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내한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벨마 테라 매클라우드(왼쪽)가 한국 벨마 최정원(영어 이름 재키)을 만났다. “외모만 보고 재키가 나보다 한참 어린 줄 알았다”는 테라는 17살짜리 딸이 있다는 최정원의 말에 “풀타임 잡(엄마)과 파트타임 잡(배우)에서 모두 성공했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2년 만의 내한공연 뮤지컬 ‘시카고’ 테라 매클라우드-최정원 인터뷰
“살고 싶은 인생 찾아 원하는 대로 살아요/ 멋진 남편 있다 해도 바람피울 수 있죠/ 그래요. 다 괜찮아. 멋지잖아. 즐겁잖아. 훌륭하고 대단해/ 또 모르죠. 50년 후에는 달라지겠지만, 이대로 좋아. 지금은….” 두 여배우는 자리에 마주 앉자마자 뮤지컬 <시카고>의 마지막 넘버인 ‘나우어데이즈’(nowadays)를 흥얼거렸다.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한국 벨마’의 말에 ‘브로드웨이 벨마’가 맞장구를 쳤다. “저도 이 노래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통하는 데가 있네요.” 12년 만의 <시카고> 내한공연이 열리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한국 벨마’ 최정원과 ‘브로드웨이 벨마’ 테라 매클라우드가 지난 24일 만났다. 최정원은 2000년 한국 초연부터 지난해 10번째 시즌까지 줄곧 <시카고>와 함께했다. 2006년까지 록시 하트 역을, 2007년부터는 벨마 켈리 역을 맡아왔다. 캐나다 출신인 테라는 2003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벨마로 살아왔다. 두 배우는 <시카고> 시즌이 되면 다른 작품을 모두 내려놓고 달려갔다. 그만큼 남다른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벨마’ 테라 매클라우드
최정원 덕에 한국관객 기대 높을듯
시카고는 나라별 작품 다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 선물할게요 ‘한국 벨마’ 최정원
29살에 처음 역할 맡아 이젠 46살
15년 다져진 연륜 격렬한 춤 거뜬
더 관능적인 벨마로 살고 싶어 “재키(최정원의 영어 이름)가 저보다 <시카고> 선배네요. 록시와 벨마를 모두 경험했다니 부러워요. 록시 역이 훨씬 더 층위가 다양한 연기를 맛볼 수 있죠. 전 록시 오디션에 도전할 때마다 늘 ‘벨마로 다시 오디션 봐’라는 소리만 들었어요. 하하하.”(테라) “테라의 이미지가 강인해 보여 벨마 역에 딱인 것 같아요. 저는 록시와 벨마 둘 다 하며 ‘개성이 부족한가’ 하는 고민도 했거든요.”(정원) <시카고>는 재즈와 갱 문화가 만연했던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배우 벨마 켈리와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 록시 하트가 살인죄로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1975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이다. 40년, 긴 세월 동안 계속되는 <시카고>의 매력은? “1920년대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죠. 부패·사기·언론플레이…. 돈이면 다 되는 그런 세태를 춤과 노래와 연기가 골고루 섞인,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뮤지컬로 풍자한 작품이라서가 아닐까요?”(정원) “전적으로 동의해요. 언론플레이를 예로 들죠. 요즘 트위터·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를 통해 잘못된 정보만으로 미화된 이야기가 얼마나 많나요? 그런 걸 조롱하는 블랙코미디인 <시카고>는 가장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작품이죠.”(테라) 최정원의 공연 영상을 본 테라는 한국 관객의 기대 수준이 얼마나 높을까 싶어 매 공연 긴장된다고 했다. “영어·불어 공연 모두 해봐서 그런지 저는 각 나라 <시카고>는 그 자체로 오리지널이란 생각이 강해요. 이번엔 브로드웨이 버전을 한국 관객에게 선물하는 셈이죠.”(테라) “브로드웨이에서 <시카고>를 8번 봤는데도 내한공연 한다니 설레더군요. 한국 팬의 한 사람으로서 비행기 삯 번 느낌이랄까?”(정원) 검은 망사스타킹에 시스루 의상을 입고 격렬한 춤을 추는 <시카고>에 출연하려면 ‘몸 관리’가 필수다. 15년 가까이 몸매를 유지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는 두 배우는 그 비결을 ‘관록과 연륜’이라 했다. “어렸을 땐 공연장과 헬스장만 오가며 엄청 관리했죠. 이젠 하루 20분 자전거와 요가 정도? 우리 나이에 무리하면 다쳐요.”(테라) “저도 최근엔 수영만 해요. 격렬한 운동 안 해도 15년 다져진 연륜이 몸과 마음을 변함없이 유지하게 하나 봐요.”(정원) 연륜·관록 얘기가 나오자, 둘은 슬그머니 서로 나이를 물었다. 테라는 42살, 최정원은 46살. 2003년 러네이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 주연의 영화가 히트를 치며 젊은 배우들이 <시카고> 무대에 서고 있지만, 오리지널 대본에 벨마는 40대 이상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29살에 처음 벨마 역을 맡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맛과 멋이 있었나 싶어요. 