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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단독] 정부 ‘1+1 지원’ 열매,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꿀꺽

등록 2015-09-01 01:19수정 2015-09-01 01:31

18~25일까지 3억2천만원 지원
대형 뮤지컬 2편이 25.6% 차지
지원 온라인 판매 티켓으로 한정
“영세한 지역극단 소외” 지적도
지원 상한선 7만원으로 올리면
해외 제작사에 세금 쏟아붓는 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된 공연계를 지원한다며 국고 300억원을 들여 추진중인 ‘1+1 티켓 사업’의 혜택이 사실상 대형기획사의 라이선스 공연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는 현재 5만원인 지원 대상 공연 관람료 상한선을 7만원으로 올리기로 해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문체부와 인터파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1 티켓 사업’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은 작품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인 <엘리자벳>과 <맨 오브 라만차>였다. 사업 프리 오픈일인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티켓 판매량 등을 분석한 결과, <엘리자벳>은 4470만원, <맨 오브 라만차>는 3848만원 등 총 83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지원액 3억2000만원의 25.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기간 지원 대상이 99개인 점을 고려하면, 쏠림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맨 오브 라만차> 아르(R)석 티켓은 한 장에 정가가 11만원, <엘리자벳> 에스(S)석 티켓은 8만원이지만, 문체부 지원을 받은 수량은 1+1에 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5만원 이하의 공연티켓’ 기준에 맞추기 위해 티켓 가격을 대폭 낮춰 예산지원을 받은 것이다. ‘1+1 티켓’사업은 두 공연 외에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뮤지컬에 편중돼 있다. 프리 오픈 기간 지원 공연 99개 가운데 뮤지컬은 19개로 전체의 19%에 불과했지만, 지원액은 전체의 57.5%에 달했다.

지역 공연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문체부가 티켓 사재기 등을 우려해 지원 대상을 온라인 판매가 되는 티켓으로 한정하도록 단서조항을 달고 대행사이트를 인터파크 한 곳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의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영세한 극단이 상당수인 지역에서는 인터파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지역 공연계가 지원 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 혜택이 대형 공연에 쏠리는 현상은 이 사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지난 27일 1+1 티켓 사업의 본격 시작을 알리며 연극 140개, 뮤지컬 50개, 음악공연 64개 등 ‘1차 지원 대상 공연 291개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인 더 하이츠> <신데렐라>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뿐 아니라 <원스>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 앤 줄리엣> 등 오리지널 내한공연까지 다수 포함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체부는 지원 대상 관람료 상한선을 현재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체부가 최근 기획재정부에 보낸 ‘공연티켓 1+1 사업 탄력적 운영 필요 사유’라는 문서를 보면, 문체부는 “(상한선을 5만원으로 할 경우) 관객의 선호도가 낮은 공연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져서, 관객보다는 공연단체 내부에서 부당이득을 얻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뮤지컬은 작품당 10억원을 상회하는 등 피해액이 더 큼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기홍 의원은 “문체부가 보여주기식 성과 위주로 ‘1+1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결국 대형 라이선스·해외제작사에게 국민세금을 쏟아붓는 결과를 낳았다”며 “대형 제작사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한 기초공연예술계에 정책적 배려를 할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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