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표정이 다 말해주지 ‘케이팝 리액션’

등록 2015-04-16 19:07수정 2015-04-16 21:18

외국팬들의 인터넷 놀이문화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자신들 감탄·환호 표정 담아
최근엔 음악 비평으로 진화중
신곡 흥행 판단 기준 되기도
사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사진 유튜브 화면 갈무리
레디, 리액션!

4월 미쓰에이, 엑소, 이엑스아이디 등 아이돌 그룹이 잇달아 컴백하자 온라인에선 리액션이 시작됐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는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춤추는 독일 사람들의 영상, 차도르를 쓴 채 엑소의 ‘콜 미 베이비’를 보는 중동계 여성의 표정을 담은 영상, 이엑스아이디 ‘아 예’를 보며 환하게 웃는 미국 소녀의 모습 등 리액션 비디오가 가득하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엑소는 22만개, 빅뱅은 19만개, 미쓰에이나 이엑스아이디 같은 걸그룹들은 3만개 정도의 리액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만든 동영상이다. ‘리액션 비디오’는 외국에서 시작된 팬들의 문화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감탄하는 표정이나 환호하는 모습을 찍어 올려 팬심을 공유하던 의례가 리액션물이라는 장르가 됐다.

외국 시장을 겨냥한 신곡이 나오면 음악 마케터들은 리액션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영화관에서 시사회나 초기 관객 반응으로 흥행 성적을 예측하듯이 음악산업에선 리액션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가 흥행 판단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타이거제이케이, 윤미래, 비지의 프로젝트 그룹 엠에프비티와이(MFBTY)를 홍보하는 포춘엔터테인먼트 임영진 실장은 “예전엔 뮤직비디오 조회수만 봤지만 이젠 뮤직비디오를 올린 날짜부터 1주일까지 리액션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엠에프비티와이가 지난 3월 새 앨범 <원다랜드>를 내자 1주일새 수백건의 리액션 비디오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한국시장은 몰라도 미국에선 잘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실제 엠에프비티와이는 4월 첫째주 월드 앨범 차트에서 8위에 올랐다. 소속사쪽은 리액션 같은 온라인 입소문에 힘입은 결과로 본다.

케이팝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리액션 채널도 생겨났다. 공학도 3명이 만드는 제이에이제이(J.A.J)라는 유튜브 채널은 지금까지 200편 넘는 케이팝 리액선 동영상을 올렸다. 엠알제이케이팝(MRJKPOP)은 150편이 넘는 케이팝 리액션 비디오를 상영중이다. 포포리액트 채널은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리뷰하고 리액션을 보여준다. 리액션 전문 채널 더파인브로스의 케이팝 리액션 모음은 지금까지 15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다. 리액션은 인터넷 특유의 놀이문화가 낳은 장르다. 음악평론가 김신식은 “케이팝이 우리에겐 주류지만 외국엔 소수 장르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이국적이고 신기하게 받아들여지니까 인터넷 놀이문화로 빠르게 흡수됐다”며 “외국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타인 시선 지향적 태도도 리액션이 흥하는데 한몫했다”고 진단한다.

팬심으로 시작했지만 리액션은 비평의 한 영역으로 진화중이다. 엠알제이케이팝은 한국 아이돌들의 영상을 보면서 악기들이 어떤 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이 그룹이 초기와 지금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원래 리액션 비디오는 과장된 표정이나 웃음, 환호가 대부분이었지만 비평으로 가면서 표정은 잔잔해지고 이야기는 더 많아졌다. 그러나 4분을 넘지 않는 동영상에서 비평이라고 하더라도 주목할 포인트를 짚어주는 정도의 해설이 대부분이다. 대신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고 신기한 장면에선 눈썹을 움찔거리며 글로는 전해지지 않던 감정을 전달한다. 김신식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처럼 진지하게 관찰하는 표정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표정이라는 새 비평 언어의 등장”이라고 분석한다. 글대신 말과 표정으로 음악이 주는 느낌을 전달하는 리액션들은 새로운 종류의 비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