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왼쪽)과 박용준의 듀오 ‘더 클래식’이 무려 17년 만에 돌아왔다. 이들은 “10년 20년 뒤, 죽기 전에 들어도 창피하지 않은, 고전으로 남을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캐슬뮤직 제공
‘마법의 성’ 듀오 김광진·박용준
잘나가는 펀드매니저·편곡자서
미니앨범 낸 가수로 활동 재개
“또 듣고 싶어지는 음악 됐으면”
잘나가는 펀드매니저·편곡자서
미니앨범 낸 가수로 활동 재개
“또 듣고 싶어지는 음악 됐으면”
17년 만인데도 조용한 귀환이다. 김광진·박용준의 듀오 ‘더 클래식’이 지난달 29일 ‘우리에겐’ 등 2곡을 온라인에서 선공개했다. 오는 13일에는 5곡을 담은 미니앨범 <메모리 앤드 어 스텝>을 발표할 예정이다.
7일 오전 만난 두 남자는 변함이 없는 듯했다. 20년 전인 1994년 데뷔곡 ‘마법의 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릴 때도 그들은 조용하고 소박했다. 2집 <여우야>(1995)에 이어 3집 <해피 아-워>를 마지막으로 그들은 그룹을 해체했다.
“그땐 어렸고, 반응이 없는 걸 견딜 수 없었어요. 더 클래식 3집이 전작에 비해 반응이 없었거든요. 이후 솔로 앨범을 내니 반응이 더 없는 거예요. 음악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취직했어요.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 했는데, 음악을 안하니 그게 또 힘들더라고요. 반응이 없어도 좋으니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김광진은 2011년 다니던 회사를 나와 음악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박용준과 더 클래식 재결성을 준비해 마침내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 선공개곡이자 이번 앨범 타이틀곡 ‘우리에겐’은 김광진이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다.
“바닷가 작은 마을 친퀘테레에 갔더니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어요. 바다가 정말로 아름다웠죠. 그 광경을 보며 첫사랑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졌어요. 아직도 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 ‘우리에겐’입니다.”
또 다른 선공개곡 ‘종이피아노’는 박용준이 작곡하고 싱어송라이터 조동희가 작사한 곡이다. 좀처럼 노래하지 않는 박용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 본업은 남이 부를 노래를 작곡·연주·편곡하는 겁니다. 더 클래식 멤버로 노래를 하는 게 외도인 셈이죠.”
이번 앨범에서 박용준의 연주곡도 들을 수 있다. ‘느린’이라는 제목의 짧은 피아노 소품이다.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자동차로 달릴 때는 보지 못하는 걸들을 보게 되거든요. 주위의 나무, 꽃, 하늘, 모든 사물이 다르게 보이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박용준의 얘기를 듣던 김광진이 덧붙였다. “느리고 더딘 게 이번 앨범의 주제인 것 같아요. 서두르지 말자는 게 더 클래식의 철학이기도 하거든요. 모든 게 빨리 돌아가는 요즘 가요계에서도 우리만의 색깔과 호흡으로 갈 겁니다.”
그렇다고 새 앨범에 느린 곡만 있는 건 아니다. ‘비 유어셀프’는 흥겨운 펑키 디스코 곡이다. 컴퓨터 전자음을 배제하고 실제 악기 연주로 채웠다. ‘소소한 행복’은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 위주의 편안한 포크 곡이다.
“고2 아들이 묻더군요. ‘아빠, 신곡 반응이 어때?’ 이번에도 반응이 없다고 답하니 아들이 말했어요. ‘조금 더 기다리세요. 좋은 노래는 언젠가는 알려지게 돼있어요.’ 그 말이 참 고맙더라고요.”
김광진의 얘기를 박용준이 이어받았다. “10년 20년 뒤, 죽기 전에 들어도 창피하지 않은, (한때 유행하고 사라지는) 유행가라기보다는 고전으로 남을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 더 클래식이거든요.”
김광진이 말했다. “독창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또 듣고 싶어지는 노래가 정말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 ‘또 듣고 싶어지는’이 가장 중요하죠. 이번 앨범이 독창적인지는 몰라도 ‘또 듣고 싶어지는’이라는 면에선 잘 구현한 것 같아요. 언젠가는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으로 믿고 우리는 계속 듣고 또 듣고 있으니까요. 하하~.”
텔레비전 출연보다 공연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라는 더 클래식은 11월15~16일 서울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더 클래식 결성 2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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