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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구니 앙상블’ 하모니 소름 돋게 아름다워”

등록 2014-10-29 19:23

‘싱잉로인스’의 멤버 크리스 브로더릭(오른쪽)과 롭 셰퍼드(왼쪽).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싱잉로인스’의 멤버 크리스 브로더릭(오른쪽)과 롭 셰퍼드(왼쪽).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원창작자 ‘싱잉로인스’가 본 뮤지컬 ‘보이첵’
행군에서 낙오한 병사 보이첵은 오늘도 기운이 없다. 아내 마리와 아기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매일 완두콩만 먹는 생체실험에 지원한 탓이다. 잔인한 실험으로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피폐해져가는 보이첵. 방탕한 신임 군악대장은 마리의 아름다움에 눈독을 들이고 그녀를 유혹하려 한다. 과연 보이첵은 이 비참한 현실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음달 8일까지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보이첵>(아래 사진)은 여러 면에서 실험적인 작품이다. 연극, 영화,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된 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 <보이첵>을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만든 시도 자체가 그렇고, 극본과 음악을 영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로인스’에게 맡긴 것도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명성황후><영웅> 등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에 한 획을 그은 윤호진 연출의 신작 <보이첵>은 막이 오르자마자 논쟁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원창작자인 ‘싱잉로인스’눈에 비친 <보이첵>은 어떨까? 한국을 방문한 그들을 최근 만났다.

‘싱잉로인스’의 멤버 크리스 브로더릭(위 사진 오른쪽)과 롭 셰퍼드(왼쪽)는 3박4일 일정 동안 매일 <보이첵> 공연만 봤다고 했다. “우리가 커피 마시고 담배 피면서 끄적인 생각이 완성된 형태로 공연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더군요. 두 번이나 울었어요.”(크리스) “크리스는 원래 여자같은 울보예요. 하하. 하지만 저도 마지막에 눈물이 맺히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롭)

극본·음악 맡은 영국 인디밴드
공장서 일한 경험·심정 녹여내
방한 뒤 3박4일 내내 공연만 봐

“비인간성·폭력 다룬 작품이지만
사랑에 중점…희망 말하고 싶어”

대본까지 쓴 크리스에게 이 작품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16살에 험난한 사회에 뛰어들었죠. 영국에서도 ‘계급’은 굉장히 공고해요. 목소리를 낼 수 없고, 힘도 없는 계급에 속했기에 작품 속 보이첵의 심정을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다행스러운 건 포크음악을 만나면서 전 예술 세계에 눈떴다는 거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한 장면씩 꼽아달라고 했다. 크리스는 앙상블이 바구니를 만들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마치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같았어요. 우리가 2부로 만든 화성이 3부, 4부로 편곡돼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모니로 탄생했죠.” 롭은 “대표 넘버인 루비목걸이를 부르는 장면과 앙상블이 탱고를 추는 부분”을 최고로 꼽았다.

반대로 아쉬운 부분은 없을까? 롭은 “고문장면이 상상 이상으로 더 나갔다는 느낌이 들고, 카니발 장면도 생각과 조금 달랐지만 반복해서 보니 윤(호진)의 의도를 알겠더라” 며 “이것이 한국적 감성 아니겠냐”고 했다. 원작과 달리 싱잉로인스가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부분도 있다. “비인간성, 폭력 등을 다룬 어두운 작품이지만, 보이첵과 마리의 사랑, 아이에 대한 애정에 포인트를 줬어요. 절망 안에서도 희망을 말하고 싶었거든요”(크리스)

<보이첵>은 한국 공연 뒤 영국과 독일에서 현지어로 무대에 오른다. 글로벌 프로젝트라 부담도 느껴질 법 하다. “부담은 윤(호진)의 몫이죠? 하하. 농담이고요. 우린 가진게 없으니 이것이 기회가 될지언정 부담은 아녜요.”(롭) “요즘 영국서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는데…. 흐흐. 실패해도 또 도전해야죠. 지금까지처럼. 그게 인생 아닌가요?”(크리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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