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윤기(드럼), 이상훈(건반), 김창완(기타·보컬), 최원식(베이스). 멤버 염민열(기타)이 올 초 군에 입대하면서 밴드는 당분간 4인조로 활동한다.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김창완 밴드가 최근 발표한 정규 3집 <용서>의 앨범 표지에는 심장이 그려져 있다. 살아 펄떡이는 심장이 아니다. 박동이 멈춘 심장이다. 그 심장에서 가지가 뻗어나오고 새싹이 돋는다.
“심장을 멎게 할 만큼 공포스럽고 저주스러운 마음, 미움, 분노, 상처, 슬픔…, 이를 딛고 새싹을 틔워내는 것이 ‘용서’가 아닐까 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김창완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앨범 표지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금 왜 용서를 말하는 걸까? “지난해 참담한 시절을 다같이 겪어왔어요. 세월호 참사가 단초를 제공했는지 몰라도 꼭 그 일이 아니더라도 그래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용서받을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용서할 자격이 있는가? 이번 앨범을 통해 ‘용서합시다’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용서란 무엇인가?’에 관한 개인적 생각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세월호 참사 등 참담했던 작년
‘용서란 무엇인가’ 생각 담아
타이틀곡 ‘중2’선 불통·소통 노래 잠비나이 등 후배들과 협업 눈길
1집부터 고수한 ‘원테이크’로 녹음
“동양화 난 치듯…자연스러움 담아”
김창완은 10년 넘게 자신을 괴롭혀온 스토커나 밴드를 떠나간 멤버를 떠올리며 용서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용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그 먼 길을/ 헤질 대로 헤진 마음을/ 쉬게 해요/…/ 다 잊고 내려놉시다/ 저무는 해를 보며/ 모든 걸 잊어버려요/ 기억은 독이니까.”
“용서는 위로의 다른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서’라는 곡의 가사를 쓰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젊은이들에게 음악이 위로가 되면 얼마나 될까? 세월호 참사 직후 추모곡으로 만들어 이번 앨범에 담은 ‘노란 리본’이 그분들께 위로가 되면 얼마나 될까? 이도 저도 아니면 내가 노래하는 이유는 뭔가? 이런 수많은 질문들을 노래로 만든 게 이번 앨범입니다.”
타이틀곡 ‘중2’는 불통과 소통에 관한 노래다. “제발 내 나이를 묻지 마/ 19금 영화는 안 볼 테니/ 몇 학년이냐고 묻지 마/ 일 학년은 아니니까 걱정 마”로 시작하는 노랫말을 실제 중2에게 보여주니 “비슷하긴 한데 중2는 이러지 않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단다. “그 얘기를 듣고 가사를 바꿔볼까 하다가 ‘나는 너희들을 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오류를 그대로 전함으로써 불통을 오히려 소통의 시발점으로 삼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중2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세상의 가치를 삐딱하게 보며 사회화되고 자기 정체성을 수립하는 시기죠. 중2의 ‘유아독존’이 미래를 위한 원동력인 셈인데, 어른들이 함부로 ‘병’이라는 말을 갖다붙여 불통을 자초하고 있어요. 중2의 도발을 포용하고 소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에선 후배 음악인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해금, 피리, 거문고 등 국악기로 록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잠비나이와 협연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산울림 시절의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걸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트럼펫 연주자 배선용은 ‘용서’와 ‘무덤나비’에 참여했다. “잠비나이는 소리의 원류, 근본을 찾아가는 뮤지션이다. 배선용의 트럼펫 음색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위로의 소리다”라고 김창완은 후배들을 극찬했다.
김창완 밴드는 이번 앨범을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춘천 스튜디오에서 ‘원테이크’ 방식으로 끊김 없이 한번에 녹음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이 녹음 작업을 맡았다. 김창완 밴드는 늘 ‘원테이크’를 고수해왔다. “녹음뿐 아니라 곡을 만들 때도 동양화 난을 치듯 한번에 한다”고 김창완은 말했다.
“우리 음악에는 개칠하거나 꿰맨 자국이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담아내죠. 요즘은 너무 재단되고 감정마저 기획된 음악이 많아요. 음악을 손아귀에 쥐고서 작업하니 음악이 가진 여유와 한계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담아내지 못하는 거죠. 의도를 갖기 전에 진심을 갖기를 원합니다.”
김창완 밴드는 12~14일 서울 대학로 디에프시(DFC)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3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이후 3월21일 상상마당 홍대와 28일 상상마당 춘천에서도 공연한다. (02)3672-090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용서란 무엇인가’ 생각 담아
타이틀곡 ‘중2’선 불통·소통 노래 잠비나이 등 후배들과 협업 눈길
1집부터 고수한 ‘원테이크’로 녹음
“동양화 난 치듯…자연스러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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