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라·타블로·투컷(왼쪽부터)의 그룹 에픽하이가 2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신발장>이 대중의 뜨거운 반응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음원차트 ‘올킬’ 때문이 아니라 그걸 보고 좋아하는 가족과 친구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8집 ‘신발장’ 낸 에픽하이
여러 곡 동시 석권 “성공적 컴백” 호평
타블로 “우리 향한 응원 보답해 다행”
미쓰라 “행복 기준, 나 아닌 주변으로”
투컷 “세상에 진정한 복수는 내 행복”
여러 곡 동시 석권 “성공적 컴백” 호평
타블로 “우리 향한 응원 보답해 다행”
미쓰라 “행복 기준, 나 아닌 주변으로”
투컷 “세상에 진정한 복수는 내 행복”
투컷이 전화했을 때 타블로는 방에서 울고 있었다. “미안해.” 타블로가 말했다. “방송에 나가면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야.” 투컷은 타블로를 위로했다. 2012년 10월 에픽하이가 7집 <99>를 공개한 직후였다. 3년 만의 새 앨범이었지만, 대중과 평단의 반응이 썩 좋진 않았다. 사람들은 “이전 색깔과 달리 너무 밝고 발랄해졌다”며 낯설어했다.
“일부러 밝게 만들었거든요. 복잡하고 아픈 생각을 하기 싫어서요. 그런데 반응이 안 좋아서 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리드했나?’ 하고 자책했죠.” 타블로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타블로는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 회원들과 힘겨운 싸움 끝에 승소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가요 프로그램에 나가 7집 첫 방송을 했다. “오오오! 난 너만 내 편이면, 내 팬이면 돼.” 무대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신나는 록을 바탕으로 한 타이틀곡 ‘돈트 헤이트 미’를 노래했다. “셋이서 그렇게 웃으면서 노래한 게 얼마 만인지 몰라요. 기분이 정말 좋았죠. 이후론 안 좋은 생각, 미안한 마음을 싹 잊어버렸어요.” 타블로는 “지금도 공연 때마다 ‘돈트 헤이트 미’를 마지막 곡으로 부르는데, 분위기가 제일 좋다”고 전했다.
7집 활동을 마무리한 뒤 에픽하이는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마음이 오히려 편안하고 태연해졌다. “이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테니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즐겁게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이번에 내놓은 결과물이 8집 <신발장>이다. 꼭 2년 만이다. 에픽하이 특유의 재치와 재기가 담긴 가사, 감성적 멜로디, 세련된 비트와 편곡 등이 빛난다.
반응은 2년 전과 딴판이다. 타이틀곡 ‘헤픈엔딩’이 멜론, 올레, 지니, 네이버, 벅스, 엠넷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2주 연속 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또 ‘스포일러’, ‘본 헤이터’ 등 여러 곡들이 동시에 음원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성공적인 컴백”(김봉현 음악평론가)…. 평단에서도 호평이 나온다.
멤버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투컷은 “음원차트 ‘올킬’ 때문이 아니라 그걸 보고 좋아하는 가족과 친구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 타블로는 “이제야 그동안 곁에서 응원하고 기도해준 이들에게 보답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디(CD) 뒤편 수록곡 목록을 보면, 열번째 곡 ‘라이프 이즈 굿’ 앞에 ‘복수’라는 글자를 썼다가 엑스(×)표로 지운 게 눈에 띈다. “무명 시절 너무 고생할 때는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어요. 돈과 인기를 얻는 게 복수라 믿었죠. 하지만 이제는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진정한 복수라는 생각이 들어요.”(투컷)
“어릴 때는 성공하지 못할까봐 두려웠는데, 한살 한살 먹으며 깨닫게 된 건 성공해도 두려움이 따라온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너무 잘될까봐 두렵기도 해요. 성공은 크기로 잴 수 있지만, 행복은 크기로 잴 수 없잖아요. 그래서 행복이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타블로)
“행복의 기준도 바뀌었어요. 나의 행복에서 주변의 행복으로요.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해지는 거죠.”(미쓰라)
마치 ‘행복전도사’라도 된 듯한 이들은 5년 만의 단독공연 ‘퍼레이드 2014’를 통해 행복을 널리 전파해나갈 예정이다. 14~1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을 시작으로 12월7일 대구 천마아트센터, 12월1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12월27~28일 부산 소향씨어터까지 이어간다. 서울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밴드 칵스와 라이프앤타임 멤버들이 기타, 베이스, 건반 연주자로 참여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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