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한국 인디시장
해외 활동으로 돌파구
록에서 포크로 장르도 확장
해외서 어린 시절 보내면서
자연스레 영어로 창작하기도
해외 활동으로 돌파구
록에서 포크로 장르도 확장
해외서 어린 시절 보내면서
자연스레 영어로 창작하기도
5월22일 2인조 밴드 ‘니들앤젬’은 그들의 첫번째 음반 <비포 던>을 냈다. 포크 발라드 스타일인 이 음반에 실린 6곡의 가사는 모두 영어다. 앞서 18일 그룹 ‘후후’도 영어로 쓴 노래 12곡을 모아 첫번째 정규앨범 <오예>를 냈다. 신인만이 아니다. 2010년에 데뷔해 5장의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여태껏 발표한 노래 중 90%가 영어 가사로만 돼있다. 플링, 원트릭포니스, 플러그드 클래식, 크림 파스타, 싱어송라이터 조승우…. 미러볼 뮤직에서 꼽아보니 최근 이 회사를 통해 음반을 낸 뮤지션들 중 영어로만 노래하는 밴드들이 상당하다. 2000팀 정도 되는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는 플랫폼 ‘네이버 뮤지션리그’에서도 영어 노래가 퍼진다. 뮤지션리그를 담당하는 황수경 매니저는 “처음엔 주로 솔루션스, 매스그램 같은 록 밴드들만 영어로 노래했지만 주니 킴, 니들앤젬, 블루 아일리스, 플링 등 포크·팝·일렉트로닉 장르로까지 영어 노래들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 한국 인디는 해외 지향, 인종 혼합중
이들이 영어로 노래하는 이유는 해외시장이 인디밴드들에게 돌파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 록 ‘프럼 디 에어포트’도 영어로만 노래한다. 기타를 맡은 마일로는 “아이돌이 지배하는 한국 음악시장에선 소속사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100곳 정도 되는 외국 음악 블로거나 커뮤니티에 우리 음악을 보냈더니 입소문이 퍼지면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럼 디 에어포트는 2013년 미국 인디음악 포털 ‘인디 셔플’에서 1위를 차지한 <타임라인즈>, 2012년 영국 <가디언>에 주목할 만한 음반으로 소개된 <컬러스> 등 해외를 겨냥한 싱글앨범을 3장 낸 끝에 올해 1월 한국에서 첫번째 정규앨범을 냈다. 해외 활동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칠리뮤직 이준상 대표는 “미국에선 대학가나 외국의 새로운 음악만 발굴하려는 기획자들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엔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만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있다. 척박한 한국 인디시장엔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 대표는 또 “케이팝을 넘어서 케이록, 케이 인디를 찾는 해외팬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일렉트로닉이나 록처럼 국적이 아니라 장르로 음악을 소비하는 현상이 늘고 있는 맥락에서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많은 음악팬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서 새 뮤지션을 찾는다. 좁고 깊은 음악소비 행태에서 자연스레 언어와 국적이 혼합된 새로운 음악 경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 뮤지션 아닌 관객 자신이 중심, 공연장 문화도 변화
음반기획·유통사인 사운드홀릭 이정석 본부장은 공연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공연장 관객들은 환호하고 심취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요즘 영어로 된 한국 뮤지션의 노래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보면 마치 공연장의 셀러브리티 같은 인상이다. 영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스스로 멋있어지는 느낌을 즐기기도 하고, 음악을 흡수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뮤지션 중심이 아닌 나 위주의 관람 형태가 트렌드인 요즘 공연장에서 영어노래가 잘 맞는다”는 것이다. 사운드홀릭에선 글렌체크, 커먼 그라운드 등 소속 음악인 7팀 중 5팀이 영어로만 노래한다.
니들앤젬은 캐나다에서 결성됐다. 프럼 디 에어포트의 지는 캐나다, 스위스, 프랑스 등을 돌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외 음악이 더 익숙했던 음악인들이 영어로 창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외국 뮤지션과는 또다른 음악을 만든다.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는 “해외 콘텐츠에 가까운 이들 노래를 들어보면 멜로디나 악기 등이 현지 음악과 흡사하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이 얹힌다”고 평했다.
“미국 음반 리뷰 사이트 피치포크 사이트에서 차트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는 프럼 디 에어포트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밴드가 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노래를 들려주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13년 후지티브이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에서 파이널 우승, 독일 음악 네트워크 송스 앤 위스퍼스 초청 유럽 투어, 2014년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참가 등 화려한 해외 경력을 지닌 가수 최고은도 마찬가지다. 단일한 언어와 음악적 배경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의 눈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각 뮤지션 제공
니들앤젬
글렌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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