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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앨범, 4년 동안 새긴 제 ‘명함’이죠

등록 2014-12-11 19:40수정 2014-12-11 21:00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씨.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씨.
최고은, 데뷔 4년만에 첫 정규앨범
작년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뒤
올 6월엔 ‘글래스턴베리’ 초청받아
한국인 최초 세계최대 음악축제에
길게는 2년 전 만들어 공연한 곡들
포크에 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 녹여
끊김없이 한번에 ‘원테이크’ 녹음
무슨 올림픽도 아닌데 꼬박 4년이 걸렸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사진)이 데뷔 이후 첫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번에 발표한 앨범 <아이 워즈, 아이 앰, 아이 윌>이 1집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여태껏 1집을 안 냈었단 말이야?” 하고 되묻는다. 그동안 워낙 왕성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리라.

2010년 첫 미니앨범 <36.5℃>를 냈을 때만 해도 프로페셔널 음악인이 되리라곤 확신하지 못했다.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또는 취미 삼아 만들어본 노래를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만든 나무 케이스 앨범에 담아 1000장 한정으로 내놓았을 따름이다. 예상 외로 반응이 뜨거웠고, 이듬해 두번째 미니앨범 <굿 모닝>을 내게 됐다. 그의 음악을 우연히 접한 독일의 한 음악 단체 초청으로 두 달 동안 독일·네덜란드·벨기에 등을 돌며 공연한 최고은은 투어 당시 녹음한 결과물을 2013년 미니앨범 <리얼>에 담아냈다.

지난 6월에는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영국 ‘글래스턴베리’에 한국 음악인 최초로 초청받았다. 본인 입으로 “그곳에 다녀왔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할 정도로 꿈의 무대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일본 후지티브이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에서 최종 우승했다.

최고은 씨의 첫 정규앨범.
최고은 씨의 첫 정규앨범.
웬만한 중진급 가수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도 정규 앨범 발표를 미뤄온 이유는 뭘까? “정규 앨범은 음악인으로서 명찰을 다는 것, 명함을 내미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기에 앞서 뭘 더 새롭게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것 저것 해봤어요. 그러다 보니 저와 밴드 멤버들의 호흡이 깊어지고 음악세계도 확장된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길게는 2년 전에 만들어 공연 때마다 꾸준히 선보여온 곡들이다. 연습과 공연은 물론 심지어 앨범 녹음 때조차 편곡이 계속 바뀌었다. 원곡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끊임없이 세공되고 변주된 셈이다. 최고은의 음악은 계속 변화하는 생물과도 같다.

이런 식의 작업 방식은 춘천 의암호 수변에 있는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앨범 녹음 작업을 할 때 극대화됐다. 무려 두 달 동안 춘천에 머물며 하고픈 걸 원껏 해봤다. 느낌과 교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밴드 멤버들이 한 방에 모여 끊김 없이 한 번에 녹음하는 ‘원테이크’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랬더니 같은 곡도 여러 차례 녹음을 할 때마다 연주가 달라졌다.

한 번은 머리를 식히려고 호숫가로 나갔다가 야외에서 즉흥으로 연주하고 녹음한 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의 말 소리, 사진 찍는 소리, 자전거 체인 돌아가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긴 곡이 ‘오디너리 송’이다. ‘일상의 노래’를 뜻하는 노래답게 일상의 소리를 품은 곡이 됐다.

이전까지 포크 기반의 음악을 들려준 최고은은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 영토를 더욱 확장했다. 포크는 물론 록, 재즈, 월드뮤직 등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저는 장르적인 음악을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적당한 장르를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나무에서 여러 가지를 치는 것 같은 음악, 하지만 그 뿌리에는 최고은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이전 미니앨범처럼 편안하고 대중적인 곡도 있지만 어떤 곡들은 좀 낯설고 어렵게 들리기도 한다. 이른바 ‘대중성’에 관한 고민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확신에 차있었다. “제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기대하는지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냥 나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노래를 만들고 그걸 사람들도 멋지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대중성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는 않아요.”

최고은은 확실히 나무를 닮았다. 뿌리가 아주 깊은 나무. 가지가 어디까지 뻗어갈지 모르는 나무. 그러고 보니 첫 미니앨범 케이스를 나무로 만든 데 이어 이번 앨범 케이스는 나무 나이테 모양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닉아일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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