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대 앞둔 월드스타들…‘라이더’로 엿본 그들의 ‘생얼’
미국 록밴드 푸 파이터스의 리더인 데이브 그롤의 취향을 미로찾기로 보여주는 ‘푸 파이터스 라이더’. 라이더는 해외 게스트들이 주최 쪽에 요구하는 준비물 목록이다. 안산엠밸리록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제공
뮤, 닭요리…‘간식의 왕’ 이글스
고기식신 노엘 갤러거, 채식 반전?
수십톤 조명·비디오 장치는 기본
본 조비, 가죽의상 관리자 동반 ■ 최고의 미식가형 ‘라이더’라면 안산엠밸리록페스티벌로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푸 파이터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푸 파이터스의 라이더는 푸 파이터스만큼이나 재밌다. 푸 파이터스는 해외 투어할 때 요일마다 다른 음식을 먹는데 50쪽에 달하는 라이더에는 메뉴, 재료와 요리법까지 적어두었다. 라이더 각 장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테스트하는 낱말찾기나 미로게임까지 있으며 “요리를 잘 해주면 매니저가 티셔츠를 선물할 것입니다”라는 격려도 써 있다. 보통 해외 뮤지션들은 마실 것은 브랜드까지 정하는데 생수로는 피지와 에비앙, 꿀은 마누카 꿀등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8월 펜타포트에 오는 덴마크 록 밴드 뮤는 저녁은 무조건 닭요리여야 한다고 하며 ‘메탈계의 큰 형님’독일 출신 스콜피온스는 특별히 “검은 점이 한 개도 없는 샛노란 바나나”를 요청했다. 역대급 미식가로는 2011년 한국을 다녀간 이글스가 꼽힌다. 세계적인 음악인의 경우 공연 시작 전 대기실엔 보통 100명 가까운 인원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당시 이글스의 대기실 간식 비용만 1000만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한다. 라이더의 메뉴 항목만 21장이었다. 샌드위치 하나를 두고도 빵, 채소 등 재료는 물론 모양과 포장까지 사전에 지정하는 식이다. 음식뿐 아니라 심지어 호텔 침구를 세탁하는 세제와 섬유유연제까지 일일이 정했다고 한다. 투어 다니는 곳이면 조리시설을 빌려 자신과 스태프 200명의 채식식단을 직접 조리하도록 하는 폴 매카트니가 대표적인 채식주의자라면 대표적 육식주의자는 노엘 갤러거다. 지난번 노엘 갤러거 내한 때 밥먹는 모습을 지켜본 한 스태프는 “밥도, 채소도 먹지 않고 오로지 한 우물만 판다. 그분은 진정한 고기식신이었다”고 말한다. “나의 건강 유지 비결은 술, 담배, 고기”라고 장담하던 노엘 갤러거가 변한 것일까? 이번 안산공연에서 노엘 갤러거는 믹서기를 요청해왔다. 공연 관계자들은 그가 대기실에선 직접 채소, 과일을 갈아 마시는 것을 두고 ‘노엘 갤러거의 반전’이라고 부른다. ■ 미친 존재감형 펜타포트 무대에 서는 영국 일렉트로닉 음악 그룹 프로디지는 조명과 사운드 등 무대 장비 요청은 어마어마한데 음식에 대한 언급은 몇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영국 출신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는 이번 안산 엠밸리록페스티벌을 위해 대형 엘이디 조명, 레이저 등 컨테이너 20개의 무게에 달하는 30톤 가량의 무대 장비를 배에 싣고 올 예정이다. 푸 파이터스도 무대 뒤 3개의 대형 LED와 조명 월 설치를 위해 15톤 규모의 장비를 공수한다. “(한국에서) 미친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한 미국 밴드 트웬티 원 파일럿츠는 “메이크업 리무버와 수세미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번 공연에도 그들은 손과 목을 까맣게 칠하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순박해서 되려 깊은 인상을 남기는 뮤지션도 있다. 마룬파이브 내한 공연을 기획한 나인엔터테인먼트 홍희선 과장은 “2012년 내한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 한 칸을 전세내서 내려갔는데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한국의 묵찌빠와 쎄쎄쎄를 배워서 놀았다. 동네 오빠처럼 착하고 순박한 스타일들이었다”고 기억한다. 마룬파이브는 이번에도 서울과 대구에서 공연한다. ■ 화제만발형 취향 자체가 두고두고 화제를 남기기도 한다. 2012년 8월 에미넴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방 온도를 16도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호텔방 최저온도는 18도. 스태프들이 단 몇시간 내에 호텔방 천장을 뚫고 에어콘을 2대 더 설치한 일은 전설로 남아 있다. 늘 패션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한 뮤지션은 자신이 옷을 차려 입고 호텔방을 나갈 때마다 한국기자들을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일정대로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탓에 동행취재는 한번도 성사된 적이 없다. 음악투어와 아들 교육을 겸하는 셀린 디온은 지난 2008년 내한 때도 호텔에 온돌방을 따로 구해 7살 아들의 체험학습실로 활용했다. 가정교사와 함께 김밥 말아보기, 한복 입어보기 등을 했단다. 올해는 또 어떤 뮤지션이 화제를 남길까? 20년 만에 한국을 찾는 본 조비는 투어때 의상 관리자를 따로 데리고 다니며 존 본 조비의 가죽바지나 리치샘보라가 쓰는 카우보이 모자를 관리하도록 한다. 안산엠밸리록페스티벌로 이번에 처음 내한하는 영국 밴드 루디멘탈은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에서 판매하는 복권을 구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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