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한 장면. 사진 에스엠시엔시 제공
리뷰 l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라틴의 열정’과 ‘힙합의 자유’, 그리고 ‘아이돌의 패기와 실력’까지!
대형 연예기획사 에스엠(SM)이 새롭게 선보인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진 신선한 작품이다. 지난해 첫 번째 작품 <싱잉 인 더 레인>이 ‘에스엠 학예회’라는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서도 참패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싱잉 인 더 레인>은 ‘고전영화의 추억’과 ‘최신 아이돌’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으로 시너지를 전혀 내지 못했지만, <인 더 하이츠>는 말 그대로 ‘아이돌 최적형’ 작품이다. 뮤지컬 주 관람객인 20~30대 젊은층은 물론 아이돌에 대한 소구력이 가장 강한 연령대이자 뮤지컬 시장의 떠오르는 새 관객층이 된 10대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미국 중남미계 이민자 마을 배경
힙합·라틴음악·스트리트댄스로
이들의 꿈과 희망 즐겁게 그려내
루나 가창력·양동근 랩 등 조화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 맨해튼 북서부에 있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도미니카, 칠레, 쿠바,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가난한 지역으로 뉴욕의 ‘라틴 할렘’으로 불리는 곳이다.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언젠가 고향에 돌아갈 날을 꿈꾸는 우스나비,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지만 늘 돈에 쫓기는 미용사 바네사,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수재지만 학비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니나, 니나 부모님이 운영하는 적자투성이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성실한 청년 베니 등이 주인공이다. <인 더 하이츠>는 조지 워싱턴 다리를 사이에 두고 “부자동네 맨해튼의 에어컨 실외기 바람이나 쐬고 사는” 이들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인 더 하이츠>의 첫 번째 키워드는 그간 뮤지컬에서 보기 힘들었던 ‘힙합’이다. 그라피티 스프레이를 뿜어대는 소년이 텀블링을 하며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대사의 절반 이상은 모두 ‘랩’. ‘명령 말고 니가 고쳐/안 그럼 형 빡쳐?/셔터나 고쳐/셧 더 마우스’같이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도 ‘라임’을 잘 살린 대사가 귀에 꽂힌다. ‘9만6000달러’의 복권에 당첨되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랩 배틀’ 형식의 넘버는 특히 환호를 자아낸다. 파핑, 로킹, 비보잉, 추억의 문 워크 등 스트리트 댄스의 향연도 마치 케이팝 공연을 보는 듯 흥겹다. 두 번째 키워드는 ‘라틴’. 중남미 이민자들의 거주지임을 드러내듯 스페인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시종일관 랩과 뒤섞인 라틴풍의 음악이 귀에 감긴다. 중간 중간 삼바, 차차차, 자이브 등 ‘라틴댄스’를 접목한 안무가 이어진다. ‘힙합’과 ‘라틴’이라는 키워드는 주인공들의 꿈을 향한 열정, 자유를 향한 갈망이라는 주제의식과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룬다. 2008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 토니상 4개 부문을 석권했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련한 뮤지컬 전문배우와 실력파 아이돌의 조화도 놀랍다. 특히 니나 역의 루나(에프엑스)는 댄스가수 출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인다. 이미 랩과 댄스실력이 검증된 우스나비 역의 배우 정원영·양동근도 제 몫을 다한다. 여기에 우스나비 사촌동생 소니 역 육현욱, 미용실 주인 다니엘라 역 최혁주, 빙수 판매상 역 유승엽 등 조연까지 어느 한 캐릭터도 버릴 게 없을 만큼 각자의 존재감이 빛난다. 11월2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힙합·라틴음악·스트리트댄스로
이들의 꿈과 희망 즐겁게 그려내
루나 가창력·양동근 랩 등 조화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 맨해튼 북서부에 있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도미니카, 칠레, 쿠바,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가난한 지역으로 뉴욕의 ‘라틴 할렘’으로 불리는 곳이다.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언젠가 고향에 돌아갈 날을 꿈꾸는 우스나비,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지만 늘 돈에 쫓기는 미용사 바네사,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수재지만 학비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니나, 니나 부모님이 운영하는 적자투성이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성실한 청년 베니 등이 주인공이다. <인 더 하이츠>는 조지 워싱턴 다리를 사이에 두고 “부자동네 맨해튼의 에어컨 실외기 바람이나 쐬고 사는” 이들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인 더 하이츠>의 첫 번째 키워드는 그간 뮤지컬에서 보기 힘들었던 ‘힙합’이다. 그라피티 스프레이를 뿜어대는 소년이 텀블링을 하며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대사의 절반 이상은 모두 ‘랩’. ‘명령 말고 니가 고쳐/안 그럼 형 빡쳐?/셔터나 고쳐/셧 더 마우스’같이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도 ‘라임’을 잘 살린 대사가 귀에 꽂힌다. ‘9만6000달러’의 복권에 당첨되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랩 배틀’ 형식의 넘버는 특히 환호를 자아낸다. 파핑, 로킹, 비보잉, 추억의 문 워크 등 스트리트 댄스의 향연도 마치 케이팝 공연을 보는 듯 흥겹다. 두 번째 키워드는 ‘라틴’. 중남미 이민자들의 거주지임을 드러내듯 스페인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시종일관 랩과 뒤섞인 라틴풍의 음악이 귀에 감긴다. 중간 중간 삼바, 차차차, 자이브 등 ‘라틴댄스’를 접목한 안무가 이어진다. ‘힙합’과 ‘라틴’이라는 키워드는 주인공들의 꿈을 향한 열정, 자유를 향한 갈망이라는 주제의식과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룬다. 2008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 토니상 4개 부문을 석권했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련한 뮤지컬 전문배우와 실력파 아이돌의 조화도 놀랍다. 특히 니나 역의 루나(에프엑스)는 댄스가수 출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인다. 이미 랩과 댄스실력이 검증된 우스나비 역의 배우 정원영·양동근도 제 몫을 다한다. 여기에 우스나비 사촌동생 소니 역 육현욱, 미용실 주인 다니엘라 역 최혁주, 빙수 판매상 역 유승엽 등 조연까지 어느 한 캐릭터도 버릴 게 없을 만큼 각자의 존재감이 빛난다. 11월2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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