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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악! 소리나는 현실 빵! 터지는 웃음

등록 2015-05-20 19:02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리뷰] 뮤지컬 ‘유린타운’
“우리에게 자유롭게 오줌 눌 권리를 허하라.”

뮤지컬 <유린타운>은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런 울부짖음이다. 제목부터가 ‘오줌마을’이란 뜻으로, ‘배설’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소재로 한다.

극심한 물 부족 현상으로 겨우 물 한 컵으로 목욕을 해야 하는 시대. 아무데서나 볼 일을 보면 안 된다. “사적인 용무는 공적인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윽박지르는 경찰들은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을 체포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비밀스런 공간인 ‘유린타운’으로 추방한다. 이렇게 ‘유료 화장실 사용권’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기업 ‘쾌변 주식회사’와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가난한 스트롱 영감이 담벼락에 볼 일을 보다 유린타운으로 쫓겨나고, 쾌변주식회사는 또다시 화장실 사용료를 인상하려 한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스트롱 영감의 아들 바비를 중심으로 폭동을 일으킨다.

‘배설’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
권력의 위선·부조리 등 풍자
묵직한 주제 유쾌하게 풀어내

<유린타운>은 잘빠진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넘쳐난다. ‘쾌변 주식회사’사장인 콜드웰이 상원의원과 결탁하는 장면은 고질적 ‘정경유착’의 고리를 은유한다. “또 화장실 사용료를 올리냐”고 원성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모든 게 다 오르고 내리는 건 빗물뿐’이라고 자조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꼭 닮았다.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해달라”는 독점 기업의 비논리는 현재 위정자의 황당한 어법과 닮았다. 이 모든 위선과 부조리는 현실과 맥이 닿아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유린타운>이 지배계급(자본가)의 모습만을 꼬집는 것은 아니다. 쉽게 뭉치지만 쉽게 흩어지고, 작은 균열에도 불안해하고 흔들리는 ‘대중(민중)’의 문제점도 은연 중에 드러낸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이런 복잡하고 묵직한 주제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낸다는 데 있다. 화장실 사용료 납부를 거부한 시민들이 <레 미제라블>의 한 장면처럼 깃발을 흔들며 봉기하거나, 쾌변주식회사 사장 딸인 호프와 시민군 바비의 사랑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려지는 등 연이은 고전의 패러디도 웃음을 자아낸다.

경찰 록스탁과 어린소녀 리틀 샐리가 극 밖으로 나와 해설자 역할을 겸하는 ‘브레히트 서사극 방식’은 클래식한 기법이지만, 이 역시 오랜만에 보니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록스탁 역의 김대종과 리틀샐리 역 최서연의 능청스런 연기가 빛나는 둘의 ‘만담’은 너무도 익살스럽다. 페니 와이즈와 호프 역에 각각 원캐스팅으로 도전하는 최정원과 아이비의 가창력도 일품이다. 단, 1막의 경쾌하고 신선한 흐름이 2막에서 다소 늘어지는 점, 결말이 너무 서둘러 맺어지는 점은 조금 아쉽다.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귀환한 <유린타운>은 왜 예술이 현실의 반영인가를 곱씹게 한다. 대사 한 줄, 노래 한 마디 마다 환호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유린타운>이 바로 이 시점에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한다. 8월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1544-155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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