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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7년 뒤 노래 뜬다면 칠순…낯선 작업의 두려움 깼죠

등록 2014-12-04 19:09

양희은. 사진 옹달샘 제공
양희은. 사진 옹달샘 제공
8년 만에 정규앨범 낸 양희은
가수 양희은이 낯을 많이 가리고 무대에서 떤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방송에서 접하는 그의 쾌활한 이미지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지 40~50분이 지나서야 굳은 몸이 풀리곤 했다. “이제는 많이 나아져 15분이면 ‘무대 공포증’에서 벗어나요.”

‘카메라 울렁증’도 있다. 30년 넘게 진행해온 라디오는 익숙해도 방송 카메라 앞에만 서면 몸이 굳었다. 그걸 깨고자 10년 전부터 일부러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을 많이 했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 나서는 <시골밥상>, 여행 프로그램 <일상탈출> 등에 꾸준히 출연했다. “한 10년 하니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래도 야외가 아닌 스튜디오 촬영은 아직도 어색해요.”

낯선 사람과의 음악 작업도 꺼렸다. 늘 가까운 이들하고만 작업해왔다. 이를 깨보고자 마음 먹은 건 음악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서다. “내 노래는 보통 뜨기까지 5~7년이 걸려요. ‘한계령’이 5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7년 걸렸죠. 지금 내 나이 63살인데, 7년 뒤 노래가 뜨면 칠순이에요. ‘내가 음악을 하면 얼마나 하겠냐. 장렬한 전사를 꿈꾸며 잘 마무리하고 가련다.’ 이게 음악에 대한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낯선 이들과의 작업을 통해 두려움을 깨고 가자고 마음 먹었죠.”

오랫동안 작업해온 프로듀서 김영국과 함께 지난해 여름부터 새로운 곡들을 찾았다. 낯선 이들로부터 받은 멜로디여서 그런지 성에 차는 노래가 없었다. 그러다 차츰 맘에 드는 곡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한 결과물이 최근 발표한 8년 만의 정규 앨범 <2014 양희은>이다. 강승원, 지근식, 전승우, 한동준, 김한년, 이한철, 이경, 바버렛츠, 육중완(장미여관) 등이 참여했다.

이한철·바버렛츠·육중완 등
후배들과 함께 새롭게 작업
유난히 음식에 관한 노래 많아
“음악도 음식처럼 기초가 중요해”

방송인 김나영과 3인조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가 참여한 첫 곡 ‘나영이네 냉장고’는 스윙 재즈 풍의 노래다. ‘서른 즈음에’의 작사·작곡가로 유명한 강승원과 듀엣으로 부른 ‘당신 생각’도 재즈 분위기를 품었다. 힘을 빼고 리듬감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양희은의 보컬이 무척 잘 어울린다. “재즈 스타일은 처음인데, 그냥 부담 없이 부르니 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육중완이 작사·작곡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은 장미여관의 기존 이미지와 동떨어진 잔잔하고 아름다운 발라드다. 장미여관의 ‘봉숙이’를 들은 양희은이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곡 하나 써달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곡을 금방 보내왔다고 한다. “육중완이 가이드 녹음을 해서 보내준 곡이 너무 아름답고 좋아서 하염없이 들었어요. 속에 굉장히 여린 마음이 있는 친구예요.”

앨범에는 유독 음식에 관한 노래들이 많다. “눌은밥에 도라지무침, 멸치볶음, 현미밥에 고등어구이, 김치볶음”이 등장하는 ‘나영이네 냉장고’는 물론, 양희은이 “술이 아니라 밥”이라고 일컫는 막걸리를 예찬한 ‘막걸리’도 있다. ‘김치 깍두기’는 1950~60년대에 미국까지 진출했던 김 시스터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양희은은 “한류의 선봉장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며 “노랫말 속 김치, 깍두기, 된장찌개, 고추장 같은 기본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고 리메이크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니…. 엄마의 마음으로 기본이 되는 음식을 앨범 곳곳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겨놓았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기초가 튼튼하면 기교나 편곡이 좀 부족해도 세월이 흘러도 사그라들지 않거든요.”

그는 디지털 싱글 음반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도 시작했다. 이번 앨범 발표 직전 윤종신과 함께 ‘배낭여행’, 이적과 함께 ‘꽃병’을 발표했고, 내년에도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 가을·겨울께 그동안 발표한 싱글을 모아 음반으로 내면 그게 내 음악의 마무리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양희은은 11~14일 서울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다시, 시작’ 공연을 한다. 새 앨범 곡들과 기존 히트곡들을 총망라한다. 김나영, 바버렛츠, 강승원, 육중완, 윤종신, 동생 양희경 등도 함께한다. (02)541-711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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