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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댄스!

등록 2015-06-03 19:40수정 2015-06-03 21:10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오는 11~13일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신작 <적>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오는 11~13일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신작 <적>
영화감독들, 무용계와 ‘콜라보’ 바람

구성·연출 맡은 신작 무대 잇따라
무대를 신으로…무용수 배우 삼아
영상예술가·이야기꾼 장점 발휘
무용 지평 넓히고 감독 커리어 확장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오는 11~13일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신작 <적>(赤)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힘을 쏟고 있는 3일, 장충동 국립극장 연습실 구석에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몸의 움직임에 좀 더 엣지를 만들어줘야 돼.” “의상에 수술이 자꾸 떨어지는데, 고정시켜줘.”

(왼쪽부터) 임필성, 박찬경, 김지운
(왼쪽부터) 임필성, 박찬경, 김지운
무용수들에게 연신 무언가 지시를 하는 그는 안무가도, 음악감독도 아니다. 바로 영화 <헨젤과 그레텔>, <마담 뺑덕>의 임필성 감독. 그는 이 작품의 구성과 연출을 맡아 무용계에 ‘데뷔’한다.

“지난 1월 최진욱 안무가가 ‘욕망’에 관한 작품을 만들려 하는데, 협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인간의 비틀린 욕망’을 다룬 제 영화들을 보고 제안을 한거죠. 5개월 동안 준비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니 영화 개봉 때만큼이나 설레고 초조하네요. 하하하.”

임 감독이 연출한 <적>은 발을 잘라낼 때까지 춤을 멈추지 못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춤’과 ‘욕망’이라는 단어 앞에 자연스레 빨간 구두가 떠올랐다는 임 감독은 <적>에 빨간 구두 이야기의 ‘프리퀄’(원작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을 담았다. “춤추고 싶은 욕망을 감추고 살던 여자가 3명의 남자 춤꾼에게 빠져 그들을 따라나서요. 한 번 발현된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여자가 신은 흰색 신발은 피로 물들어 빨간색으로 변하게 되죠.” 낭떠러지에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가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무모한 욕망이 ‘빨간 구두’를 만들어냈다는 설정이다. 임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처럼 무대를 하나의 신(장면)으로, 무용수를 배우로 상정하고 작업을 했다”며 “최근 영화가 상업화 되면서 감독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기가 힘들어졌는데, 무용에서는 되레 그런 고집을 권장한다. 창작자로서의 야생성이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용계에 영화감독과의 ‘콜라보’(협업)바람이 불고 있다. 영상예술가이자 이야기꾼인 영화감독의 힘을 빌려 무대 연출에 시각적 요소와 영상기법을 강화하고, 무용에 뚜렷한 스토리를 입혀 관객들의 이해를 돕겠다는 의도다. 무용의 지평을 넓히고, 동시에 감독에게도 커리어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5~7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공일차원>
5~7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공일차원>
독립영화 <만신>을 만든 박찬경 감독은 5~7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공일차원>의 시각연출을 맡았다. <공일차원>은 세속화된 자본주의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 영웅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공’(0)과 ‘일’(1)은 디지털 시대를 이루고 있는 주요 언어를 상징한다. 박찬경 감독은 “무대와 영상, 의상과 조명 콘셉트, 홍보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시각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 참여했다. 현대무용이 추상적이라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데, 영화감독으로서의 장점을 살려 비언어적인 몸짓의 시각화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감독을 맡기도 했던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의 공간 배경을 가상 또는 환상의 세계에 가깝게 설정했다. 이를 부각하기 위해 실사·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활용해 무대 위에 거대한 우주선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할 계획이다.

영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도 오는 11월 공연 예정인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 왕자>를 연출한다. 생텍쥐페리의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차용하되, 영상작업을 활용해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살릴 예정이다. 김 감독은 2005년에도 안애순 단장이 연출한 무용극 <세븐+1: 복수는 가슴 아픈 것>의 대본을 써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배우들에게 연기 주문을 하다보면 몸의 움직임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진다. 인간의 몸을 가장 아름답고 강하게 표현하는 무용가들과의 작업은 그런 면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장은 영화감독들의 무용 작업 참여를 관습적인 장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예술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단장은 “컨템포러리(현대)라는 것 자체가 틀을 깨는 실험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지금까지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국립’무용단들이 타 장르에 문을 열고 적극 협업에 나서는 것은 영화감독들의 영상 구현 능력, 편집 능력 등이 관객과의 소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무용단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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