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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당신이 아는 명성황후, 상상력 더한 명성황후

등록 2015-08-10 21:01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두 작품 모두 예술의전당 무대에
광복 70돌을 맞은 올해,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두 편의 창작 뮤지컬이 연이어 관객들을 찾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명성황후>와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다. <명성황후>가 역사적 사실에 비교적 충실한 작품이라면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역사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이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만큼,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명성황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뮤지컬 ‘명성황후’

국권 지키려다 처참히 시해당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작품
돌거나 상하로 움직이는 무대 등
현대기술 더해 더 화려하고 웅장

■ 한국 창작뮤지컬의 자존심 <명성황후>는 1895년 10월8일 일어난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다. 1995년 초연 이후 20년 동안 국내는 물론 미국·영국 등에서 공연돼 16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 뮤지컬’로 불려왔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형화에 초석을 놓았으며, 드라마 <명성황후>,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명성황후를 다룬 이후 작품에도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줄거리는 초연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권력욕에 불타 나라를 망친 민비’라는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뤘던 명성황후를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권을 지키려다 참담한 죽음을 맞은 ‘조선의 국모’로 재조명한다. 임오군란, 아관파천 등 교과서에서 읽었던 역사적 사건들도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호위무사 홍계훈이 명성황후에 대한 ‘연모의 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번 시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무대다. 20년의 세월 동안 쌓인 세련되고 현대적인 연출 기법이 더해져 더 화려하고 웅장한 면모를 자랑한다. 돌아가는 원형 무대와 위아래로 움직이는 무대 등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무대장치는 한정된 공간을 극복한다. 명성황후와 고종황제가 외국 대사들과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펼쳐질 때 무대 하단에서는 일본 공사 미우라가 밀실에서 음모를 꾸미는 모습이 함께 등장하는 식이다. 윤호진 연출이 “이전에는 시도했다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부분이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식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는 장면 등 엘이디(LED)로 연출되는 화려한 영상도 볼거리다. 음악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피터 케이시가 편곡에 참여하면서 한층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다듬어졌다. 김소현·신영숙이 명성황후 역에 캐스팅돼 안정된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인다. 특히 마지막 넘버인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20년 세월을 넘어 여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역사 교육용’으로 온가족이 함께 봐도 좋겠다. 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황후 사진 없는 점 모티브로 삼아
진짜 얼굴에 얽힌 비밀 풀어나가
권력욕 묘사 등 다양한 모습 그려
200여장 배경 쏴 개화기 연출 독특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한 장면.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한 장면.

■ 황후의 진짜 모습에 얽힌 비밀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고종을 비롯한 당시 황족들이 신문명의 이기인 사진을 많이 찍은 것과 달리 명성황후의 사진만은 한 장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모티브로 한다. 실제 명성황후의 사진이라고 알려진 몇 장은 진위 논란에 휘말리며 황후가 아닌 시중 들던 궁녀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13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이 99.6%(유료 점유율 79.2%)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한성순보> 기자로 조선에 들어온 일본인 기구치는 ‘암살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황후의 사진을 구하려 한다. 반면, 명성황후는 정적들로부터 숨기 위해 사진 찍기를 극도로 꺼린다. 여기에 어머니를 죽인 명성황후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진관 조수로 취직한 가상의 인물 ‘휘’가 등장한다. 몰래 황후의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그는 이것을 일본에 넘길지를 고민한다.

극은 황후의 죽음으로 시작해 해방 직후와 황후 생존 당시를 오가며 진행된다. 역사가 그려낸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근대화를 이루고 권력의 핵심이 되고자 했던 왕비, 사랑받지 못한 여인, 아이를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머니 등 입체적인 시각에서 명성황후를 그린다. 사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뒤집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황후의 진짜 얼굴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판타지 형식을 취한다.

액자 형식의 미니멀한 무대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200여장의 수작업 스케치를 삼면의 벽에 매핑하는 방식으로 고궁과 개화기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낸 연출이 압권이다. 클래식, 현대음악, 굿과 판소리까지 아우르는 음악은 전 곡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재편곡했다. 각 곡에 맞게 오케스트라, 신시사이저, 어쿠스틱 기타 연주 등도 추가된다. 서울예술단의 장점인 힘있고 유려한 군무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명성황후 역에는 2013년 초연에 이어 차지연이 캐스팅됐고, 휘 역에는 정원영과 고훈정이 출연한다. 29일부터 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에이콤·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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