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동욱, 박효신, 김준수.
“마지막 춤~ 마지막 춤~ 오직 나만의 것~ 마지막 춤~ 내 마지막 춤~ 결국은 나와 함께~ 우리 둘이서~ ”
지난 4일 한남동 삼성블루스퀘어. 뮤지컬 <엘리자벳>에 ‘죽음’(토드)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가수 세븐(최동욱)이 주요 넘버 ‘마지막 춤’을 부르며 댄스 가수다운 절도 있는 춤을 선보이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각종 구설로 몸살을 앓았던 ‘세븐’은 <엘리자벳>을 통해 뮤지컬 배우 ‘최동욱’(사진 위)으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춤·노래·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과 인기 가수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렸던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가요계에서 삐끗하고 뮤지컬로 재기한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가수 세븐은 지난 2013년 연예병사로 복무하던 중 안마시술소에 출입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입대 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댄스 가수였기에 세븐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뤘다. 오랜 연인 박한별과 결별하고, 소속사인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도 불발됐다. 궁지에 몰린 세븐이 2년여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무대가 바로 뮤지컬 <엘리자벳>이다.
90년대를 풍미한 아이돌 그룹 에이치오티(H·O·T) 출신 가수 이재원도 16일 개막한 뮤지컬 <사랑해 톤즈>로 복귀식을 치뤘다. 이재원은 지난 2008년 가수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고, 이후 중국에서 앨범을 냈지만 국내 활동은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이재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도전에 혹평이 쏟아지는 것을 알고 있다. 작품을 통해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서 어려움을 겪다 뮤지컬로 시선을 돌려 재기에 성공한 사례는 앞서도 많았다. 지금은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인 제이와이제이(JYJ) 김준수(아래 왼쪽)와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박효신(아래 오른쪽)이 대표적이다.
김준수는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지상파 출연이 힘들어지자 뮤지컬로 방향을 돌렸다. 김준수는 <천국의 눈물>(2011), <모차르트!>(2011), <엘리자벳>(2012), <디셈버>(2013), <드라큘라>(2014)로 뮤지컬계의 톱스타가 됐고, 올해엔 <데스노트>로 1800석 규모의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를 전석 매진 시키는 저력을 선보였다. 박효신 역시 지난 2012년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30억원의 부채를 떠안아 법원에 파산신청까지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군 제대 후 뮤지컬 <엘리자벳>(2013), <모차르트!>(2014)에 연이어 출연해 실력을 인정 받았고, 올해엔 화제작 <팬텀>(2015)에 출연해 티켓파워를 증명했다. 가수 아이비(박은혜)도 비슷한 사례. ‘유혹의 소나타’로 가요계 톱스타가 된 아이비는 남자친구의 동영상 폭로 협박 등의 구설에 휘말렸다. 이후 <시카고>(2012)로 재기한 아이비는 <고스트>(2013)에 이어 올해 <유린타운>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김준수·박효신·아이비·세븐은 모두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다. 아무리 인기 많은 가수라도 가창력이라는 무기가 없었다면 100%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로 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역할을 맡긴 뮤지컬 제작사의 전략도 한 몫을 했다. 김준수·박효신·세븐은 모두 연기력보단 퍼포먼스 위주인 <엘리자벳>의 ‘죽음’역으로 복귀했고, 아이비는 가수시절부터 굳혀온 섹시 이미지의 연장선인 <시카고>로 재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