 버무렸다. 형식은 다채롭되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리듬은 곡선을 그리지만 노랫말은 직선이다. 김형미의 가냘픈 목소리가 가스펠의 느낌을 담아내는 ‘내게 가르쳐진 삶’에서는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지지 말라고 북돋운다. “저도 가끔 좌절해요.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테크닉이 뛰어난 사람들 앞에서 때로는 피아노 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멋쩍어요.” 노랫말은 자신과 타인 모두를 향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곡 ‘새벽’의 맑은 피아노 선율을 타며 속삭인다.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새벽을 깨우고 싶습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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