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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경차처럼 가벼운 오페라…솔깃하죠?

등록 2014-10-27 19:06

뮤지컬 배우 양준모(오른쪽 둘째)와 전미도(오른쪽) 등이 22일 저녁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오페라 <리타>를 연습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뮤지컬 배우 양준모(오른쪽 둘째)와 전미도(오른쪽) 등이 22일 저녁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오페라 <리타>를 연습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오페라 만드는 뮤지컬 배우들
“소리 길을 머리 쪽으로 더 끌어올려야 돼요. 피치를 좀 더 올려요. 형.”(양준모) “이 부분 쉽지 않네. 일단 금요일까지 연습 해볼게. 연출님 말씀 따라야지. 하하.”(이경수)

지난 22일 저녁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 연습실 풍경은 여느 연습실과 좀 달랐다. 연출이 배우에게 ‘형’이라고 부르고, 배우가 연출에게 ‘반말’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밝힌다. 같은 부분을 10번 넘게 부르는데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뒤늦게 합류한 전미도는 “매맞는 남편이 부르는 곡이니 좀 더 찌질해 보여야 한다”고 선배 이경수의 연기에 한마디를 보탠다.

연출 양준모, 드라마트루기(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 전미도, 배우 이경수·최재림.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들이 뭉쳤다. 하지만 이들이 연습하는 작품은 신작 뮤지컬이 아니다. 바로 오페라 <리타>다. 뮤지컬 배우들이 ‘오페라’를 만든다고?

“오페라에 관심이 있어도 너무 어려워들 하잖아요. 우리의 모토는 ‘무조건 쉽게!’예요. 좀 더 대중적인 장르인 뮤지컬 배우들이 뭉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리타>의 연출을 맡은 양준모의 설명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지킬앤하이드>의 주역이지만, 사실 양준모는 성악을 전공했다. “준모 오빠 꾐에 빠져 엄청난 일을 저질렀어요. 저 뿐 아니라 배우(이경수·최재림) 모두 피해자죠. 생긴거 보세요. 저 외모로 설득하는데, 거부하기 힘들죠. 호호호.” 드라마트루기로 나서게 된 전미도가 웃으며 눈을 흘겼다.

양준모·전미도 등 4명 의기투합 ‘
무조건 쉽게’ 목표로 ‘리타’ 준비
짧고 재밌는 원작 한국말로 노래
커튼콜 등 뮤지컬적 요소도 넣어
새달 8~9일 충무아트홀서 공연

‘쉬운 오페라’를 지향하다보니 작품 선택을 가장 고심했단다. 너무 길어도 안 되고, 심각해도 안 되고, 복잡해도 안 되고. “그래서 짧고 재밌는 <리타>를 선택했죠. 노래도 어려운 이탈리아어 아니라 한국말로 불러요.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오페라, 솔깃하지 않나요?”(준모)

오페라 <리타>는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가 1840년에 작곡한 작품으로 등장인물은 딱 세 명이다. 원작 분량은 50분 정도로 매우 짧은데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부부간 폭력을 소재로 삼았다. 기가 센 여자 리타를 사이에 두고 전 남편과 현재 남편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이번 공연에선 50분 분량의 원작을 120분으로 늘려 드라마를 강조했다. “드라마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가사 전달이 중요해요. 가사가 확실히 들려야 재미있게 극에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대사가 아닌 노래 가사로 밀도 높은 드라마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뮤지컬과 가장 큰 차이더라고요.”(미도)

아무리 ‘쉬운 오페라’라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쉽지 않다. 이경수 등 배우들은 3개월 동안 성악레슨을 받았고, 대본수정까지 포함해 연습기간은 총 5개월이나 됐다. 그럼에도 전미도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사실 오페라 하시는 분들한테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요. 욕하시진 않을까요? 오페라 우습게 본다고.”

이런 걱정을 다독이는 것도 연출의 몫이다. 양준모는 “다행히 요즘 오페라를 대중화하려는 시도들이 많은 때라 우리의 실험과 도전도 나쁘게 보이지 않을 듯 하다”며 “뮤지컬 팬들도 호기심에 왔다 오페라 팬이 될 지도 모르지 않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연 안에는 배우 테마별 커튼콜, 중간중간 들어가는 효과음 등 오페라엔 없는 뮤지컬적인 요소도 조금씩 녹였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번 작품은 경차예요. 너무 무겁고 비싼 세단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쉽게 올라탈 수 있죠. 승차감은 조금 떨어져도 달리며 경치 구경하는 덴 지장없어요. 하하.”(준모) 11월8~9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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