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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 공연? 재미로는 가격대비 효용 최고!

등록 2014-12-23 19:57수정 2014-12-23 20:15

립싱크 댄스 그룹으로 출발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이제 1970~80년대 펑크(Funk) 디스코 음악을 라이브로 구현하는 밴드로 진화했다. 왼쪽부터 김간지(드럼), JJ 핫산(댄스), 지(베이스), 나잠수(보컬), 홍기(기타).
립싱크 댄스 그룹으로 출발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이제 1970~80년대 펑크(Funk) 디스코 음악을 라이브로 구현하는 밴드로 진화했다. 왼쪽부터 김간지(드럼), JJ 핫산(댄스), 지(베이스), 나잠수(보컬), 홍기(기타).
세계 무대 도 거침없이 진출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압둘라의 여인 같네.” 나잠수가 혼자 집에서 컴퓨터로 만든 데모 곡을 들은 어머니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2006년 친구 권유로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에 합류한 나잠수는 어머니 말에서 영감을 얻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술탄이 이슬람국가의 군주를 뜻하니 번역하면 ‘디스코의 제왕’쯤 되겠다. 나잠수는 ‘압둘라 나잠’이 됐고,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은 ‘무스타파 더거’가 됐다. ‘무하마드 B. 마니’까지 3명 모두가 보컬리스트이자 댄서이자 래퍼인 보이그룹을 표방했다.

서울 홍대앞 클럽에서 첫 공연을 하기 앞서 붕가붕가레이블 스태프인 김기조와 김덕호가 댄서로 합류했다. 처음엔 라이브로 하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립싱크를 하기로 결정했다. 터번을 쓰고 춤을 추며 입만 벙긋벙긋한 공연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립싱크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데모 음원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관객들이 라이브로 착각한 것 같다”고 나잠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매년 서너 차례 꾸준히 공연을 하다가 문득 ‘똑같은 노래에 립싱크하며 춤만 추는 게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객원 댄서로 참여하던 장기하를 비롯해 소속사의 여러 밴드들이 데뷔할 즈음이었다. 라이브 밴드가 부러웠다. 2010년 미니앨범 <그루브 오피셜>을 발표하면서 딱 한 곡 ‘숱한 밤들’을 컴퓨터가 아닌 실제 밴드 연주로 녹음해봤다. 당시 녹음과 공연에 참여한 ‘오마르 홍’(기타), ‘카림 사르르’(베이스), ‘간지하드’(드럼) 등 연주자와 댄서 ‘JJ 핫산’은 이후 정식 멤버가 됐다.

립싱크로 시작 라이브 전환 ‘이색’
작년 첫 정규앨범 ‘더 골든 에이지’
1970년대 펑크·디스코 사운드 구현

영국 글래스턴베리 공연 관객 꽉 차
세계적 프로듀서 토니 마세라티 낙점
내년 3월부터 미국서 함께 곡 작업

이들은 지난해 대망의 첫 정규 앨범 <더 골든 에이지>를 발표했다. 치솟는 화염을 배경으로 터번과 선글라스를 쓴 사내들이 잔뜩 폼을 잡고 있는 앨범 표지는 ‘싼티’가 역력했다. 심지어 역수입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일본어 띠지까지 넣었다. 하지만 음악만은 진지했다. 밴드 편성에 8인조 관악단까지 합세해 1970년대 펑크(Funk)·솔·디스코 사운드를 맛깔나게 구현해냈다. 국내에서 이런 장르의 음악을 하는 밴드는 좀처럼 드물었다.

올해는 외국 공연이 이어졌다.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싱가포르 음악 마켓 ‘뮤직매터스’에 참여했고, 6월에는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영국 글래스턴베리에 출연했다. 한국에서 우연히 이들의 공연을 본 축제 관계자가 초청했다. 300명·1500명 규모 스테이지에서 두 차례 한 공연 모두 관객들이 가득 찼다. 관객들은 격한 춤을 추며 “깍두기”라는 후렴구까지 따라불렀다고 한다. 8월 일본 서머소닉 무대에도 섰다.

내년 3월에는 미국으로 가서 세계적인 프로듀서 토니 마세라티와 새로운 곡 작업을 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를 찾은 토니 마세라티가 그들을 직접 선택했다. 당시 일본·중국 음악 관계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내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할 작정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이슬람식 이름 대신 나잠수(보컬), 홍기(기타), 지(베이스), 김간지(드럼) 등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다만 홍보대행사 과장으로 일하는 댄서 JJ 핫산은 예명을 고수하기로 했다.

기세를 몰아 오는 27일 저녁 7시 서울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단독 공연 ‘그랜드 술탄 나이트’를 한다. 800석 규모의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공연에 앞서 ‘웨ㅔㅔㅔㅔ’라는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다. 올드스쿨 힙합과 뉴웨이브 영향으로 디스코가 변화하던 1980년대 초반 음악을 추구했다. 터번을 벗고 알록달록한 올드스쿨 힙합 패션으로 변신하고, 엠시 해머의 춤을 응용한 안무를 선보일 거란다. 나잠수는 “수많은 연말 공연 중 재미로만 치면 가격(5만5000원) 대비 효용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지금 로또 여섯 자리 숫자 중 다섯 자리까지 맞은 기분이다. 마지막 한 자리가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지만…”이라고 김간지는 말했다. 마지막 한 자리는 공연을 보고 당신이 직접 맞춰보시라. 공연 문의 070-7098-506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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