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패 터울림의 상근 대표 홍성민. 김경애 기자
[짬] 풍물패 터울림 상근대표 홍성민씨
은평구 불광시장 지신밟기로 시작
상근 활동 단원 100명·누적 회원 4천명
지역사회 손잡고 해체 위기 넘어
서울 도심 드문 시민풍물단체 성장
19일 창립 30돌 주민들과 가을굿판 “초기 4년간은 서노문협에 터울림 대표로 파견돼 ‘닭장’으로 상징되는 구로공단을 비롯해서 곳곳의 노동 현장을 돌아다니며 풍물패를 조직하고 문화 교육 활동을 했어요. 90년 전후 노조 결성 전성기 때는 울산 현대중공업 등 전국을 돌며 문화운동을 하게 됐고요. 그러다 94년 무렵 터울림 상근자로 돌아왔죠.” 돌아오자마자 터울림 창립 10돌 기념 잔치를 준비한 그는 그때 기획했던 ‘풍물굿판’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해마다 가을굿으로 이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래의 풍물 연주 양식에 시사 문제를 주제로 한 이야기판을 곁들여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발언도 하고, 대동놀이·강강술래·난장 등으로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굿판은 말 그대로 한바탕 신명난 잔치판이라 할 수 있다. 터울림은 지역사회와 연대한 덕분에 외환위기의 파고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창립 때부터 해마다 정월 대보름 불광시장 일대에서 했던 지신밟기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주민 행사에 기꺼이 찬조 출연을 해온 것이다. 2010년부터는 가을이면 주민주도형 은평누리축제를 기획해 홍 대표가 축제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주도하고 있다. “사실 90년대 결성됐던 서울지역풍물단체협의회가 최근 활동을 잠정 중단했어요. 자생적인 민간문화운동단체들의 기반이 그만큼 무너졌다는 방증이죠. 그나마 터울림이 버틸 수 있는 힘은 남달리 강한 회원들의 결속력이 아닌가 싶네요.” 대부분 고수를 비롯한 전통연희 명인인 사부와 제자, 또는 강사와 학생의 관계로 맺어지는 단체와 달리, 터울림은 일정한 새내기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소모임을 선택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연습과 활동을 함께 한다. 문화 소외 지역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공연 기부로 공동체 연대의식도 키우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 회원에게는 ‘공로 반지’를 선물하는데 현재 20여명이 받았고, 회원 커플도 홍 대표 부부를 포함해 25쌍에 이른다. 이번 30돌 기념 굿판에는 그동안 터울림과 인연을 맺어온 모든 단체들이 가세해 큰잔치를 펼친다. 창단 회원들은 ‘오비팀’을 꾸려 맹연습 중이고, 전북 고창농악보존회 등 전통놀이 지도자들, 회원 2세들도 협연을 한다. “이제는 서른 살 청년으로 자랐으니 성숙한 생활문화공동체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자 조직과 운영방식도 정비할 참입니다.” 홍 대표는 기념사업위를 꾸려 <터울림 30년 백서>를 발간하고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원제 전통은 유지하되 ‘청년 정신’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풍물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최근 불광동 연습실을 풍물살림터로 새단장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전공인 임상병리학과 전혀 무관한 풍물과 문화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유를 다시금 물었다. “문화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어요. 지금도 풍물의 신명으로 담벼락을 허물고 마음을 열게 해서 더불어 잘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고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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