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데렐라, 노트르담 드 파리, 퀴담, 로미오 앤 줄리엣. 사진 각 회사 제공
공연계가 여름보다 더 뜨거운 가을 시즌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2015 하반기 공연계의 키워드는 ‘고전의 귀환’이다. 최근 어려운 공연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새로운 작품보다는 검증된 고전 라이선스 작품들을 연이어 무대에 올린다. 가을 시즌 공연 팬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작품들을 살펴본다.
■ 20년 만에 막 내리는 ‘퀴담’ 고별공연
캐나다의 세계적인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 공연 가운데 가장 시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퀴담>이 내한공연을 펼친다. <퀴담>은 초연 20년 만에 막을 내려 이번 투어는 사실상 마지막 공연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초연한 <퀴담>은 그동안 5대륙 230개 도시에서 1380만명의 관객과 만났다. 한국에서도 2007년 초연 당시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이라는 뜻. 어린 소녀 ‘조’가 상상의 세계 ‘퀴담’에 빠져들어간 뒤,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익명성의 사회와 소외된 세상을 따뜻한 희망이 있는 곳으로 바꾸는 여정을 보여준다. 소녀의 환상 속 여정을 따라 관객들은 각종 기이한 서커스 경험을 하게 된다. 기계체조, 무용, 발레, 뮤지컬, 마임 등을 넘나들며 독립적으로 펼쳐지는 10여개의 서커스를 통해 전세계 기예를 전시하듯 보여준다. 원형 바퀴 안에 몸을 눕힌 사람이 이리저리 바퀴를 굴리는 ‘독일식 바퀴 곡예’, 중국 소녀들이 선보이는 ‘공중팽이 묘기’, 3~4단 높이로 사람들 집어던지며 주고받는 ‘인간 피라미드’ 등 기네스 열전 같은 현란한 공연은 경탄을 자아낸다. 애잔하지만 흥겨운 라이브밴드의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9월10일~10월11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내 빅탑.
■ 프랑스에서 온 두 가지 슬픈 러브스토리
셰익스피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오리지널팀 내한공연도 기대작이다. 셰익스피어의 화려한 문체를 살리되, 그 위에 프랑스의 예술적 감성을 덧붙여 로미오와 줄리엣의 열정적이고 순수한, 그러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펼친다. 전세계 18개국, 6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2007년 첫 내한공연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 바람을 일으켰다. 원작자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비크는 “이번 시즌 공연에는 새로운 곡이 추가되는 등 업그레이드를 했다. 기대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9월12일~10월11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또 한 편의 프랑스 대작 뮤지컬로 <로미오 앤 줄리엣> 못지않은 슬프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담은 <노트르담 드 파리>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내한공연을 펼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름다운 가사와 웅장한 무대, 애크러배틱·브레이크댄스 등을 아우르는 역동적 안무로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이다. ‘Belle’(아름답다), ‘Luna’(달), ‘Danse Mon Esmeralda’(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등 주옥같은 넘버를 ‘원어’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0월15일~11월15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고전 동화 속 환상의 이야기를 만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고전 동화 <신데렐라>도 뮤지컬로 돌아온다. 2013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최신작 뮤지컬 <신데렐라>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무대와 마법 같은 의상 변화다. 엠뮤지컬 관계자는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변하고, 호박·생쥐·여우가 각각 마차·말·마부로 변하는 동화 속 내용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장면은 영화 속 시지(CG)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의 탄성마저 자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작을 재치 있게 살짝 비튼 캐릭터 설정도 재밌다. 신데렐라는 자신이 반한 왕자에게 유리구두를 남기는 적극적이고 당찬 아가씨로, 왕자 크리스토퍼는 자신감에 찬 동화 속 왕자님이 아닌 ‘나에게 왕이 될 자질이 있는가’를 고민하는 진중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뮤지컬 배우와 아이돌, 탤런트 등을 총망라한 캐스팅도 골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신데렐라 역에 뮤지컬 배우 안시하를 비롯해 가수 윤하, 백아연, 가수 겸 탤런트 서현진이 캐스팅됐다. 왕자 크리스토퍼 역은 엄기준, 양요섭(비스트), 산들(비원에이포), 켄(빅스)이 맡는다. 요정대모는 서지영·홍지민 등이 연기한다. 9월12일~11월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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