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19금’ 바람이 분다
“훌리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날 죽여/나의 리듬에 맞춰 크기도 속도도 조절해/내가 원할 때만 곁에 있어/말이 없어도 끝내줘/결정적 순간에 쉬지 않아.”
뮤지컬 <쿠거>의 8번 넘버 ‘훌리오’중 일부다. 여기서 말하는 ‘훌리오’는 과연 무엇일까?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바로 ‘여성용 자위기구’다. 너무 노골적이고 야하다고? 내숭은 집어치울 때가 됐다. 지금 공연계는 ‘19금 공연’으로 들썩이고 있다. 남녀의 성적 판타지를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들은 전통적인 공연 팬층인 20~30대를 넘어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며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다.
지난달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쿠거>는 자위기구뿐 아니라 ‘섹스’, ‘오르가슴’, ‘46번 체위’등 성적 용어가 난무한다. ‘쿠거’(Cougar)는 ‘아들뻘 되는 젊은 남자를 후리는 중년 여성’을 의미하는 미국식 은어다. 뮤지컬 <쿠거>는 다소 거친 ‘19금 언어’를 통해 중년 여성들의 사랑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랑스 파리에서 건너온 ‘아트 누드쇼’ <크레이지 호스>도 지난달 27일부터 워커힐 호텔 시어터에서 정식 공연에 돌입했다. 이 공연에서는 8등신의 미녀들이 100% 나체로 90분 동안 칼 군무를 선보인다. <크레이지 호스>가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기반했다면 오는 29일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재공연에 돌입하는 ‘19금 여성 전용 공연’ <미스터쇼>는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무대로 옮긴다. 조각 같은 외모에 완벽한 초콜릿 복근, 섹시한 엉덩이를 가진 8명의 미스터들이 여성 관객을 불러내 랩댄스(부비부비 댄스)와 핍쇼(훔쳐보기 쇼) 등을 선보인다.
19금 공연의 향연은 대학로도 예외가 아니다. 오는 28일까지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원나잇 스탠드’라는 소재를 다룬다. “우리 술 한 잔 하고 같이 잘래요?”, “너 나랑 정말 자고 싶냐?” 등 아슬아슬한 대사들이 이어지며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한다.
중년여성 욕망 그린 뮤지컬 ‘쿠거’
아트 누드쇼 ‘크레이지 호스’ 등
성적 판타지 직설적 표현하되
메시지 담고 작품성으로 승부
20~60대까지 아우르며 흥행 최근 쏟아지는 다양한 장르의 19금 공연은 ‘청소년관람불가’를 전면에 내세운다. 더 많은 잠재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연령 제한을 없앴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뮤지컬 <쿠거>의 경우 애초 ‘15세 관람가’에서 ‘19금’으로 관람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노우성 연출은 “원작에 견줘 한국 넘버에 쓰이는 언어들이 훨씬 수위가 높고 직접적이다. 미국식으로 함축된 성적 유머를 한국어로 풀어내다보니 더 센 언어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지 호스>는 지난 1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및 추천에서 공연 허가를 받지 못했다가 2월 재심의를 통해 ‘19금 등급’을 받은 사실을 홍보에 적극 이용했다. 하지만 ‘19금’ 딱지가 붙었다고 단순히 눈요기에만 초점을 맞춘 질 낮은 공연은 아니다. 그저 ‘벗기는 것’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관객을 유혹했던 예전과 달리,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거>는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박해미·김선경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진정한 자아찾기라는 주제 속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만했던 중년 여성들에게 “내 삶의 여왕이 되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물랑루즈·리도쇼와 함께 파리 3대 쇼로 불리는 65년 전통의 <크레이지 호스>는 ‘전위 예술’에 가깝다. 여성의 나체를 캔버스 삼아 화려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쳐보인다. 크리스찬 루부탱·칼 라커펠트·장 폴 고티에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협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스터쇼> 역시 지난달 일본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관객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아내와 함께 <크레이지 호스>를 관람한 임영달(31)씨는 “성숙한 성인들이 이런 쇼를 즐기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야하다기보다 공연 예술의 한 종류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쿠거>를 본 이오영(50)씨는 “중년 아줌마에게 딱인 화끈한 입담이 반가웠다. 앞으로도 건강한 19금 공연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사회가 성적으로 점차 개방되고 텔레비전·영화 등 대중 장르에서 ‘19금 콘텐츠’의 노출 빈도가 잦아지니 19금 공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며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화끈하게 보고 즐기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관객이 늘어나고, 시장도 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최근 공연계에 남녀의 성적 판타지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19금 공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벗기는 것’에만 집착했던 과거와 달리 작품성과 완성도를 갖춘 예술성 있는 작품들도 늘었다. 사진은 뮤지컬 <쿠거>.
뮤지컬 <크레이지 호스>.
뮤지컬 <미스터쇼>.
아트 누드쇼 ‘크레이지 호스’ 등
성적 판타지 직설적 표현하되
메시지 담고 작품성으로 승부
20~60대까지 아우르며 흥행 최근 쏟아지는 다양한 장르의 19금 공연은 ‘청소년관람불가’를 전면에 내세운다. 더 많은 잠재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연령 제한을 없앴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뮤지컬 <쿠거>의 경우 애초 ‘15세 관람가’에서 ‘19금’으로 관람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노우성 연출은 “원작에 견줘 한국 넘버에 쓰이는 언어들이 훨씬 수위가 높고 직접적이다. 미국식으로 함축된 성적 유머를 한국어로 풀어내다보니 더 센 언어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지 호스>는 지난 1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및 추천에서 공연 허가를 받지 못했다가 2월 재심의를 통해 ‘19금 등급’을 받은 사실을 홍보에 적극 이용했다. 하지만 ‘19금’ 딱지가 붙었다고 단순히 눈요기에만 초점을 맞춘 질 낮은 공연은 아니다. 그저 ‘벗기는 것’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관객을 유혹했던 예전과 달리,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거>는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박해미·김선경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진정한 자아찾기라는 주제 속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만했던 중년 여성들에게 “내 삶의 여왕이 되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물랑루즈·리도쇼와 함께 파리 3대 쇼로 불리는 65년 전통의 <크레이지 호스>는 ‘전위 예술’에 가깝다. 여성의 나체를 캔버스 삼아 화려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쳐보인다. 크리스찬 루부탱·칼 라커펠트·장 폴 고티에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협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스터쇼> 역시 지난달 일본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관객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아내와 함께 <크레이지 호스>를 관람한 임영달(31)씨는 “성숙한 성인들이 이런 쇼를 즐기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야하다기보다 공연 예술의 한 종류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쿠거>를 본 이오영(50)씨는 “중년 아줌마에게 딱인 화끈한 입담이 반가웠다. 앞으로도 건강한 19금 공연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사회가 성적으로 점차 개방되고 텔레비전·영화 등 대중 장르에서 ‘19금 콘텐츠’의 노출 빈도가 잦아지니 19금 공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며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화끈하게 보고 즐기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관객이 늘어나고, 시장도 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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