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앨범 내는 게 민폐…좋은 사람 함께해줘 감사”

등록 2014-11-19 19:47수정 2014-11-19 21:06

7년만에 돌아온 토이 7집 ‘다 카포’
밴드 ‘토이’가 18일 발표한 7집 <다 카포>.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밴드 ‘토이’가 18일 발표한 7집 <다 카포>.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유희열의 프로젝트 밴드 ‘토이’가 18일 발표한 7집 <다 카포>(사진)의 타이틀곡은 객원가수 성시경이 부른 ‘세 사람’이지만, 음악적으로 단연 최고의 곡은 선우정아가 부른 ‘언제나 타인’이다. 비장미와 퇴폐미가 흐르는, 유희열 본인 말마따나 “1960~70년대 이탈리아 B급 에로영화 오에스티(OST) 분위기”의 반주 위로 선우정아의 끈적이는 목소리가 흐느적댄다.

“우리 이제 그만해요 여기까지 좋았어요/ 시작할 수 없잖아요 끝낼 수도 없을 텐데/… 내 것이 아닌 그대 향기 가질 수 없는 따스함에/ 애써 웃어요 이 밤을/… 어서 가요 괜찮아요 오늘도 행복했어요/ 웃지 마요 길어지면 울어버릴지 모르니까/ 사랑한다 해줘요 그 말이 전부인 난/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댈 정말 사랑해요.”

성시경 등 ‘토이표’ 발라드에다
힙합·아르앤비 음악인 대거 참여
백미는 선우정아 부른 ‘언제나 타인’
유희열 “중년의 사랑 얘기 가장 슬퍼”

유희열과 선우정아가 함께 쓴 노랫말은 ‘어른들의 사랑’을 함축한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불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의 노래다. 평생 가슴에 묻을 사랑을 그린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가 떠오른다. 유희열은 “40대 이상의 사랑을 얘기해보자 해서 쓴 가사”라며 “내 나이 때문인지 가장 마음이 아프고 슬픈 곡이 됐다”고 했다.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음색과 무대매너의 소유자인 선우정아는 음악깨나 듣는다는 이들 사이에서 부쩍 주목받고 있는 실력파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지난해 발표한 2집 <이츠 오케이, 디어>로 올 초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유희열은 “최근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을 들라면 선우정아를 꼽겠다”며 “같은 뮤지션으로서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치켜세웠다.

유희열이 ‘언제나 타인’과 함께 이번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곡으로 꼽은 노래는 ‘인생은 아름다워’다.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크러쉬 등 힙합·아르앤비(R&B)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크러쉬와 래퍼 빈지노가 참여한 ‘유 앤 아이’(U&I)와 함께 기존 토이 색깔과 가장 이질적인 두 곡이다. 누구는 “유희열이 힙합을 시도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퓨전재즈와 흑인음악의 유희열식 조합에 가깝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가장 트렌디한 곡이 됐다.

이적이 부른 ‘리셋’, 성시경이 부른 ‘세 사람’, 김동률이 부른 ‘너의 바다에 머무네’는 90년대 감성의 ‘토이표’ 노래들이다. 동시에 그냥 이적, 성시경, 김동률의 노래 같기도 하다. 유희열은 이와 관련해 “토이 노래를 성시경의 노래, 김연우의 노래로 알아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내가 대본을 잘 쓴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목소리뿐 아니라 반주도 잘 들으며 토이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애초 12곡만 넣으려다 마지막에 급하게 추가한 13번째 곡 ‘취한 밤’에는 사연이 있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들은 밤, 유희열은 취했고 집에 돌아와 글을 남겼다. “언제부턴가 말이야/ 먹고 살아가는 문제/ 돈을 번 친구들, 아이들 얘기/ 우리 참 달라졌구나/… 하나둘씩 떠나네/ 저 멀리 이사를 가고/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우린 행복해진 걸까/… 그게 참 그리웠나 봐요/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던 사람들/ 정말 고맙고 또 미안해요/ 우리 아프지만 마요.”

악보에서 맨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기호 ‘다 카포’를 제목으로 단 7집을 내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유희열은 “20대 때는 피아노 앞에서 꼼짝 않고 사흘 동안 작업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고, 곡 쓸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져 불안했다. 이를 극복하려고 시간싸움을 했다. 오랫동안 붙들고 시간총량을 채우니 불안감이 사라지더라”고 했다.

그는 “토이는 앨범 내는 게 민폐다. 주변 사람들 도움 없이는 못 만든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도 했다. 앨범 크레디트에는 객원가수뿐 아니라 공동 프로듀서, 연주자, 엔지니어, 스태프 등의 이름이 빼곡하다. 여기엔 빠졌지만, 심지어 고인이 된 신해철도 도움을 주었다. 토이 5집 수록곡 제목처럼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