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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신데렐라 콤플렉스 버린 신데렐라

등록 2015-09-14 18:55수정 2015-09-16 10:55

뮤지컬 '신데렐라'의 한 장면. 사진 엠뮤지컬 제공.
뮤지컬 '신데렐라'의 한 장면. 사진 엠뮤지컬 제공.
리뷰 l 뮤지컬 ‘신데렐라’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미오 앤 줄리엣>, 빅토르 위고의 역작을 무대화 한 <노트르담 드 파리>, 메리 셸리의 호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프랑켄슈타인>까지. <명성황후> <영웅> <덕혜옹주>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으로 올 여름 뜨거운 ‘역사전쟁’을 펼쳤던 뮤지컬 무대는 가을이 되자 어느새 이렇듯 소설책과 동화책을 펼쳐 들고 관객을 유혹한다.

원작에다 주인공 현대적 변형
적극적이고 영특한 여성 그려
무대위 ‘요정의 마법’ 기발해

단조로운 넘버 등은 아쉬워

소설과 동화를 소재로한 올 하반기 뮤지컬 열전에 한국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 <신데렐라>도 가세했다. 13일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신데렐라>는 개막 전부터 관객들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텔레비전 시리즈,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진 동화가 어떻게 변형되고 재해석 됐을지, 다른 장르와 달리 씨지(CG)를 전혀 쓸 수 없는 뮤지컬 무대에서 요정의 마법이 어떻게 구현됐을 지가 궁금증의 핵심이다.

관객들에게 첫 선을 뵌 <신데렐라>는 한마디로 말해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엔 부족함이 없는 가족 뮤지컬이다. 원작 동화에 기반을 두면서도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더하고, 주인공의 성격도 현대적으로 변형했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존재였던 ‘크리스토퍼 왕자’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겠다”며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는 철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못된 두 언니 중 첫째인 ‘가브리엘’은 의붓동생의 처지를 이해하는 정 많고 마음 약한 존재다.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인 ‘장 미셸’은 국무총리 세바스찬의 폭정에 맞서 ‘혁명’을 부르짖는 지식인이다. 주인공 신데렐라 역시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찌든 된장녀와는 거리가 먼 ‘신 여성’이다. 왕자가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유리구두’를 남겨놓고 올 정도로 적극적이며, 장 미셸을 왕자에게 데려가 정치적 조언을 할 만큼 영특하다. 고전 스토리를 그대로 고수한 채 올해 초 개봉한 디즈니의 첫 실사판 영화 <신데렐라>와 뮤지컬이 가장 차별화된 지점으로, ‘똑 부러진 수퍼우먼’을 자처하는 30~40대 젊은 엄마들이 딸아이 손을 잡고 공연장 나들이를 하게 만들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될 듯 하다.

호박을 황금마차로, 쥐를 마부로, 누더기를 화려한 파티복으로 변신시키는 요정의 마법은 고전적인 방법을 썼지만 참으로 놀랍다. 신데렐라가 빙그르 한 바퀴를 돌면 재투성이에서 아름다운 공주님으로 변하는 이 순간의 ‘트릭’에는 조명도, 레이저 기술도 없다. 그저 마술 연출의 ‘기발하고 영리한’ 아이디어만 있을 뿐이다. 바로 관객들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변신 장면에 환호와 박수가 절로 나온다.

대사에 견줘 양이 적고 다소 단조로운 넘버들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백아연·양요섭(비스트)·산들(비원에이포), 켄(빅스) 등 아이돌이 소화하기엔 큰 무리가 없어 어떤 캐스팅을 선택하든 작품의 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듯하다.

다만, 극적인 현실성에서 몇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왕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말만 듣고 ‘왕정’을 ‘시민 참여 공화정’으로 바꾸고, 폭정을 일삼던 국무총리가 저항 없이 정권을 내놓는 설정은 어떤 마법보다 더 동화적인 판타지가 아닌지. 좀 더 설득력 있는 결말을 기대하기엔 디즈니가 심어놓은 <신데렐라>의 해피엔딩 이미지가 너무 큰 것일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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