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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색면추상 속으로 들어간 ‘통영의 시’

등록 2015-09-30 18:57

전혁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내 그림 속에는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이영도 시인의 시상이 들어 있고 그들 시 속에 내 그림이 살아 있다. 그리고 윤이상의 음률이 흐르고 있다.’

한국적 색면 추상의 선구자,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화가 전혁림(1915~2010)은 생전에 이렇게 되뇌곤 했다. 음양오행에서 풀어낸 섞임 없는 순수한 다섯가지 기본색인 청, 적, 황, 백, 흑. 각각 동쪽, 남쪽, 중앙, 서쪽, 북쪽을 의미하는 한국 전통의 오방색으로 색면을 나누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듯 정면에서 응시한 듯 시점을 교차시키며, 기하학적 무늬를 뒤섞는 추상 기법으로 통영항, 한려수도, 충무 앞바다 등 남녘 해안을 주로 그려온 통영 출신 전혁림은 이렇듯 시인들과 인연을 소중히 여겼다.

그가 평생 벼려낸 화려한 색채 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에 차려졌다. ‘백년의 꿈’-전혁림 탄생 100주년 기념전. 강렬한 원색을 쓴 채색 동양화가 박광생(1904~1985)의 그림 수집을 계기로 컬렉터의 길에 들어선 이 미술관 김이환 관장과 아내 신영숙씨가 20여년 동안 통영을 오가며 구입해 소장해온 전혁림의 작품을 집대성한 특별전이다.

통영 출신 ‘색면추상의 선구자’
유치환·김춘수 시인 등과 인연
오방색 추상 대작 12점 벽면 가득
2층엔 ‘화시전’…32명의 시 함께

<통영항>. 사진 이영미술관 제공
<통영항>. 사진 이영미술관 제공
백년 된 소나무 12그루를 잘라 만든 1050개의 작은 목기에 전통 민화나 베개 등 일상용품 속에서 차용한 도상을 그려넣은 <새만다라>, 길이 7m미터짜리 대형 추상화 <기둥 사이로 보이는 한려수도>, 두 벽면을 가득 메운 12점 대형 추상 유화 시리즈 <한국의 환상> 등 대작은 기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중 구입해 청와대에 걸었던 그림의 원작 <통영항>도 있다. 김이환 관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12월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직접 미술관을 찾아와 거제, 옥포, 남해대교가 보이는 힘찬 푸른색 그림을 보고 ‘우리는 해양국가’라며 사겠다는 뜻을 밝혀, 작가가 새로 그림을 하나 더 그렸다”며 “외국 국빈들에게 가장 많이 보여준 그림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떨어졌다. 그게 아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작만이 아니다. 소반, 떡 함지, 궤, 문짝, 지함 등 일상용품에 새겨넣은 그의 화려한 색채 감각도 체감할 수 있다. 전혁림이 팔순을 훌쩍 넘긴 2000년대 초반, 통영을 10년째 오가며 그의 그림을 구매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은 신영숙씨는 자신이 모아둔 소반과 함지 등 생활가구에 오방색의 추상화를 그리자고 제안했다. 전혁림은 처음엔 “치아라”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후원자였던 신씨에게 미안함을 느낀 듯 어느 날 “그 소반 한번 가져오라”고 한 뒤 다양한 목가구 위에 화려한 색채를 수놓았다. 이렇게 탄생한 170여점의 미공개 작품은 ‘신영숙컬렉션’박물관에 펼쳐졌다. 미술관에선 대형 평면 추상화, 신영숙컬렉션에선 ‘목기회화’를 통해 전혁림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미술관 2층 전시장엔 시인과 인연을 중시해온 전혁림을 기리는 ‘화시전’을 마련했다. 생전에 자신의 그림 속에 시상이 들어 있다고 한 유치환의 ‘혁림의 예술’, 전혁림과 윤이상의 고단한 창작 과정과 두 사람과의 재회의 기쁨을 읊은 김춘수의 <귀향>을 비롯해 유안진, 신달자, 강은교 등 32명의 시와 전혁림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공간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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