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 달’이 10년 만에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했다. 소리꾼 이봉근과 협업한 타이틀곡 ‘사랑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왼쪽부터 박진우(베이스), 김현보(기타·만돌린), 백선열(드럼·퍼커션), 최진경(건반·아코디언), 이영훈(기타), 조윤정(바이올린). 더라임라이트뮤직컨설팅 제공
에스닉 퓨전밴드 ‘두번째 달’ 2집
10여년 전인 2004년 가을, 지금은 사라진 서울 논현동 라이브클럽 피닉스를 찾아갔다.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 달’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당시 방영중이던 이나영 주연 드라마 <아일랜드>에 쓰인 이들의 연주곡 ‘서쪽 하늘에’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넓지 않은 클럽은 120여명의 관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공연을 마친 뒤 만난 이들의 얼굴은 서쪽 하늘에 드리운 노을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2005년 첫 앨범 <세컨드 문>을 발표했다. 아일랜드는 물론 중동·남미·아프리카 음악까지 아우른 연주곡 위주 음반이었다. 연주 음반으로는 드물게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신인’,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주인공이 됐다. 연주 밴드가 이토록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일이다. 같은 해 윤은혜 주연 드라마 <궁> 음악을 맡으며 활동이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두번째 달은 얼마 뒤 기울기 시작했다. 2007년 음악적 성향 차이로 두 팀으로 갈린 것이다. 김현보(기타·만돌린)·박혜리(건반·아이리시 휘슬)는 아일랜드 음악을 좀 더 깊이 파는 ‘바드’를 결성했고, 박진우(베이스)·최진경(건반·아코디언)·조윤정(바이올린)은 두번째 달의 색깔을 잇는 ‘앨리스 인 네버랜드’를 결성했다. 백선열(드럼·퍼커션)은 두 밴드 모두 참여했다.
몇년 뒤 김현보는 바드를 나왔다. 바드는 박혜리와 새 멤버 루빈의 2인조로 정비됐다. 혼자 드라마와 뮤지컬 음악 작업을 하던 김현보는 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기타리스트 염승재가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년 만에 전화를 걸어 “빈자리에 내가 들어가면 어떨까?” 제안했다. 결국 두번째 달을 다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집 내고 기울었다 4년전 재결성
‘춘향가’ 재해석 음악지평 확장
유럽풍 연주에 ‘사랑가’ 판소리
아일랜드 가수 노래 위 연주도
이질적인듯 기막힌 조화 이뤄 “방송 등을 통해 두번째 달 1집 음악이 꾸준히 흘러나왔어요. 연주 음악이 이렇게 오래 회자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 음악을 사람들에게 계속 들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생겼죠.” 지난 10일 만난 김현보는 두번째 달 재결성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마포 작업실에는 김현보·박진우·최진경·조윤정·백선열과 1집 때부터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하다 이번에 정식 멤버로 합류한 이영훈(기타)이 모여 있었다. 다시 결합한 두번째 달은 2011년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에 동참하면서 재시동을 걸었다. 조윤정은 “5년 만에 두번째 달 공연을 하니 옛 생각도 나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진우는 “다시는 연주되지 못할 곡들을 살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2012년 디지털 싱글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하고 단독공연도 했다. 지난해 7월 특별한 계기를 맞았다. 국립극장 주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고래야’와 합동공연을 하면서 음악적 지평을 넓히게 된 것이다. 이 무대를 본 정동극장 관계자는 소리꾼 이봉근과 두번째 달이 춘향가를 재해석하는 무대를 제안했다. “1910년께 한국 사람과 유럽 사람이 만나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를 상상하며 만든 무대는 ‘소리달 완창 프로젝트1-나비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10월 공연됐다. 반응이 좋아 4월3~5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또 공연하고, 상반기 안에 공연 실황 음반도 낼 계획이다. 두번째 달은 최근 10년 만의 새 앨범인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나비의 꿈’ 공연의 한 대목인 ‘사랑가’다. 두번째 달의 유럽풍 연주 위로 이봉근이 판소리를 하는데, 언뜻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기막힌 조화를 이뤄낸다. 다른 곡들은 기존 두번째 달 색깔의 연장선에 있다. 발칸반도 집시풍의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 1집 때 멤버였다가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가 가수를 하고 있는 린다 컬린이 보내온 노래에 연주를 더한 ‘페이퍼 보트’ 등 13곡을 담았다. 이들은 오는 19~20일 서울 홍대앞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지난 12~13일에도 같은 곳에서 공연을 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이 몰려 거의 매진됐다고 한다. 다시 뜬 두번째 달의 빛은 더 멀리 퍼져나가지 않을까 싶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춘향가’ 재해석 음악지평 확장
유럽풍 연주에 ‘사랑가’ 판소리
아일랜드 가수 노래 위 연주도
이질적인듯 기막힌 조화 이뤄 “방송 등을 통해 두번째 달 1집 음악이 꾸준히 흘러나왔어요. 연주 음악이 이렇게 오래 회자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 음악을 사람들에게 계속 들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생겼죠.” 지난 10일 만난 김현보는 두번째 달 재결성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마포 작업실에는 김현보·박진우·최진경·조윤정·백선열과 1집 때부터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여하다 이번에 정식 멤버로 합류한 이영훈(기타)이 모여 있었다. 다시 결합한 두번째 달은 2011년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에 동참하면서 재시동을 걸었다. 조윤정은 “5년 만에 두번째 달 공연을 하니 옛 생각도 나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진우는 “다시는 연주되지 못할 곡들을 살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2012년 디지털 싱글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하고 단독공연도 했다. 지난해 7월 특별한 계기를 맞았다. 국립극장 주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고래야’와 합동공연을 하면서 음악적 지평을 넓히게 된 것이다. 이 무대를 본 정동극장 관계자는 소리꾼 이봉근과 두번째 달이 춘향가를 재해석하는 무대를 제안했다. “1910년께 한국 사람과 유럽 사람이 만나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를 상상하며 만든 무대는 ‘소리달 완창 프로젝트1-나비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10월 공연됐다. 반응이 좋아 4월3~5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또 공연하고, 상반기 안에 공연 실황 음반도 낼 계획이다. 두번째 달은 최근 10년 만의 새 앨범인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나비의 꿈’ 공연의 한 대목인 ‘사랑가’다. 두번째 달의 유럽풍 연주 위로 이봉근이 판소리를 하는데, 언뜻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기막힌 조화를 이뤄낸다. 다른 곡들은 기존 두번째 달 색깔의 연장선에 있다. 발칸반도 집시풍의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 1집 때 멤버였다가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가 가수를 하고 있는 린다 컬린이 보내온 노래에 연주를 더한 ‘페이퍼 보트’ 등 13곡을 담았다. 이들은 오는 19~20일 서울 홍대앞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지난 12~13일에도 같은 곳에서 공연을 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이 몰려 거의 매진됐다고 한다. 다시 뜬 두번째 달의 빛은 더 멀리 퍼져나가지 않을까 싶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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