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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스릴러 뮤지컬’ 소름 돋는 대박 행진

등록 2015-03-04 20:00수정 2015-03-04 21:23

뮤지컬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스릴러 뮤지컬들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탐정·추리물, 공포·괴기물, 심리 스릴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감정의 진폭이 큰 스토리와 고음 위주의 넘버, 반전이라는 색다른 묘미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아가사>(왼쪽)와 <지킬 앤 하이드>(오른쪽) 공연 장면. 각 회사 제공
뮤지컬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스릴러 뮤지컬들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탐정·추리물, 공포·괴기물, 심리 스릴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감정의 진폭이 큰 스토리와 고음 위주의 넘버, 반전이라는 색다른 묘미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아가사>(왼쪽)와 <지킬 앤 하이드>(오른쪽) 공연 장면. 각 회사 제공
시장침체 속 ‘관객몰이’ 보증수표
추리·수사물서 공포·괴기물까지
올해도 ‘데스노트’ 등 초연 줄이어
‘쇼뮤지컬 강세’ 브로드웨이와 대조
한국관객 유독 스릴러 장르 선호
“카타르시스·대리만족 원해” 분석
하나의 입구 그리고 출구/어둠을 따라 걷다보면/그 끝에 도사리는/한 마리의 괴물을 만나지/다른 길 없어 괴물과 싸우거나/다른 길 없어 먹혀 죽거나/붉은 실을 따라가다 보면/미궁의 출구가 있어/

영국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제 실종사건에 상상력을 더한 스릴러 창작뮤지컬 <아가사>의 한 대목이다. 1926년 12월3일 홀연히 사라졌다 실종 11일 만에 외딴 호텔에서 발견된 뒤 기억상실증을 호소했던 아가사 크리스티. 지난달 개막한 <아가사>는 ‘미궁 속의 티타임’이란 가상 소설을 바탕으로 꼬마 탐정 ‘레이몬드’를 내세워 실종 뒤에 숨겨진 아가사의 삶과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스릴러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관객 반응도 좋다.

뮤지컬 시장이 침체기라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스릴러 뮤지컬’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공포와 스릴, 서스펜스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스릴러 뮤지컬은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척박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

가장 대표적인 스릴러 뮤지컬은 추리·수사물이다. 추리·수사물은 작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는 ‘지적 유희’에 초점을 맞춘다. 관객은 뛰어난 탐정이나 형사의 힘을 빌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셜록홈즈> 1·2편이나 <잭 더 리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범인이 누구냐보다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심리 스릴러’도 있다. <쓰릴미>, <레베카>, <더 데빌> 등이 대표적이다.

공포·괴기물도 한 갈래다. 뮤지컬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탓에 공포의 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주로 어두운 사회상을 상징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10주년 기념공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중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양면성을 이중인격인 ‘지킬’과 ‘하이드’를 통해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낸다. <프랑켄슈타인> 역시 과학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비판과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그린다. 악마적 존재를 내세운 작품도 있다. <드라큘라>는 인간의 피를 마셔 영생불사한다는 뱀파이어를 내세워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진다. 최근 막을 내린 <쓰릴미>, 현재 공연 중인 <아가사>와 <지킬 앤 하이드> 외에도 <프랑켄슈타인>과 <마마 돈 크라이>가 재공연에 돌입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다른 버전인 <팬텀>, 일본 공포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스노트> 등도 초연될 예정이다.

왜 한국에서는 스릴러 뮤지컬이 인기가 많을까?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전통적으로 신나고 볼거리가 충만한 쇼뮤지컬이나 가족 뮤지컬이 강세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지킬 앤 하이드>가 한국에선 예매율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창작뮤지컬은 대체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지만 <프랑켄슈타인>, <셜록홈즈>, <아가사>, <마마 돈크라이> 등 스릴러물은 모두 성공을 거뒀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 관객은 잔잔한 감동보다는 스토리의 진폭이 큰 작품을 좋아한다. 좀 더 자극적이고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스릴러물에는 이런 한국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극의 흐름을 일거에 뒤집고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대표적이다. 스토리가 극적이다보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고음 위주의 넘버가 많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 원 교수는 “배우들이 고·저가 뚜렷한 연기를 펼치고 가창력을 마음껏 뽐내니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혼란하고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한 사회상에서는 음산하고 기괴한 스릴러가 긴장해소에 도움을 주고 한편으로는 셜록홈즈처럼 뛰어난 영웅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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