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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은둔의 음유시인’ 김두수, 다시 세상으로

등록 2015-01-28 19:09수정 2015-01-28 21:07

‘은둔자’로 불리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두수가 7년 만의 새 앨범인 6집 <곱사무>를 발표했다. 그는 포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국내 유일의 아트 포크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은둔자’로 불리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두수가 7년 만의 새 앨범인 6집 <곱사무>를 발표했다. 그는 포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국내 유일의 아트 포크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7년만에 6집 ‘곱사무’ 발표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두수는 ‘은둔자’로 불린다. 한국 포크의 명반으로 평가받는 그의 앨범들도 희귀해졌지만,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더 힘들다. 김두수가 6집 <곱사무>를 발표했다. 5집 <열흘나비> 이후 7년여 만이다. 2년 전부터 칩거중인 군산에서 상경한 김두수를 최근 만났다. “내가 자발적으로 은둔하거나 세상을 버린 적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김두수는 1986년 1집 <시오리길>로 데뷔했다. 당시 유명 제작자 ‘킹 박’이 김두수의 곡을 몇 소절 들어보고는 곧바로 앨범 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군사정권의 엄혹한 분위기 속에 첫 곡 ‘철탑 위에 앉은 새’가 심의불가 판정을 받았다. 제작자는 가사를 일부 고치고 ‘작은 새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바꿔 발매했다. 절망과 환멸을 느낀 김두수는 앨범 활동도 거의 않고 숨어들었다.

동아기획으로 옮겨 2집 <약속의 땅>(1988)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병마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경추결핵에 걸린 것이다. 결핵균이 목뼈로 퍼져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의사는 “사망할 확률이 50%, 살아도 곱추가 될 확률이 50%”라 했다. 기적이 찾아왔다. 죽지 않았고 곱추가 되지도 않았다.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재활하던 중 3집 <보헤미안>(1991)을 발표했다. 몸이 온전치 않아 이번에도 앨범 활동은 불가능했다.

80~90년대 ‘명반’ 남기고 긴 은둔
꼽추 될 뻔한 경추결핵 시련도
‘아트 포크’ 명성 5집 일본서 내
이번엔 체코서 현지음악가와 작업
“모두 힘겨운 세상, 동병상련의 노래”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두수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두수
“일이 없으니 굳이 서울에 머물 이유가 없었어요. 조용히 자연을 벗삼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죠.” 그는 아내와 함께 양평으로 이사했다. 그래도 음악을 완전히 놓을 수 없어 친구들과 가끔씩 양평과 강원도에서 작은 공연을 했다. 양평에 전원주택 바람이 불어 시끄러워지자 대관령 산골로 옮겨갔다. 전화도 놓지 않았다. 자연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노래들이 절로 만들어졌다. 때마침 1집 앨범을 엘피로 복각하고 싶다는 제작자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제작자는 1집 대신 새 노래가 담긴 4집 <자유혼>(2002)을 발매하게 됐다. 이 음반은 전문가들이 2007년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들었다.

포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국내 유일의 ‘아트 포크 음악가’로 불린 김두수는 외국에서 더 주목받았다. 일본 음반사가 그의 5집 <열흘나비>(2007)를 제작했다. 1년에 걸쳐 일본 투어를 하고, 프랑스, 영국,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 투어도 돌았다. 여행과 방랑을 좋아하는 그는 3집과 4집에 ‘보헤미안’이라는 곡을 실었다. 이번에는 아예 보헤미안의 나라 체코를 여행하며 거기서 새 앨범 녹음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석달 동안 체코에서 그곳 연주자들과 녹음한 결과물이 6집 <곱사무>다.

앨범 수록곡들에는 여백이 많다. 김두수의 기타 연주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에 아코디언, 첼로, 플루트, 바이올린, 트럼펫, 베이스, 드럼 같은 악기가 조금씩 더해진다. “소리를 왜곡시키는 그 어떤 장치도 쓰지 않고 사람과 악기 본연의 소리를 꾸밈없이 조화롭게 배치하려 했어요. 많이 꾸민 음악은 당장은 듣기 좋아도 오래 들으면 질리고 피곤해져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음악은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법이죠.”

노랫말은 차라리 한편의 시다. 자신 또한 곱추가 될 뻔했던 김두수는 ‘곱사무’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이는 바람, 지는 바람, 돌아갈 곳 잊었네/ 피는 사랑, 지는 사랑, 머무는 법 잊었네/ 망각의 꽃을 심은 그 푸른 언덕 위에/ 욕망의 탈을 벗고 곱사춤을 추는 사람.” 그는 “모두들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노래했다”며 “인간들이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일상과 삶, 자연과 우주와의 교섭입니다. 이번 앨범뿐 아니라 평생 음악하면서 추구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죠.” 이 말을 남기고 그는 군산으로 떠났다. 자유혼을 품은 방랑자이자 구도자의 뒷모습이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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