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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둘 중 하나는 지드래곤 ‘분신’

등록 2015-03-26 19:01

스타들을 복제해 가상무대를 만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공연 모습,
스타들을 복제해 가상무대를 만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공연 모습,
빠르게 진화하는 홀로그램 공연
오늘, 지드래곤이 내게 우산을 씌워줬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건물 ‘케이 라이브’(K-Live) 공연장 뒤쪽에 설치된 공중전화에서 한 여성 진행요원이 전화기를 들자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무대로 옮겨졌다. 무대에 함께 나타난 지드래곤은 그를 보며 무릎을 꿇고 ‘니가 뭔데’를 부르며 너를 그리워했노라고 읊조린다. 무대에 비가 내리자 둘은 함께 우산을 쓰고 번쩍이며 사라졌다.

그날 무대에서 5곡의 노래를 부르며 춤춘 지드래곤인 듯, 지드래곤 아닌, 지드래곤 같은 그는 미리 촬영한 지드래곤의 영상이다. 홀로그래픽과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만들어낸 무대와 고음질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는 실제 지드래곤이 왔다고 착각할 만큼 생생했다. 의자가 떠 있고 쓰레기통이 천천히 날아갈 때 관객들은 문득 깨닫는다. 이것은 실제가 아니다. 흩날리는 비누거품과 객석을 덮는 반짝이조차도 가짜다. 손에 잡히지 않는 빛과 색일 뿐이다.

케이 라이브에서 공개된 지드래곤을 홀로그램으로 재생한 것.
케이 라이브에서 공개된 지드래곤을 홀로그램으로 재생한 것.
무대 위 홀로그램이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이날 지드래곤이 무대에서 화려하게 꾸며진 의자에 앉아 춤추는 장면은 지난해 5월 미국 2014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했던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공연과 닮았다. 당시 관객들은 2009년 이미 죽은 가수가 생생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백댄서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놀라운 광경에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12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도 1996년 총기 사고로 사망한 전설의 래퍼 투팍이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스눕 독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공연했다.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홀로그램 공연이다.

최근 케이팝과 손잡고 ‘성황’
케이라이브, 빅뱅 등 가상공연
스튜디오서 공연모습 찍은 뒤
CG로 배경과 합성…실제처럼 생생
에스엠 시어터선 홀로그램 뮤지컬도
6월 제주·중국에도 공연장 개관

우리나라에선 2012년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 제주의 꽃과 바위를 무대에 옮겨온 듯한 배경으로 무대 위 홀로그램 기술이 본격 선보였다. 2013년 뮤지컬 <고스트>에서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나타났다. 주인공 샘이 몰리의 곁을 지키다가 하늘로 가는 순간 배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그와 꼭 닮은 하얀 물체가 보인다. 홀로그램으로 빚은 영혼의 모습이다.

홀로그램 기술은 지난해부터 케이팝과 손을 잡았다. 2014년 1월 케이티(KT)는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서울 동대문에 케이팝스타들의 가상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홀로그램 공연장 케이 라이브를 열었다. 이곳에선 지난 1년 동안 와이지 소속 투애니원, 빅뱅, 싸이의 홀로그램 공연이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따로 찍어 배경 이미지와 합성해 합동 공연처럼 만들어낸 영상물이다.

이들 한류 스타들은 일본에서 케이팝 홀로그램 투어를 하기도 했다. 직접 해외 공연에 나서지 않고, 영상을 통해 일본 팬을 만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홀로그램 전문공연장 에스엠타운 시어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홀로그램 전문공연장 에스엠타운 시어터.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 서울 코엑스몰에 복합문화공간 에스엠타운을 열었다. 이곳엔 홀로그램 전용 공연장 에스엠타운 시어터가 들어섰다. 지난 1월14일부터 에스엠타운 시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에선 동방신기 최강창민,샤이니 키, 에프엑스 루나, 엑소 수호와 시우민, 레드벨벳 슬기 등 에스엠 소속 가수들이 나온다. <스쿨 오즈>는 무대엔 게임 화면을 배경으로 한 입체 영상을 상영하고, 객석을 둘러싼 프로젝트에선 다른 화면을 비추어 공연에서 스타 얼굴을 전광판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는 4월1일부터 케이 라이브에선 지드래곤 단독 홀로그램 콘서트 <어웨이크>가 시작된다. 6월에는 제주도와 중국에도 홀로그램 공연장이 열린다. 홀로그램 콘텐츠 제작사인 닉(NIK)의 이상진 이사는 “케이티는 홀로그램 공간을 플랫폼처럼 확산하고 닉은 홀로그램물을 전세계적으로 유통할 꿈을 꾸고 있다”며 “홀로그램이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단계를 넘어 실제 공연 같은 위용과 분위기를 갖추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타들의 분신술, 홀로그램 공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스타는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를 활용한 스타 산업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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