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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이참에 밴드 결성했죠

등록 2015-07-06 19:26

‘물 만난’ 노라조 인터뷰
왼쪽부터 조빈, 이혁.
왼쪽부터 조빈, 이혁.
“이 노래를 따라 하는 자들, 오늘 집에 가는 길에 애인이 생길 것이다.” 6월26일 서울 홍대 앞 레진코믹스 브이홀 클럽에 약장수가 떴다. 기상천외한 말솜씨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조빈(41)과 3옥타브 곡을 샤우팅 창법으로 소화하는 현란한 보컬 이혁(37)이 활동하는 ‘노라조’라는 이름의 약장수다. 무대도 관객도 취한 듯 정신없이 돌아갔다. 록스타와도 같은 몸짓으로 삿갓도 상투도 객석으로 모두 벗어 던진 조빈이 갑자기 마이크를 붙잡고 공언했다. “이런 공연 맛을 보고 라이브를 안 할 미친 가수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홍대 라이브클럽 데이에 매달 무조건 오겠습니다. 엽기 가수, 행사 가수였던 노라조가 여러분 덕분에 라이브 가수가 될 겁니다.”

“데뷔한 지 10년, 항상 녹음된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관객들도 우리가 얼마나 웃기려나 지켜보는 분위기였지 우리한테 주체할 수 없는 음악의 에너지를 받으리라는 기대 같은 건 안 했다. 나도 그렇지만 10년간 소리나지 않는 기타를 메고 폼만 잡아야 했던 혁이는 더욱 결핍의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조빈이 덧붙였다. 노라조는 얼마 전 기타리스트 송준호·서강희를 데려와 보컬 이혁, 춤추고 노래하는 조빈, 드럼 등으로 본격 밴드를 만들었다. 덩치 커진 노라조는 올해 처음으로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에 참가한 데 이어 홍대 라이브 클럽데이, 24일엔 안산엠밸리록페스티벌에도 간다. 조빈은 “메탈밴드 ‘오픈헤드’ 출신인 이혁은 이런 경험이 있었겠지만 나는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에서 난생처음 관객들이 떼로 깃발을 들고 와서 우리 노래에 맞춰 원을 그리며 춤추는 걸 봤다. 눈물이 다 나더라”고 했다.

‘니팔자야’ 뮤직비디오 흥행에
광고까지 2편 찍고 날개 달아
기타·드럼 영입 ‘노라조 밴드’로
24일 안산록페스티벌서 공연도
“망하지 말라고 걱정…고마워요”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는 노라조.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는 노라조.
병맛이지만 스스로를 노홍철이나 유브이 신드롬 정도의 메이저 가수로 여기고 살아온 그들이 방향성을 튼 데는 올해 3월 나온 노래 ‘니팔자야’ 영향이 컸다. “‘니팔자야’는 홍대 인디와도 같은 식으로 작업했다. 둘이 행사 뛰어 번 돈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 공중파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음원사이트 심의까지 걸릴 줄은 몰랐다. ‘최면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자막을 넣으라는데 사기치면서 자막에선 ‘사기 조심하세요’ 경고하는 꼴이라서 싫었다. 결국 유튜브로 갔는데 거기서 갑자기 발동이 걸렸다.” 유튜브 조회수 270만, 노라조가 지금까지 내놓은 모든 뮤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를 기록하면서 둘은 작두를 탔다. 4월엔 50여개 브랜드 이름을 불러대는 ‘광고구걸송’을 부른 덕에 광고도 2편이나 찍었다. 광고구걸송을 부르고 나자 어쩐지 켕겨서 요즘엔 ‘대한민국 동네가게 시엠송 헌정 프로젝트’로 식당, 철물점, 내복집 같은 동네 가게들 시엠송을 만들고 다닌다.

“형은 아이디어가 엄청난 사람이다. 이제 좀 진지한 거 해야 하냐는 생각을 할 즈음이면 또 새로운 걸 쏟아낸다”며 이혁은 조빈에게 공을 돌렸다. “인터넷 검색이 취미”인 조빈과 “천생 록커인” 이혁이 만나 개그같기도 음악같기도, 너무 싼티가 나는 나머지 명품같기도 한 노라조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노라조는 실은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웃기는 타이틀곡 말고는 록이나 헤비메탈 풍의 곡으로 음반을 채워왔다. 양학선 선수의 어머니가 불러 화제가 된 ‘형’이나 11분에 달하는 엄청난 러닝타임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 ‘가이아’ 같은 깊이있는 곡도 여럿이다. “음악이 안좋을 때도 있다. 그런데 록보컬중에 혁이 만큼 노래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쓰레기같은 음악을 하더라도 짠하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이혁을 데려다가 저런 노래를 할까, 빨리 성공해야 할텐데라며 욕하기보다는 안타까워한다”는 게 조빈이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모성애 마케팅’의 핵심이다. “고마운 게 우리가 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광고구걸 동영상에서 한 브랜드 로고를 일베에서 합성한 영상으로 잘못 사용했던 일이 있었다. 문제될만한 큰 실수였는데 ‘빨리 고치라’며 걱정하며 알려주는 사람들, ‘검색하면 그 로고가 너무 많으니 잘못 땄을 것’이라며 쉴드쳐주는(방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곡을 낼 때마다 지레 “자기표절의 절정”이라며 스스로를 욕하는 때문인지, “개발도상국처럼 점점 나아지고 있는 성대”의 잠재력 덕분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결론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음원을 유료구매하고 싶어집니다. 두눈을 깜빡이며 노라조를 영접하세요” (‘니 팔자야’ 중에서)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노라조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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