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공연
지난해엔 최장 9일까지 가능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대체 공휴일을 포함해 딱 4일뿐이다. 짧다고 실망하지 말자. 멀리 여행을 가기엔 부족하지만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숨 가쁜삶에 쉼표를 찍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가까운 공연장 나들이는 어떨까? ‘1+1 공연 티켓 할인’은 물론 ‘한가위 할인’도 넘쳐난다. 좋은 좌석을 싼값에 차지하려면 ‘남들보다 부지런한 몸’과 ‘타짜보다 빠른 손놀림’은 기본이다.
■ 가족과 함께 <신데렐라> <형제는 용감했다>
지금까지 디즈니가 쌓아놓은 착해빠진 신데렐라 이야기는 잊어도 좋다. 지난 13일 막이 오른 뮤지컬 <신데렐라>에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왕자 앞에 유리 구두를 벗어두고 올 만큼 적극적이고 용감한 현대판 신데렐라가 등장한다. 신데렐라가 빙그르 한 바퀴 돌면 누더기가 멋진 파티복으로 변하고, 호박이 황금마차로 변하는 ‘놀라운 마법’ 장면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놀라게 할 만큼 신기하다. 신데렐라 역에 윤하·백아연, 크리스토퍼 왕자 역에는 배우 엄기준을 비롯해 양요섭(비스트)·산들(비원에이포)·켄(빅스) 등 아이돌이 대거 캐스팅됐다. 11월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3년 만에 돌아온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역시 추석 시즌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딱인 작품이다. 아버지 부고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다시 만난 안동 종갓집 형제 석봉과 주봉 형제가 아버지의 유산과 미모의 여인 오로라를 놓고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다. ‘부모님의 사랑’과 ‘형제간의 우애’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힙합과 랩 등 현대적인 요소와 버무려 잘 그려냈다.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넘어 눈물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썩썩 썩을 놈 썩을 놈 석봉이, 죽죽 죽일 놈 죽일 놈 주봉이”라는 가사가 특히 귀에 꽂힌다. 정준하, 최재웅, 김동욱, 정욱진, 동현(보이프렌드) 등이 출연한다. 11월8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 연인과 함께 <로미오 앤 줄리엣> <퀴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오리지널팀이 2009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내한했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세대를 뛰어넘고 국경을 초월해 ‘10대들의 불멸의 사랑’을 그린다. ‘베로나’, ‘세상의 왕들’, ‘사랑한다는 건’ 등 아름다운 넘버가 최대의 무기다. 프랑스 특유의 역동적인 안무도 볼거리다. 티볼트·머큐시오의 솔로곡과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 ‘기도하네’ 등 새로운 노래가 대폭 추가됐다. 연인과 손 꼭 잡고 보기엔 더없이 안성맞춤인 작품. 10월1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태양의 서커스 <퀴담>은 공연문화에 익숙지 않은 남자친구를 끌고 가기에 좋은 작품이다. 전세계 5대륙을 투어하며 6200회 공연, 128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마지막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이란 뜻의 <퀴담>은 15명의 아티스트들이 인간 피라미드를 만드는 ‘밴퀸’, 줄로 연결된 플라스틱 실패로 놀라운 기술을 선보이는 ‘디아볼로’, 아티스트가 거대한 바퀴 안에서 이러저리 움직이는 ‘저먼휠’ 등 화려한 서커스를 펼친다. 전세계 어디서도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놓쳐서는 안 될 공연이다. 11월1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 친구와 함께 <맨 오브 라만차>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와 함께라면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담인 <맨 오브 라만차>를 강력 추천한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돌아온 <맨 오브 라만차>는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는 물론 ‘이룰 수 없는 꿈’, ‘둘시네아’ 등 가슴을 울리는 음악, 배우들의 열연까지 합쳐져 최고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역대 돈키호테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조승우·류정한이 더블캐스팅됐다. 젊은 청년 세르반테스와 늙은 기사 돈키호테의 1인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연기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올해 처음 산초 역을 맡은 김호영의 맛깔난 연기도 일품이다. 산초의 대표넘버 ‘좋으니까’를 부르는 김호영은 ‘깜찍한 산초’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11월1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의문의 총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 <공동경비구역 JSA>도 한가위를 앞두고 개막했다. 박상연 작가의 소설 <디엠제트>(DMZ)를 원작으로 한다. 우리에게는 이영애·송강호·이병헌 주연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영화와는 달리 원작 소설에 훨씬 더 가까운 작품이다. ‘분단’과 ‘남북 병사의 형제애’를 묵직한 감성으로 풀어내 초연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즌엔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적 고민을 담은 비극적 스토리가 잘 드러나도록 가사를 좀더 손 보고, 웅장하고 클래식한 음악을 강조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 역에 이정열·이건명·임현수가, 남한 병사 ‘김수혁’ 역에 김승대·정상윤·현정(보이프렌드)이 캐스팅됐다. 북한 상병 ‘오경필’ 역엔 홍우진이 나섰다. 12월6일까지. 서울 디시에프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사 제공
<신데렐라>.
추석을 맞아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볼만한 뮤지컬들이 개막했다. 사진은 <로미오 앤 줄리엣>.
<공동경비구역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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