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 100명이 100일 동안의 연습 기간을 거쳐 만들어 가는 뮤지컬 <어 커먼 비트>는 화합과 소통의 무대다. 비록 한-일 관계는 경색돼 있지만, 시민들은 춤과 노래를 통해 평화와 공존의 밑돌을 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일 공동 뮤지컬 ‘어 커먼 비트’
“시작하는 거야/ 여기 이곳에서/ 함께했던 기억/ 가슴에 새기며/ 다 같이 고개 들어/ 같은 곳을 바라보자~”, “하지메요우카/ 고노바쇼카라/ 나쿠시타 모노/ 오모이나가라/ 보쿠라 히토쓰노/ 소라오 미아게요우~”
지난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미술고등학교 강당. 한국인과 일본인 50여명이 춤을 추며 합창을 하고 있다. 때론 서툰 한국어, 어색한 일본어가 들렸지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들뜬 표정은 마치 축제에 나선 행렬 같다.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뮤지컬 <어 커먼 비트>(A Common Beat)를 준비중인 한국 시민모임 ‘풀울림’과 일본 시민모임 ‘커먼 비트’ 소속 단원들. 오는 19일 서울, 다음달 3일 일본 후쿠오카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한·일 두 나라 시민 50명씩 모두 100명이 모여 100일간 연습한 뮤지컬 <어 커먼 비트>는 화합과 소통의 무대다.
“좀더 신나고 경쾌하게! 파랑, 빨강, 노랑, 초록까지 4대륙이 조화를 이뤄야 더 예뻐 보이니까 줄을 맞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함께 춤을 춰주세요.” 연습실 한가운데서 발음을 교정하고, 춤 동선을 확인하는 연출 한주선(41)씨는 재일동포 3세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조선학교를 다녀 한·일 문화에 익숙하다. “최근 한-일 감정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죠. 양국 시민들이 함께 모여 공연을 준비하면 서로 친구가 되고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역시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살던 4대륙 사람들이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 화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커먼 비트’는 원래 서로 다른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한주선씨는 2004년 이 프로젝트를 일본에서도 시작했고, 12년 동안 도쿄, 나고야, 후쿠오카, 오사카 등 일본 전역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렇게 한·일 시민이 함께하는 공연은 처음이다.
‘전쟁 참화 뒤 화해’ 담은 뮤지컬
화합 의미 한·일 시민 50명씩 참가
노래·춤 연습하다보니 어느새 ‘하나’
일 참가자 “언어 장벽 불구 진심 통해”
19일 서울 공연·새달 3일 일본서 일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재일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도 행사를 해보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올해 이뤄졌다. 한국 참가자들의 연습을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 ‘풀울림’도 꾸려졌다. 이 단체 홍보담당인 재일동포 3세 조미수(39)씨는 “한국 참가자 50명은 20~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서울·대전·세종시 등 각지에서 왔다. 한국에 오랫동안 산 일본인도 8명이나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참가자 100명은 지난 100일 동안 세 차례 서울에서 모여 공동연습을 하며 ‘합’을 맞췄다. 이날도 공연 전 마지막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참가자가 5~6명 섞여 있었다. 일본 아오모리현 도호쿠에서 온 시마바야시 유카(26)는 “대학에 다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 유학생이어서 한국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느꼈다”며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일본어·한국어·영어에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소통하다 보니 오히려 진심이 더 잘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 커먼 비트> 뮤지컬 연습은 단순히 춤과 노래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틈틈이 평화, 공존공생, 지속 가능한 삶, 자연보호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한 워크숍이 진행된다. 지난 광복절엔 ‘우리에게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일 참가자 100명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이번 프로젝트 최고령 한국 참가자인 이원규(65)씨는 부인 김소희(60)씨와 함께 참여했다. 이씨는 “워크숍을 통해 일본 참가자들에게 마음을 열게 됐고, 서로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며 “정치적 상황과 국적을 떠나,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며 친구다. 7살·10살인 손자가 크면 이 행사에 3대가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1시간 정도 점심식사 겸 휴식시간을 가진 뒤 참가자들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이원규씨 부부와 유카도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봤다. 춤과 노래로 이미 하나가 된 참가자들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를 풀고, 새로운 공존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는 작은 밑돌을 놓고 있었다. 한국 공연 19일(토) 저녁 7시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화합 의미 한·일 시민 50명씩 참가
노래·춤 연습하다보니 어느새 ‘하나’
일 참가자 “언어 장벽 불구 진심 통해”
19일 서울 공연·새달 3일 일본서 일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재일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도 행사를 해보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올해 이뤄졌다. 한국 참가자들의 연습을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 ‘풀울림’도 꾸려졌다. 이 단체 홍보담당인 재일동포 3세 조미수(39)씨는 “한국 참가자 50명은 20~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서울·대전·세종시 등 각지에서 왔다. 한국에 오랫동안 산 일본인도 8명이나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참가자 100명은 지난 100일 동안 세 차례 서울에서 모여 공동연습을 하며 ‘합’을 맞췄다. 이날도 공연 전 마지막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참가자가 5~6명 섞여 있었다. 일본 아오모리현 도호쿠에서 온 시마바야시 유카(26)는 “대학에 다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 유학생이어서 한국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느꼈다”며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일본어·한국어·영어에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소통하다 보니 오히려 진심이 더 잘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 커먼 비트> 뮤지컬 연습은 단순히 춤과 노래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틈틈이 평화, 공존공생, 지속 가능한 삶, 자연보호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한 워크숍이 진행된다. 지난 광복절엔 ‘우리에게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일 참가자 100명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이번 프로젝트 최고령 한국 참가자인 이원규(65)씨는 부인 김소희(60)씨와 함께 참여했다. 이씨는 “워크숍을 통해 일본 참가자들에게 마음을 열게 됐고, 서로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며 “정치적 상황과 국적을 떠나,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며 친구다. 7살·10살인 손자가 크면 이 행사에 3대가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1시간 정도 점심식사 겸 휴식시간을 가진 뒤 참가자들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이원규씨 부부와 유카도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봤다. 춤과 노래로 이미 하나가 된 참가자들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를 풀고, 새로운 공존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는 작은 밑돌을 놓고 있었다. 한국 공연 19일(토) 저녁 7시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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