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그린플러그드 서울 무대에 선 엠에프비티와이 멤버들. 왼쪽부터 타이거JK, 윤미래, 비지.
‘MFBTY’로 바닥 딛는 타이거JK
윤미래·비지와 만든 프로젝트 그룹
외국발 소문으로 한국 차트 역주행
“우린 힙합 아닌 언더그라운드 K팝”
윤미래·비지와 만든 프로젝트 그룹
외국발 소문으로 한국 차트 역주행
“우린 힙합 아닌 언더그라운드 K팝”
“원래 심한 욕설을 퍼붓는 스타일인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페스티벌이니까 오늘은 그러지 않을 거에요. ‘발라버려!’ 이런 말도 쓰지 않을게요. 다같이 출렁거려!” 5월24일 밤 9시 ‘2015 그린플러그드’의 마지막 무대는 심하게 출렁거렸다. 타이거 제이케이(JK), 윤미래, 비지(BIZZY) 3명의 프로젝트 그룹 엠에프비티와이(MFBTY) 공연이 시작되면서 잔디밭은 순식간에 클럽 분위기로 변했다. 타이거 제이케이는 객석으로 뛰어내리고 물을 뿌려대며 록 가수처럼 부르짖었다. 공연 직후 무대 뒤편에서 흠뻑 젖은 타이거 제이케이(41·본명 서정권)를 만났다.
■ “모든 것을 잃었다”
타이거 제이케이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중이다. 2014년 2월 국내 1호 팝 칼럼니스트인 그의 아버지 서병후씨가 1년 동안 투병 끝에 그의 무릎에서 돌아가셨다. 타이거 제이케이는 “그때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국내 가요차트 정상에 올랐던 드렁큰타이거 활동으로 한때 “돈이라면 벌 만큼 벌었다. 이제 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할 만큼 아쉬운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을 하지 않으면 다음 끼니를 걱정할 만큼 어렵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그에겐 너무나 익숙한 바닥이다. 2006년 시작된 척수염으로 아직도 하루 4번 약을 먹지 않으면 서 있기도 어렵다고 했다.
엠에프비티와이는 원래 2011년쯤 트위터에서 그들이 했던 “나의 팬이 너의 팬보다 낫다”(MFBTY·My Fans are Better Than Yours)는 농담이 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번지며 시작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농담으로 시작해 재미로 2013년 싱글앨범 ‘스윗 드림’을 냈는데 해외에서 대박이 났어요. 깐드 미뎀 페스티벌에 초청됐죠. 그래도 좋구나, 하곤 멤버들이 각자 흩어져 활동하려고 했는데 팬들이 아버지가 투병하실 때 끊임없이 쾌유를 비는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죠.”
내리막길이 그렇듯 오르막길도 갑자기 찾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냈던 앨범 <원다랜드>는 4월 첫째주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에서 8위를 차지했다. 엠에프비티와이는 지난달 23일 열린 드림콘서트에도 초대됐다. 외국발 입소문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앨범의 몇몇 노래들은 한국에서도 차트 역주행을 시작했다.
■ “우리는 힙합을 하지 않는다”
“주변에선 ‘윤미래와 엠에프비티와이’나 ‘드렁큰 타이거와 엠에프비티와이’로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데 출발이 팬에게서 왔는데 그럴 수가 있나요. 어쨌거나 3년 만에 방송에 나가보니 힙합 전성시대라고 하는데 여전히 아닌 거에요. 디제이, 드럼, 브이제이 다 빼고 춤과 랩만 하라고 하대요. 그래서 어렵지만 가던 길 가자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어요.”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들은 지금 “테이프 시절로 돌아간 듯 오로지 공연장 입소문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타이거 제이케이는 20대 여성이 대부분인 관객들을 의식해 “대부분 우릴 몰랐을 텐데 아는 척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지만 드렁큰타이거 시절부터 그를 아는 사람도 이 무대는 낯설었다. 힙합곡으로 시작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풍문으로 들었소’, 밥 말리 ‘재밍’에다 트로트곡들까지 3~4소절씩 치고 빠지는 속도감 있는 즉흥 연주는 재즈 공연과도 비슷했다. 유희열이 피처링한 ‘헬로우 해피’, 전인권이 함께 한 ‘사랑과 평화’, 방탄소년단이 합세한 ‘부끄부끄’가 담긴 앨범 <원다랜드> 자체가 국적 불명, 장르 불명이다.
“힙합은 모든 음악을 누릴 수 있죠. 일렉트로닉이 유행하면 힙합은 거기에 기생하고 록이 뜨면 또 거기에 붙을 수 있어요.” 그는 엠에프비티와이는 힙합 음악 그룹이 아니라 언더그라운드 케이팝 밴드라고 강조했다. “분명 전성기는 아닌데 자꾸 우리에 대한 소문이 웅성거리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대학 축제 무대선 미친 소리 하고, 드림 콘서트엔 최고령자로 끼는 축복받은 시간이죠.” 공연때면 아버지가 남긴 목걸이를 걸고 노래하는 타이거 제이케이는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려 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그린플러그드 서울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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