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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순간의 예술로 잡아낸 고건축의 한 순간

등록 2015-11-17 19:01수정 2015-11-18 11:45

구본창 사진가가 찍은 경남 양산 통도사의 풍경.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핵심시설인 금강계단과 주위 절집 공간을 금강계단 뒤편 숲에서 색다르게 포착한 작품이다.
구본창 사진가가 찍은 경남 양산 통도사의 풍경.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핵심시설인 금강계단과 주위 절집 공간을 금강계단 뒤편 숲에서 색다르게 포착한 작품이다.
리움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
국내 미술관에서 이렇게 준비기간이 길었던 전시는 처음이다. 전통 건축물을 찍고 기록하는 데 3년, 전시 틀을 잡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 1976~78년 건축가 김원이 사진가 임응식과 손잡고 <한국의 고건축>시리즈를 펴낼 때 ‘50권 사진집으로 전통건축을 총정리하겠다’고 발심했던 꿈이 이런 긴 산고를 거쳐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19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시작하는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내년 2월6일까지)은 국내 건축·사진계에서 오랫동안 고대해온 기념비적인 전시다. 김원 건축가와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등 사진계 대가들, 건축사가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전봉희 서울대 교수, 기획자 이준 리움 부관장 등이 5년간 고군분투해 만들어낸 결실이기도 하다.

전시장 곳곳에는 대중과 만나는 최고의 건축유산 전시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느껴진다. 조상들이 풍수지리 원리에 따라 건축에 앞서 터잡기와 지세를 중시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터 위에 놓인 건축물과 자연지세의 조화된 모습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불국사, 해인사, 선암사, 통도사 등 국내 대표사찰과 한국 유교건축의 최고봉인 종묘, 경복궁·창덕궁과 수원화성, 도산서원, 양동마을, 소쇄원 등의 크고 작은 갖가지 이미지들이 대형 사진과 첨단 티브이 슬라이드 영상 속에 명멸한다.

사찰·궁궐·서원 등 최고 건축유산
대형 사진·슬라이드 영상에 담아
배병우 등 사진계 대가들 3년간 찍고
2년간 전시틀 잡아 만들어낸 결실

종묘의 풍경과 제례를 담은 3채널 동영상 ‘장엄한 고요’. <차마고도>를 찍은 박종우 감독의 작품이다.
종묘의 풍경과 제례를 담은 3채널 동영상 ‘장엄한 고요’. <차마고도>를 찍은 박종우 감독의 작품이다.
전통사찰과 종묘를 다룬 블랙박스 전시장의 1부 ‘침묵과 장엄의 세계’는 사진가 구본창이 찍은 경남 양산 통도사의 전경 사진이 단연 압권이다. 부처의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뒷숲에서 찍은 깔끔하면서도 장대한 구도의 이 파노라마 사진은 전경 자체로 불보사찰 통도사의 장대한 역사를 드러낸다. 사진가 배병우는 특유의 수묵화 같은 흑백 사진으로 수행도량 선암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방과 돌다리를 찍은 사진들로 포착했다. 고려시대 금동공예 걸작인 용두보당, 금동풍탁, 용두토수, 처음 복원 공개한 조선중기 불화 ‘아미타설법도’ 등이 별도의 방에서 고대 사찰의 분위기를 일러준다. 종묘는 1980년대부터 촬영에 전념해온 배병우가 최근 1년간 사계절 자태를 담은 흑백 사진을 다시 찍었다. ‘차마고도’를 찍은 박종우 감독의 5분짜리 3채널 영상은 종묘 구석구석과 함께 종묘제례 실연 장면을 주변 자연의 음향까지 곁들여 현장감 있게 전해준다.

2부 ‘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는 경복궁의 19세기 모형과 더불어 자연지형에 따라 유연하게 담장과 어도 등을 꺾으며 배치한 창덕궁의 인문적 향취를 배병우 작가의 사진과 국보 ‘동궐도’를 통해 느껴볼 수 있다. 김재경 사진가가 기록한 수원화성의 낯선 세부 모습들도 축성 기록문서인 <화성의궤>와 정조의 화성행차를 기록한 ‘화성능행도’ 등과 함께 만나게 된다. ‘숙천제아도’는 처음 공개되는 희귀사료로, 조선말기 문신 한필교(1807~1878)가 42년간 부임했던 장성, 서흥 등 지방 관아의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첩이다.

국내 처음 공개되는 ‘숙천제아도’
국내 처음 공개되는 ‘숙천제아도’
3부 ‘삶과 어울림의 공간’은 김도균 사진가가 지난 1년여간 사철 같은 장소에서 찍은 도산서원의 비경과 구본창 사진가의 감각적 앵글에 잡힌 소쇄원 정자 등 전통 민간건축의 진수를 감상하는 자리다. 특히 19세기 한양도성의 서대문 바깥 부근의 풍속과 자연경관을 담은 ‘경기감영도’ 12폭 병풍은 그림 위쪽에 원화의 세부를 볼 수 있는 디지털 모니터가 따로 설치돼 함께 비교감상하면서 당대 사람들의 세세한 삶을 짚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올 연말 발간될 참여사진가들의 개별 사진집 10권도 한국 건축유산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5000원, 청소년은 주중 무료·주말 3000원. (02)2014-6901.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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