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재인.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3번째 미니앨범 낸 가수 장재인
20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유명해졌고 21살에 본격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23살, 연주는 물론 쉬운 동작도 잘 되지 않는 병을 얻었다. 음악을 못 하나 싶었는데 다시 추슬러 마이크 앞에 섰다. 25살 가수 장재인(사진)이 3번째 미니 앨범 <리퀴드>를 냈다. 물 흐르듯 가겠다는 앨범 이름처럼 세련된 분위기에 깊이도 더해졌다. 2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장재인은 “이젠 아쉬운 게 없다. 난 지금 잘하고 있다”며 웃었다.
‘근긴장이상증’ 발병 음악생활 난관
작곡 대신 가사만 붙인 이번 앨범
한결 세련되고 다듬어진 음악 나와
“아쉬운 거 없어요, 잘하고 있어요” 스무살의 유명세에는 치러야 할 것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된 이유나 집안 문제가 얘깃거리가 되었을 때 자신을 설명하거나 방어하는 법을 잘 몰랐다. “자신을 지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주눅들 때마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땅바닥에 떨어지려던 마음이 추슬러져요. 다른 하나는 저 사람이 바라보는 장재인과 나는 상관없다고 선을 긋는 거예요. 남의 시선이 나한테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몇번을 되뇌면 가벼워져요.” 스무살 땐 방송이 생소하고 힘들기만 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이번엔 인기를 제대로 즐길 것이라고 웃기도 했다. 그때 허리를 펴기 위해 만들었던 노래가 첫번째 미니 앨범에 실렸던 ‘장난감 병정들’이었을 것이다. 첫 앨범에선 작사·작곡·연주·프로듀싱까지 한껏 욕심을 냈지만 이번 앨범에선 정석원, 윤종신, 조정치 등이 곡을 만들고 장재인은 가사를 붙였다. 근긴장이상증을 얻은 뒤부턴 기타나 건반도 칠 수 없다. 내려놓은 게 많은 음반이었는데 한결 세련되고 다듬어진 음악이 나왔다. “2012년 두번째 앨범 <여름밤>을 냈을 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알았어요. 그전엔 힘있는 보컬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는데 이때부터 자연스러워졌어요.” 대학생이 사회인이 된 듯 노래는 성숙하고도 분명해졌다.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리퀴드>는 하룻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일단 밥을 먹자고 말하는 ‘밥을 먹어요’, 원하는 걸 얻으면 사라질 남자의 마음을 짐작하는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야’처럼 6곡 모두 철저하게 여자의 시선으로, 장재인 자신의 경험에서 썼다고 했다. “도입부부터 끝까지 흐름을 타듯 감정 서술에 주력한다”는 장재인은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야’를 부르면서 앞으로 내 보컬이 갈 길을 발견한 듯하다”고 했다. 포크 가수인 그가 아르앤비나 솔 같은 느낌을 더해 부른 곡이다. ‘나의 위성’은 장재인만의 중성적이면서 독특한 음색이 한껏 표현된 노래다. “몇년 전에 불렀던 노래를 다시 들어봤는데 내 기억 속에 있던 노래보다 훨씬 괜찮더라고요. 내가 나를 다시 봤어요. 그 나이에 그만하면 잘한 거죠.” <리퀴드>는 자신을 재평가한 끝에 만들어진 노래고, 굳이 누군가의 평가나 인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에선 굳이 작곡 욕심을 내진 않았어요. 스타일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집에선 가끔 기타를 치지만 공연할 때도 치려고 들면 내가 내 몸을 힘들게 할까봐 굳이 연주하려 하지 않아요.” 장재인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왜 굳이 해야 하냐’는 것이다. “내게 남은 시간은 너무 길고 음악은 많으니까 굳이 지금 애쓰지 않겠다”는 말은 지금 장재인을 지키는 주문 같은 말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작곡 대신 가사만 붙인 이번 앨범
한결 세련되고 다듬어진 음악 나와
“아쉬운 거 없어요, 잘하고 있어요” 스무살의 유명세에는 치러야 할 것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된 이유나 집안 문제가 얘깃거리가 되었을 때 자신을 설명하거나 방어하는 법을 잘 몰랐다. “자신을 지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주눅들 때마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땅바닥에 떨어지려던 마음이 추슬러져요. 다른 하나는 저 사람이 바라보는 장재인과 나는 상관없다고 선을 긋는 거예요. 남의 시선이 나한테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몇번을 되뇌면 가벼워져요.” 스무살 땐 방송이 생소하고 힘들기만 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이번엔 인기를 제대로 즐길 것이라고 웃기도 했다. 그때 허리를 펴기 위해 만들었던 노래가 첫번째 미니 앨범에 실렸던 ‘장난감 병정들’이었을 것이다. 첫 앨범에선 작사·작곡·연주·프로듀싱까지 한껏 욕심을 냈지만 이번 앨범에선 정석원, 윤종신, 조정치 등이 곡을 만들고 장재인은 가사를 붙였다. 근긴장이상증을 얻은 뒤부턴 기타나 건반도 칠 수 없다. 내려놓은 게 많은 음반이었는데 한결 세련되고 다듬어진 음악이 나왔다. “2012년 두번째 앨범 <여름밤>을 냈을 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알았어요. 그전엔 힘있는 보컬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는데 이때부터 자연스러워졌어요.” 대학생이 사회인이 된 듯 노래는 성숙하고도 분명해졌다.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리퀴드>는 하룻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일단 밥을 먹자고 말하는 ‘밥을 먹어요’, 원하는 걸 얻으면 사라질 남자의 마음을 짐작하는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야’처럼 6곡 모두 철저하게 여자의 시선으로, 장재인 자신의 경험에서 썼다고 했다. “도입부부터 끝까지 흐름을 타듯 감정 서술에 주력한다”는 장재인은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야’를 부르면서 앞으로 내 보컬이 갈 길을 발견한 듯하다”고 했다. 포크 가수인 그가 아르앤비나 솔 같은 느낌을 더해 부른 곡이다. ‘나의 위성’은 장재인만의 중성적이면서 독특한 음색이 한껏 표현된 노래다. “몇년 전에 불렀던 노래를 다시 들어봤는데 내 기억 속에 있던 노래보다 훨씬 괜찮더라고요. 내가 나를 다시 봤어요. 그 나이에 그만하면 잘한 거죠.” <리퀴드>는 자신을 재평가한 끝에 만들어진 노래고, 굳이 누군가의 평가나 인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에선 굳이 작곡 욕심을 내진 않았어요. 스타일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집에선 가끔 기타를 치지만 공연할 때도 치려고 들면 내가 내 몸을 힘들게 할까봐 굳이 연주하려 하지 않아요.” 장재인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왜 굳이 해야 하냐’는 것이다. “내게 남은 시간은 너무 길고 음악은 많으니까 굳이 지금 애쓰지 않겠다”는 말은 지금 장재인을 지키는 주문 같은 말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