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사진 테이크노트 제공
투병하며 만든 11집 앨범 ‘50’ 펴내
“‘쇼는 계속돼야 한다’ 참뜻 알게 돼”
“‘쇼는 계속돼야 한다’ 참뜻 알게 돼”
나이 오십, 인생의 셈이 시작될 나이다. 가수 안치환은 지난해 직장암을 선고받고 혹독한 셈을 치렀다. “나는 암환자 한동안 멍 때렸지만 이젠 담담해 케모포트를 심고 항암을 처음 맞던 날 눈물이 났어.” 그가 2014년 5월 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침대에서 쓴 노래 ‘나는 암환자’다.
안치환이 투병 1년 동안 만든 노래들을 모아 11집 앨범 <50>을 냈다. “낯선 상황과 육체적 고통, 그 불안함”이 노래가 됐다는 그를 17일 서울 연희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고통,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나는 딴따라니까 출근하듯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수척했지만 밝았다.
10집 <오늘이 좋다>를 낸 것이 2010년. 계획대로라면 그는 포크송 계열의 노래로 채워진 11집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인생의 옐로카드’를 받고 뜻하지 않았던 음반을 냈다. ‘사랑이 떠나버려 나는 울고 있어’로 시작해 ‘나는 암환자’나 ‘병상에 누워’를 거쳐 ‘천국이 있다면’ ‘레테의 강’으로 이어지는 이번 음반은 삶과 죽음에 관련된 1년의 기록이다. 하지만 결코 슬프거나 애잔하지만은 않다. 보컬이 기타와 드럼 소리를 누르며 “내 목숨 주인은 암이 아니라 널 이겨낼 나”라고 선언하는 노래 ‘나는 암환자’나, 피아노와 함께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난 머물지 않는 바람의 영혼”이라고 노래하는 ‘바람의 영혼’은 장중하고 당당하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의 진짜 뜻을 알았다”는 그는 시인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희망을 만드는 사람’에서 트럼펫, 색소폰, 트럼본 등의 브라스밴드와 함께 신나게 불고 두드리며 리듬을 타기도 한다. “꿈의 소풍을 떠나 부디 행복하라”고 당부하는 ‘천국이 있다면’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바치는 노래기도 하지만 수술받기 전 자신의 마음도 들어간 듯하다고 했다. 약속과 다짐, 좌절과 허무함, 너의 슬픔과 나의 고통, 안치환의 <50>은 나이 오십처럼 갖가지 정서가 겹쳐 있다.
가수는 음반 마지막에 돌연히 주먹을 쥔다. 노래 ‘셰임 온 유’에서 위정자들의 이름을 대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부르짖는다. “담배도 끊고 먹을거리, 생활습관 다 바뀌었는데, 단 하나 성질은 안 바뀌더라고요.”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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