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이 이번엔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했다.
49일간의 ‘저승판 법정드라마’
윤회사상 담은 무대장치 탁월
윤회사상 담은 무대장치 탁월
누리꾼이 뽑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웹툰’, 단행본 17만권 판매, 라이선스 수출로 일본판 만화잡지 연재, 드라마 판권 판매에 이어 2016년 하정우·원빈 주연의 영화로 제작 예정….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 사례인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이 이번엔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이 오른 서울예술단의 <신과 함께: 저승편>은 원작의 강점에 무대예술의 특성을 잘 얹어낸 잘빠진 작품이다. 원작 속 캐릭터가 펄떡이며 살아 있고, 만화적 상상력을 시각화한 무대 연출은 독창적이다.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삶을 살던 소시민 김자홍이 39살에 요절한다. 저승행 급행열차를 타고 도착한 저승 입구에서 기다리는 이는 국선 변호사 진기한. 김자홍은 천재 변호사 진기한의 도움으로 49일 동안 7번의 험난한 재판을 받게 된다. ‘사후세계판 법정드라마’인 셈이다. 여기에 저승차사의 이야기가 얽혀든다. 강림도령과 해원맥, 덕춘은 원귀 유성연을 저승으로 인도하다 놓친다. 유성연을 찾아 나선 셋은 그가 군 복무 중 의문사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고 원한을 풀어주기로 한다.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유기적인 짜임새를 자랑한다. ‘죽는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라며 죄의 무게를 달아 벌을 주는 저승의 정의는 권선징악의 명료한 진리와 함께 카타르시스를, 이승보다 더 인간적인 저승의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차진 스토리만큼이나 큰 장점은 무대장치. 신문지로 도배된 지름 17미터의 거대한 원형 바퀴가 경사지게 놓여 있다. 신문지는 이승의 죄와 업을 상징한다. 바퀴 안쪽 바닥엔 80㎡의 엘이디 스크린을 깔았다. 엘이디 스크린은 매 순간 스펙터클하게 변하며 다양한 지옥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원형 바퀴 위, 저승인 바퀴 안, 이승인 바퀴 밖으로 나뉜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필요 이상으로 과한 요즘 뮤지컬들의 무대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동양 전통의 ‘윤회사상’을 담은 빼어난 장치다. 원작 팬들에겐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의 외모와 연기도 볼거리. 강림도령 송용진의 ‘자뻑’ 오버 연기와 강림을 향한 덕춘 김건혜의 손발 오글거리는 애정공세는 큰 웃음을 안겨준다. 7개 지옥의 각양각색 판관들, 귀여운 앙숙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커피숍 ‘헬벅스’(스타벅스 변용) 등 원작을 살린 ‘현대화된 저승의 모습’도 깜찍한 웃음 포인트다.
다만, 공연시간이 160분으로 너무 길다. 2막은 조금 덜어내고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 좋았겠다. 킬링 넘버가 없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12일까지. (02)523-0986.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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