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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도 패션…뮤지컬 입은 성악가

등록 2015-04-22 19:14


바야흐로 ‘융합’과 ‘크로스오버’가 대세인 시대다. ‘한 우물만 파라’는 격언은 옛말이 된 지 오래. 예술계에서도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봄바람이 살랑 부는 4월, 두 명의 성악가가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뮤지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팬텀>에 출연하는 ‘고(古)음악계의 디바’ 소프라노 임선혜(39)와 <파리넬리>에 출연하는 ‘천상의 목소리’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38)를 만났다.

‘바로크 음악 최정상’ 임선혜
‘팬텀’ 크리스틴 역할 맡아
“상대역 박효신 노래에 감동
환상의 호흡 자연스레 나와”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파리넬리’ 음역 유일한 배우
“언젠가 올 운명이라 생각…
클래식은 정장, 뮤지컬은 캐주얼”

소프라노 임선혜 씨.
소프라노 임선혜 씨.
■ <팬텀>의 크리스틴 임선혜

“저도 쉴 땐 가요 들어요. 노래방도 가는데 가곡은 절대 안 불러요. 18번은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과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고요.”

임선혜는 ‘바로크 음악 분야의 최정상 성악가가 왜 상업장르인 뮤지컬에 출연하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했다. 음악에는 고급·저급이 없고, 노래하는 사람에게 춤추고 연기까지 하는 뮤지컬은 정말 매력적인 장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팬텀> 연출가 로버트 조핸슨이 2년 동안 끈질긴 구애를 한 영향도 있지만, 파리 오페라극장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다. 국내 초연인 <팬텀>은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팬텀>은 꼭 제 데뷔 시절 이야기 같아요. 오페라 가수인 크리스틴과 제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울컥하더라고요. 뮤지컬 쪽에서 보면 가장 오페라스럽고, 오페라 쪽에서 보면 매우 뮤지컬스러운 작품이죠. 이번 크로스오버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돼요.”

<팬텀>은 임선혜에게 개인적으로도 특별하다. 서울대 성악과 ‘라이벌’이었던 김소현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이 <오페라의 유령>이기에 개막 전부터 여러모로 비교가 되고 있다. “소현이가 소식 듣고 전화를 했어요. 대학 때 전 가요에, 소현이는 클래식에 능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의 활동을 하다 만나니 재밌다며 웃었죠.”

오페라와 뮤지컬은 서로 닮은 듯 다르다. 성악 발성을 하는 임선혜이기에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도 관건이다. 특히 가수 박효신과의 호흡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노래 잘 하는 사람은 가요든 성악이든 뮤지컬이든 다 잘하나봐요. 연습하다 박효신씨 노래 듣고 울었어요. 이런 감동을 받으니 당연히 환상의 호흡이 나올 수밖에요.”

2년 뒤 스케줄까지 꽉 찬 탓에 임선혜는 <팬텀> 공연 중에도 3번이나 해외를 오가야 한다. 임선혜에게 어쩌면 뮤지컬은 여행과도 같은 경험이다. “여행이 재밌지만 결국 집에 돌아가야죠. 돌아갈 곳이 있으니 여행 중에도 마음이 편한 것 아닐까 싶어요.”28일~7월26일. 충무아트홀.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씨.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씨.
■ <파리넬리>의 루이스 초이

‘파리넬리’역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루이스 초이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음역을 소화하는 남자 가수인 ‘카운터테너’ 하면 다들 ‘파리넬리’를 떠올리잖아요. 카운터테너로서 언젠가 도래할 ‘운명’이라 여겼어요. 물론 장르가 뮤지컬일 거란 상상은 못했지만요.”

뮤지컬 <파리넬리>는 18세기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이야기다. 변성기 이전에 거세를 당해 미성을 유지했던 카스트라토는 여성 음역대를 가성으로 소화하는 카운터테너와 비슷한 점이 많다. 사람들은 두 가지를 곧잘 혼동한다. “카운터테너의 80~90%는 여성 음역대 중 알토와 메조만 낼 수 있죠. 저는 소프라노 음역까지 소화하는 소수에 해당돼요.” 루이스 초이는 국내에서 파리넬리 역을 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배우인 셈이다.

이토록 남다른 재능을 지닌 루이스 초이지만 사실 자신의 음역대를 알게 된 건 20살이 넘어서였단다. “우연히 조수미씨 노래를 따라 부르다 제가 남다르단 걸 알았어요. 그 후 독일의 유명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내한공연을 보고서야 비로소 카운터테너를 알게 됐고요.” 초등학교 음악교사로 2년 넘게 일하던 그는 결국 28살 때 카운터테너가 되기 위해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클래식 전공자인 그는 “음악도 패션처럼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오페라는 위기에 봉착했어요. 소수의 사람만이 즐기는 협소한 장르가 돼 버렸죠. 그 중 카운터테너는 훨씬 더 비중이 작고요. 5년 전 국내 활동을 시작하며 크로스오버에 눈을 돌리게 됐죠.” 그는 지난 2012년 <나는 가수다>에 트로트 가수 설운도와 함께 출연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루이스 초이는 이번 작품에서 ‘극강의 고음’을 선보인다. 첫 등장부터 아리아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를 불러 관객을 압도하고, 마지막엔 ‘울게 하소서’로 혼을 빼놓는다.

오페라와 달리 배우에 대한 환호가 넘쳐나는 ‘뮤지컬 팬덤’이 어색하기만 하다는 그. “팬들이 선생님이나 교수님 대신 ‘오빠’라 부르는 게 쑥스러우면서도 좋다”며 웃었다. “제게 클래식은 단정한 정장, 뮤지컬은 화려한 캐주얼 같아요. 앞으로도 번갈아 입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5월1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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