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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문명이 망해도 연극은 살아남을 거예요”

등록 2014-12-09 19:16

연극인복지재단 박정자 이사장
연극인 복지증진 10돌 맞아
국고지원 없이 기부금으로 운영
배우들 의료비 지원도 벅차
최근 낭독프로그램 인세도
‘힘내라 연극인’ 기금으로 적립
“연극인들 위한 발판 돼줬으면”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어느 날 연극이 딱 막을 내리고 없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지 상상이 되나요? 모든 문명의 이기가 다 몰락해도 연극만은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따뜻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연극 아닌가요? 살기 힘들고 어려울수록 문화예술이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거잖아요.”

연극배우 경력 52년인 박정자(사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여전히 ‘연극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연극인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고달프고 안쓰럽다. 재단의 2008년 실태조사를 보면, 연극인들이 연극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은 연평균 434만원(월 36만원)이다. 이마저도 고정 급여를 받는 국공립 단원을 빼면 연평균 354만원에 그친다.

8일 서울 대학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연극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배려를 강조했다. “배우 스태프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더 이상 안 할게요. 사회의 관심은 늘 반짝 일회성에 그치잖아요. 배우 스태프들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거 아니거든요. 이 사회가 힘들게 연극을 하는 사람들한테 발판이 돼 줬으면 하는 거죠. 그래야 짚고 일어설 수 있잖아요.”

연극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설립된 연극인복지재단이 내년 10돌을 맞는다. 연극인 의료비 지원, 종합건강검진 지원, 공연예술인자녀 시간제보육을 위한 ‘반디돌봄센터’, 연극인자녀를 위한 ‘종로구립 대학로어린이집’ 위탁운영, 연극인 역량강화를 위한 ‘생존인문교실’, 연극인 일자리창출 및 연계를 위한 ‘도담도담 연극교실’ 등 사업을 벌여왔다.

연극인들에게 가장 실질적 도움은 의료비 지원이다. 몸을 쓰는 배우들은 허리, 코뼈, 치아를 다치기 일쑤다. 하지만 월 30여만 원을 버는 배우들이 의료비를 대기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절실한 문제다. 하지만 재단의 도움도 여전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 재단은 그동안 국고 지원 없이 연극인들이 매달 5000원, 1만원씩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재원 부족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지요.”

박 이사장은 최근 낭독프로그램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로 재단 운영에 조금은 숨통을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배우 100명이 한국 근현대문학의 중단편 소설 100편을 낭독하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교육방송(EBS),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함께 진행한다. 낭독 작품은 내년 1월부터 라디오로 방송되고 오디오북으로 나올 예정이다. 낭독자 인세는 재단에 기부된다. 이 기부금은 ‘힘내라 연극인’ 기금으로 적립된다.

박정자 이사장은 연극배우의 낭독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연극배우들이 성우만큼 매끈하게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장점이 있어요. 성우는 늘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 녹음하기 때문에 말이 입 안에서만 굴러가요. 그런데 연극배우들은 무대에서 연기하기 때문에 공간 지각력이 있는 거죠. 그래서 조금 미흡해도 배우들이 녹음을 했을 때는 듣는 사람이 더 많은 상상력을 가질 수 있어요. 물론 서로 장단점이 있지만요.”

사실 박 이사장은 성우 출신이다. 1963년 <동아방송> 성우 1기로 들어갔다.성우 생활을 해봤기에 연극배우의 낭독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글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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