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제시카 탈퇴 문제가 지난주를 달궜다. ‘탈퇴’냐 ‘퇴출’이냐를 두고 제시카와 소속사 주장이 다르지만, 제시카의 패션사업이 빌미가 된 것은 확실하다. 진실이 뭐든을 떠나 음악을 하는 그룹이 음악 문제가 아닌 패션사업 문제로 갈라서는 현실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동방신기에서 3명이 나와 제이와이제이(JYJ)를 결성하게 된 것도, 몇년 전 카라의 일부 멤버들이 소속사에 반기를 든 것도, 얼마 전 제국의 아이들 리더 문준영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소속사 사장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그 배경에는 음악이 아닌 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라도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는 건 중요하고, 부당한 점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이런 갈등을 지켜보며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요즘 가요계의 핵심은 어느덧 ‘음악’에서 돈벌이 ‘산업’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이다. 기획사와 아이돌 가수가 음악 문제로 갈등을 빚거나 머리를 맞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기획사는 아이돌 그룹을 기획·결성하고 대부분의 음악을 만들어주며 철저히 통제한다. 그리고는 주식 상장과 주가 상승에 골몰한다.
외국 유명 밴드들도 멤버들끼리 갈라서는 일이 흔하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음악적 견해차나 개인적 감정으로 다툰 결과다. 결성부터 결별, 해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멤버들의 자발적 뜻으로 이뤄진다. 소속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음악을 하며 돈도 많이 벌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인디 가수라 해서 인기를 얻고 돈을 벌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는 것이다. 먼저 진심에서 우러나온 음악을 하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돈과 인기가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 없다. 어떤 음악을 해야 돈과 인기가 따라올지를 먼저 따진다면, 음악을 이용한 ‘돈벌이’밖에 안된다. 대중문화의 속성상 산업적 측면도 간과하면 안되겠지만, 꼬리(돈)가 몸통(음악)을 흔드는 지경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영화 <프랭크>가 개봉 12일 만에 4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급 규모가 작은 다양성영화로는 상당한 성과다. 커다란 탈을 절대로 벗지 않는 프랭크가 이끄는 인디 밴드 얘기를 다룬 영화다. 이들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한다. 그러다 우연찮게 미국 유명 페스티벌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큰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흥분한 프랭크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억지로 하려 한다. 이를 반대하는 다른 멤버들은 밴드를 떠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만 간다.
돌아온 프랭크와 밴드 멤버들이 다시 노래하고 연주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의 연주는 매끈하고 세련되지 않을지언정, 그런 음악들을 훌쩍 뛰어넘는 벅찬 감동을 준다. 좋은 음악,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음악이 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한국에는 이런 밴드, 이런 음악이 없냐고? 있다. 아주 많다. 당장 10~12일 서울 홍대앞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 잔다리페스타에 가보라. 하고 싶은 음악을 원껏 하는 인디 음악인 215팀이 무대에 오른다. 왕복 8차선의 커다란 대교도 필요하지만, 가요계에는 이런 작은 다리(잔다리·서울 서교동의 옛 이름) 수백개가 더 소중하고 절실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