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팬텀에만 있는 것 없는 것…오페라의 유령과 비교해 보니

등록 2015-05-04 19:55수정 2015-05-05 09:06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지난달 28일 개막한 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작품이다.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두 작품은 마치 ‘이란성 쌍둥이’와 같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팬텀>. 한국에선 흥행에 성공할까? 비슷한 듯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해본다.

팬텀에만 있다…과거·가면들·발레

①팬텀의 과거: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보다 원작 소설에 더 충실하다. <오페라의 유령>에 언급되지 않았던 팬텀의 과거를 낱낱이 드러낸다. 그가 왜 괴물로 태어났는지, 부모는 누구인지 등 ‘막장 드라마’ 같은 뒷얘기가 하나 둘 양파껍질처럼 벗겨진다. 또 <오페라의 유령>이 팬텀·크리스틴·라울의 ‘삼각관계’에 집중한 것과 달리, <팬텀>은 불우한 과거를 가진 팬텀과 그것을 이해하고 감싸려는 크리스틴의 ‘인간적 교감’에 집중한다.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이 비워둔 스토리의 여백을 꼼꼼히 메우는 셈이다.

②팬텀의 변신 가면: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면은 팬텀의 숨겨진 어둠을 상징한다. 하지만 <팬텀>에서는 팬텀의 인간적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감정이 바뀌는 순간마다 그가 재빨리 바꿔 착용하는 가면은 분노(붉은색)·사랑(흰색)·수치심(눈물 한 방울) 등 다양한 감정을 반영한다. 공연을 위해 무려 7종 29개의 가면이 제작됐다.

③정통 클래식 발레: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양념에 불과한 발레가 <팬텀>에서는 중요 요소로 등장한다. 팬텀의 과거를 드러내는 부분은 극장장 카리에르의 회상과 함께 발레 안무로 표현된다. 현재에서 과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약 10여 분간 펼쳐지는 이 장면은 <팬텀>만의 독창적 구성이다. 김주원·황혜민 등 정상급 발레리나가 캐스팅 된 이유다.

팬텀에도 있다…나룻배·오페라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①샹들리에·지하미궁 나룻배: 30만개의 유리구슬로 장식된 1톤 무게의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은 <오페라의 유령>의 백미다. <팬텀> 역시 4600개의 크리스털과 154개의 엘이디로 만든 180㎏짜리 거대한 샹들리에가 1막 마지막 장면에 추락한다. 200여개의 촛불과 드라이아이스 안개를 사용한 <오페라의 유령>의 나룻배 신 역시 <팬텀>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화려하고 압도적이지만, 이 두 장면 때문에 <팬텀>은 더더욱 <오페라의 유령>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②뮤지컬 속 오페라: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한 만큼 두 작품 모두 오페라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지사. <오페라의 유령>에는 <한니발><일 무토><돈 주앙> 등 3편이 나오는데, 모두 가상의 작품이다. 반면 <팬텀>에는 <리골레토><아이다><라 트라비아타><발퀴레><요정의 여왕> 등 실존 명작 오페라 5편이 ‘극 중 극’ 형식으로 등장한다. <팬텀>은 오페라 요소를 더 강조하기 위해 크리스틴 역에 임선혜·김순영 등 현역 성악가를 캐스팅 했다.

팬텀에는 없다…귀에 탁 꽂히는 노래

<팬텀>에는 한국 초연을 위해 제작된 4곡을 포함해 무려 30곡의 넘버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페라의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 ‘뮤직 오브 더 나잇’, ‘싱크 오브 미’ 같이 귀에 꽂히는 넘버가 없다. 크리스틴과 팬텀 등 등장인물 모두 천정을 뚫을 듯 한 고음을 앞 다퉈 자랑하지만, 주 멜로디라 할 선율이 없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클래식 발성을 훌륭히 소화해낸 가수 박효신, 천상의 목소리를 뽐낸 성악가 임선혜, 우아하고 테크니컬한 발레를 선보인 김주원 등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캐스팅이 그나마 약점을 희석시킨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이엠케이(EMK)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