이 작품은 관객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물주물할 수 있는 성숙한 여배우가 해야 해요.”(테라) “맞아요. 그래서인지 <시카고>를 하면 여자로서는 나이 드는 것이 서운하지만 배우로서는 기대하게 돼요. 내가 60살에 연기하는 벨마는 어떤 모습일까? 60살 넘어서도 벨마 역을 한 브로드웨이의 전설 ‘치타 리베라’도 있고, 한국엔 인순이 선배님도 계시니.”(정원) “재키, 춤을 출 수 있는 한은 우리도 벨마로 살아요. 꼭! 70살까진 문제없어요.”(테라) “물론이죠. 꽃답진 않지만 우린 점점 더 관능적이고 농염해질 테니까.”(정원) 8월8일까지. 1544-155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최정원 덕에 한국관객 기대 높을듯
시카고는 나라별 작품 다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 선물할게요 ‘한국 벨마’ 최정원
29살에 처음 역할 맡아 이젠 46살
15년 다져진 연륜 격렬한 춤 거뜬
더 관능적인 벨마로 살고 싶어 “재키(최정원의 영어 이름)가 저보다 <시카고> 선배네요. 록시와 벨마를 모두 경험했다니 부러워요. 록시 역이 훨씬 더 층위가 다양한 연기를 맛볼 수 있죠. 전 록시 오디션에 도전할 때마다 늘 ‘벨마로 다시 오디션 봐’라는 소리만 들었어요. 하하하.”(테라) “테라의 이미지가 강인해 보여 벨마 역에 딱인 것 같아요. 저는 록시와 벨마 둘 다 하며 ‘개성이 부족한가’ 하는 고민도 했거든요.”(정원) <시카고>는 재즈와 갱 문화가 만연했던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배우 벨마 켈리와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 록시 하트가 살인죄로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1975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이다. 40년, 긴 세월 동안 계속되는 <시카고>의 매력은? “1920년대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죠. 부패·사기·언론플레이…. 돈이면 다 되는 그런 세태를 춤과 노래와 연기가 골고루 섞인,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뮤지컬로 풍자한 작품이라서가 아닐까요?”(정원) “전적으로 동의해요. 언론플레이를 예로 들죠. 요즘 트위터·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를 통해 잘못된 정보만으로 미화된 이야기가 얼마나 많나요? 그런 걸 조롱하는 블랙코미디인 <시카고>는 가장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작품이죠.”(테라) 최정원의 공연 영상을 본 테라는 한국 관객의 기대 수준이 얼마나 높을까 싶어 매 공연 긴장된다고 했다. “영어·불어 공연 모두 해봐서 그런지 저는 각 나라 <시카고>는 그 자체로 오리지널이란 생각이 강해요. 이번엔 브로드웨이 버전을 한국 관객에게 선물하는 셈이죠.”(테라) “브로드웨이에서 <시카고>를 8번 봤는데도 내한공연 한다니 설레더군요. 한국 팬의 한 사람으로서 비행기 삯 번 느낌이랄까?”(정원) 검은 망사스타킹에 시스루 의상을 입고 격렬한 춤을 추는 <시카고>에 출연하려면 ‘몸 관리’가 필수다. 15년 가까이 몸매를 유지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는 두 배우는 그 비결을 ‘관록과 연륜’이라 했다. “어렸을 땐 공연장과 헬스장만 오가며 엄청 관리했죠. 이젠 하루 20분 자전거와 요가 정도? 우리 나이에 무리하면 다쳐요.”(테라) “저도 최근엔 수영만 해요. 격렬한 운동 안 해도 15년 다져진 연륜이 몸과 마음을 변함없이 유지하게 하나 봐요.”(정원) 연륜·관록 얘기가 나오자, 둘은 슬그머니 서로 나이를 물었다. 테라는 42살, 최정원은 46살. 2003년 러네이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 주연의 영화가 히트를 치며 젊은 배우들이 <시카고> 무대에 서고 있지만, 오리지널 대본에 벨마는 40대 이상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29살에 처음 벨마 역을 맡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맛과 멋이 있었나 싶어요. 이 작품은 관객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물주물할 수 있는 성숙한 여배우가 해야 해요.”(테라) “맞아요. 그래서인지 <시카고>를 하면 여자로서는 나이 드는 것이 서운하지만 배우로서는 기대하게 돼요. 내가 60살에 연기하는 벨마는 어떤 모습일까? 60살 넘어서도 벨마 역을 한 브로드웨이의 전설 ‘치타 리베라’도 있고, 한국엔 인순이 선배님도 계시니.”(정원) “재키, 춤을 출 수 있는 한은 우리도 벨마로 살아요. 꼭! 70살까진 문제없어요.”(테라) “물론이죠. 꽃답진 않지만 우린 점점 더 관능적이고 농염해질 테니까.”(정원) 8월8일까지. 1544-155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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