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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완벽한 재창조…통일뒤 남북이 함께 보는 뮤지컬로”

등록 2015-07-08 19:25수정 2015-07-08 21:52

뮤지컬 <아리랑>의 원작자 조정래 작가(오른쪽)가 막바지 연습 중인 배우들을 격려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조 작가는 “객석에서만 보다 무대 위에 올라오니 신기해서 어리둥절하다”고 웃으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선’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 오른쪽 둘째는 주연 배우 안재욱, 셋째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뮤지컬 <아리랑>의 원작자 조정래 작가(오른쪽)가 막바지 연습 중인 배우들을 격려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조 작가는 “객석에서만 보다 무대 위에 올라오니 신기해서 어리둥절하다”고 웃으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선’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 오른쪽 둘째는 주연 배우 안재욱, 셋째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정래 작가, 뮤지컬 ‘아리랑’ 연습 격려
“마르고 닳도록 아리랑! 연습 시작하겠습니다!”

7일 저녁 역삼동 엘지아트센터. 배우들의 힘찬 구호와 함께 창작 뮤지컬 <아리랑>의 막바지 연습이 시작됐다. 11일 개막을 앞두고 완벽히 셋업 된 무대 위에서 의상까지 차려입은 배우들이 동선을 확인했다. 객석에서 바라보던 조정래 작가가 긴장한 듯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아, 이제야 (공연이 올라간다는 게) 실감이 나는구먼.”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말을 이었다. “저보다 선생님이 더 떨리시나 봐요. 하하하.”

연습이 시작되자 전면 엘이디(LED)로 만들어진 무대는 태양이 이글이글 타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이 됐다가 하얀 눈발이 송이송이 날리는 만주 벌판으로 변했다. 일본어 대사가 나올 때는 엘이디가 한국어 자막 화면으로 바뀌었다. 박 대표가 은근슬쩍 조 작가의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신경 많이 쓴 부분인데, 어떠세요?” “50억이 아깝지 않네. 내 소설이 결결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완벽한 재창조야. 허허허.”(조정래)

‘나라도 잃고 고향도 잃고/ 정처 없이 떠나네/ 언젠가는 돌아와야 혀/ 어떻게든 어떻게든~’ 모두가 합창하는 1막 클라이맥스가 끝나자 조 작가는 손을 올려 박수를 쳤다.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오네. 박 대표, 이 작품 성공하겠어.”

1막 연습이 끝난 휴식시간, 원작자인 조정래 작가와 박명성 대표가 마주 앉았다. 개막을 앞두고 원작자와 제작자가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 만난 자리다.

조 작가는 감회에 젖은 듯 박 대표가 <아리랑>을 뮤지컬로 만들겠다며 찾아왔던 2013년 봄의 기억을 더듬었다. “<정글만리>를 연재하느라 두문불출하던 때지. 아, 말도 길게 안 했어. ‘<아리랑>을 저 주십시오’ 하더라고. 영화계에 임권택이 있다면 공연계엔 박명성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30년 공연계를 지킨 그 이름을 믿고 5분 만에 허락했지.” 박 대표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형편상 원작료는 얼마 못 드린다’고 말했다. “사실 원작료는 작가의 자존심이기도 한데…. 선생님이 원작료 신경 끄고 작품이나 잘 만들라고 하셨잖아요.” 조 작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솔직히 뮤지컬이 흥행하면 내 소설도 덩달아 더 잘 팔릴 거 같더라고. 그 인세로 원작료를 대신하려고 한 거야. 몰랐어? 허허허.”(조정래) 이후 조 작가는 박 대표가 제작한 뮤지컬 <고스트>를 관람했고 “이 정도 무대를 만들 능력이면 <아리랑>도 꼭 성공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11일 개막 앞둔 막바지 연습현장
배우들 손 일일이 잡으며 응원
“어떤 면은 뮤지컬이 더 나아…
이 공연 한 편이 바로 역사교육”
박명성 대표 “용기·사명감으로 제작”

조정래 작가(왼쪽)는 “글 쓰느라 시간이 없어 공연을 많이 못 보는데, 박명성 대표가 만든 작품은 다 봤다. 내가 박 대표를 편애한다”고 농을 던졌다. 조 작가는 이어 “<아리랑>이 비감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역설을 증명할 훌륭한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조정래 작가(왼쪽)는 “글 쓰느라 시간이 없어 공연을 많이 못 보는데, 박명성 대표가 만든 작품은 다 봤다. 내가 박 대표를 편애한다”고 농을 던졌다. 조 작가는 이어 “<아리랑>이 비감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역설을 증명할 훌륭한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판권을 샀지만 막상 제작을 하려니 지인들이 박 대표를 말렸다. 뮤지컬 시장이 어려운데다 ‘역사’라는 소재가 너무 어렵고 무겁다는 이유였다. 뮤지컬 주 관람층은 20~30대 젊은 여성이다. “그러니 늘 쇼 뮤지컬이나 외국 사극 뮤지컬, 로맨스 뮤지컬처럼 가벼운 작품만 만드는 거죠. 우리 역사를 일깨울 작품도 필요해요. 용기와 사명감 있는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고 봤어요.”(박명성) 조 작가는 더 긴 시각이 필요하다며 말을 보탰다. “저는 <아리랑>이 민족 대표 뮤지컬이 되길 바라요. 통일 이후도 염두에 둬야지. 남북이 함께 눈물 흘리며 공감할 수 있는 건 아픈 시대를 살아낸 민초들 이야기예요. 전국 순회하고 언젠가 평양 공연 하러 가야죠.”

<아리랑>은 대학 도서관 대출 목록 10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소설이다. 청소년판으로도 최근 출간됐다. “내 책 12권을 아이들한테 읽히려 해봐요. 아, 한 달은 족히 걸릴 텐데. 그냥 이 뮤지컬 한 편 같이 보면 시간 절약돼요. 그게 바로 역사교육이지. 이젠 문자의 시대가 아닌 영상의 시대잖아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로의 변환이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조 작가는 광복 50돌인 1995년 완간된 소설이 20년이 지난 광복 70돌에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도 이런 역사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둘의 대화는 결국 흥행 이야기로 흘렀다. 규모가 큰데다 창작이라 압박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2007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차범석 소설 <산불>을 원작으로 <댄싱 섀도우>를 제작했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경험이 있는 터다. “<댄싱…>으로 한 25억 손해 봤죠. 그래선가? 긴장은 안 돼요. 작품이 옹색하고 후지게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뿐. 그게 선생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니까요.”(박명성) “비싼 수업료 냈으니 많이 배웠겠지. 책이 400만부 넘게 팔렸으니 그 덕도 좀 봤으면. 이번엔 돈 좀 벌어서 <태백산맥>, <한강>까지 뮤지컬 3부작 만들어봐요. 허허허.”(조정래)

잠시 쉬었던 연습이 다시 시작됐다. 조정래 작가는 무대 위로 올라가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응원을 했다. “뮤지컬이 소설보다 나은 점도 많아. ‘나도 소설 쓸 때 이렇게 표현할걸. 저렇게 압축할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 일제 강점기엔 아리랑이 애국가 같은 노래 아니었겠소? 그리 생각하고 열심히 불러줘요. 아, 그리고 내가 배우·스태프들(140명)한테 삼겹살 쏜다니까? 박 대표, 회식 한 번 합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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