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공연계 눈물의 ‘땡처리’

등록 2015-08-24 19:28

가뜩이나 어려운데 메르스 덮쳐
관객수 뚝…회복 기미 안 보여
최대 80% 할인…정부 ‘1+1’ 지원
아예 ‘0원’ 내건 후불선택결제도
“티켓값 거품 논란·시장교란” 지적도
‘페이 오어 낫!’(Pay or Not) 프랑스 파리 오리지널 아트 누드쇼 <크레이지 호스 파리>가 지난 18~23일까지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벌인 파격 이벤트다. ‘페이 오어 낫’은 공연을 ‘0원’으로 구매해 먼저 관람한 뒤 만족하면 공연비(균일가 10만원)를 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제 없이 그냥 가는 후불선택결제 방식이다. 지난 4월 개막한 <크레이지 호스>는 20여일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생하면서 관객이 80% 이상 급감해 공연팀이 파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획사인 더블유앤펀엔터테인먼트 이병수 대표는 “메르스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 관객까지 뚝 끊기면서 도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없을 지경이었다”며 “비싼 티켓 가격과 누드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메르스 종식 후에도 관객이 늘지 않아 이런 고육책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어렵던 공연계를 덮친 메르스 사태가 끝났지만 관객 수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연계가 앞다퉈 각종 ‘할인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과도한 할인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기예매 할인이나 프리뷰 할인, 재관람 할인 등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엔 기상천외한 할인이 넘쳐난다.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28일 ‘광복둥이 70쌍 초청 무료 관람 이벤트’를 벌인다. 1945년생이면 누구나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8월 한 달 동안 주민등록번호에 숫자 ‘7’과 ‘0’이 포함된 관객들에게는 45%의 할인혜택도 준다. 앞서 지난달에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 <70분간의 연애>, <#럽스타그램> 등이 ‘공연 썸머 특가 이벤트’, ‘조조할인 이벤트’(평일 낮공연 할인) 등을 열어 전석 1만~1만5000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여기에 지난 18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국고 300억원을 투입해 시작한‘공연티켓 1+1 지원 사업’도 할인경쟁에 불을 붙였다. 불황에 빠진 공연계 지원을 위해 5만원 이하 공연 티켓을 한장 살 경우 한장을 더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달 말까지 예매가 가능한 99개 공연을 보면 뮤지컬 <엘리자벳>, <맨 오브 라만차>, <아리랑> 등 애초 정가가 5만원이 넘는 작품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최근 <엘리자벳>를 예매했다는 이승희(26)씨는 “원래 한 장에 8만원인 에스(S)석을 2장에 5만원 주고 구입했다. 인기 공연인데다 할인폭이 제일 큰 공연 중 하나여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맨 오브 라만차>는 한 장에 11만원인 아르(R)석을 ‘1+1’로 5만원에 판매한다. 지원대상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 5만원에 티켓가격을 맞춘 것이다.

연말까지 인터파크를 통해 순차적으로 계속 진행될 이 사업으로 관객들은 유례없이 싼 티켓을 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나친 정가 깎기 등 과도한 할인은 자칫 공연티켓 거품 논란을 불러오고 시장 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페이 오어 낫’과 같은 극단적 사례뿐 아니라 문체부의‘1+1 지원’을 받는 일부 공연도 할인율이 70~80%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다. 정가 3만원인 연극 <라이어 라이어>는 ‘1+1티켓’을 1만8000원에 팔아 할인율이 70%에 달한다. 한 공연 제작사 대표는 “각종 할인혜택이 사라지면 과연 관객이 정가에 티켓을 구매하겠냐는 걱정과 함께 티켓 가격 거품 논란이 일까 우려도 된다”며 “결국 이 불황이 지나갈 때까지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작품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