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는 나날들이 그 얼마나 외로웠나/멀리 있는 그대 생각 이 밤 따라 길어지네/(중략)우~우~~풍문으로 들었소/그대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그 말을/우~우~~풍문으로 들었소/내 마음은 서러워 나는 울고 말았네~’
요즘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노래, 바로 ‘풍문으로 들었소’다. 지난 1980년 발표된 ‘함중아와 양키스’의 이 노래가 무려 35년이 지난 요즘 다시 유행이다. 화제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다. 이 노래는 앞서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장기하와 얼굴들’리메이크 버전)의 삽입곡으로도 쓰인 바 있다. <범죄와의 전쟁>이 470여만명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하고 청룡영화제 음악상까지 거머쥐면서 ‘풍문으로 들었소’역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첫 발표 당시에는 워낙 파격적이고 생소한 장르라 반응이 냉랭했다”(함중아와 양키스 멤버 정동권)는 이 노래가 시간을 거슬러 되살아난 것은 두 번 모두 ‘오에스티(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힘 때문인 셈이다.
드라마·영화 오에스티는 지금까지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던 수많은 ‘죽은 노래’들을 살려냈다.
또다른 대표 사례가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다. 이 곡은 2005년 발표 당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3년 후인 2008년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오에스티로 쓰이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역시 2002년엔 금세 잊혔지만 2004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삽입되면서 메가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의 ‘땡벌’(강진·2000)과 같은 해 개봉한 <라디오 스타>의 ‘넌 내게 반했어’(노브레인·2004) 등도 비슷한 사례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기억의 습작’(전람회·1994)이나 <미녀는 괴로워>(2006)의 ‘마리아’(블론디·1999) 처럼 오에스티가 옛날 히트곡을 다시 불러낸 경우도 있다. <건축학개론>이 개봉 뒤 ‘기억의 습작’은 9년만에 다시 음원차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24에 따르면 당시 전람회 1집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에 견줘 70배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평론가들은 오에스티가 살려낸 노래의 효시로 김국환의 ‘타타타’를 꼽는다. 20년 넘게 무명 생활을 했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는 평균 시청률이 60%에 육박했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2)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일약 ‘국민가요’ 반열에 올랐다. 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청각 미디어인 라디오나 음반보다는 시청각 미디어인 텔레비전·영화의 파급력이 세기 때문에 오에스티의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드라마나 영화의 서사 안에 음악이 맞물리면서 시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효과는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오에스티에는 기존에 발표된 곡들이 많이 쓰일까? ‘안정성’과 ‘경제성’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작가는 “신곡은 검증이 안 된 상태로 써야 해 위험부담이 있지만, 이미 발표된 곡은 드라마 주제·분위기를 세심히 따져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새로 곡을 쓰는 것보다 기존 곡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써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작으로 불어 닥친 복고열풍과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같은 예능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다시 부르기’영향으로 최근에는 옛 노래를 리메이크한 오에스티도 크게 늘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나성에 가면(리메이크 장미여관·심은경 /원곡 새샘트리오·1978),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소녀와 가로등’(어쿠스틱 콜라보/장덕·1987), <슈퍼 대디 열>의 ‘비와 당신’(미/럼블피쉬·2006), <킬미힐미>의 ‘제비꽃’(지성/조동진·1985) 등은 모두 리메이크 오에스티다. 네오위즈인터넷 김봉환 뮤직콘텐츠 팀장은 “리메이크 오에스티는 기성세대에게는 옛 감성과 추억을 곱씹게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곡 같은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며 “음원시장에서 가요와 팝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오에스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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