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나와 같은 모든 이에게 건투를, 정차식 올림

등록 2015-11-18 20:28수정 2015-11-19 08:32

가수 정차식.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가수 정차식.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솔로 3집 낸 가수 정차식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정차식이 솔로 3집 앨범 <집행자>를 내놓았다. “시절이 절절하여, 삶이 개운치 못해 헛헛한 몇 자 적어 보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가 동봉되었다. 17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사무실에서 정차식을 만났다.

<집행자>는 ‘할렐루야’로 시작해 ‘비나이다’로 끝나지만 종교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다. “누가 X찬송가냐고 하는데 나는 종교가 없다. 노래 ‘할렐루야’의 아버지도 하나님 아버지라기보다는 나의 아버지에 가깝다.”

굳이 따지면 정치적이다. “엎어져 죽어가도 구해주지 말라 했다지/ 첨탑에 불을 밝혀 소리칠 테야/ 누구도 내 피땀을 모욕할 순 없다/ 비뚤어져 비뚤어질 테야.”(‘삐뚤어져라’) “겁없는 말들이 깨어/ 이 두 다리를 정말 갈라놓았네/ 어차피 당신을 팔아야 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거야/ 눈물아 흘러라 강을 이뤄 땅이 되어라.”(‘긴 밤이 되어라.’) 고공농성 중인 사람들과 4대강 사업이 연상되는 노래들이다. 시대에 종교적 구원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담겼다. “시대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분노나 이런 것을 네거티브하게라기보다는 내 나름의 과정을 거쳐서 만든 게 몇 곡 있다.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음악으로가 아닐까 싶어서.”

“시대를 지켜본 분노 같은 것
나름의 과정 거쳐 노래로”
고공농성·4대강 연상되기도
농담 없이 그대로의 현재 담아

편지는 이렇게 계속된다. “무언가 주체할 수 없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이 세계를/ 다시 한 번 다잡아보려/ 나 스스로 바로 서길 원했고/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집행이 아닌 고스란히 나로서의 집행이 절실했습니다.” 바깥은 어수선한데 내면은 헛헛했다. 둘은 함께 ‘어찌할 수 없음’을 주조했다. 앨범 제목인 ‘집행자’는 ‘선택’을 가리킨다. 한동안 헤매인 ‘선택불능’의 상황에서 가장 갈구한 것이다.

정차식은 록밴드 레이니썬의 ‘귀신’ 보컬로 이름을 날리다가 솔로 1집 <황망한 사내>(2011년)로 음악적인 완성도에서도 갈채를 받았다. 6개월 만에 낸 2집 <격동하는 현재사>(2012년)로는 한국대중음악상 록 최우수 앨범과 노래 2개 부문을 수상했다. 1집과 2집 발표 사이의 간격은 6개월인데 3집을 내기까지는 거의 4년 걸렸다. 그사이 <청담동 앨리스>나 <심야식당>등의 드라마 음악을 만들었다. 자신의 앨범을 내야 되겠다 생각한 것은 “잊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였다. 그런데 ‘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를 달래기가 참 힘들었다. (드라마 음악 등을 하면서) 회사원처럼 매일 음악을 만들어 보내는 작업을 했는데, 내 음악을 한다고 내놓으라니까 이놈이 ‘또 다른 걸 뭘 만들어’ 싶은지 음악이 안 나오더라고요.” 올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지만 ‘할렐루야’를 만든 6월 이후에야 앨범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할렐루야’.

그의 노래가 원체 연극적이고 뮤지컬적인 공감각을 극대화하지만 이번 앨범은 영화적이다. 먹고살기 위해 한 드라마 음악의 영향도 크리라. 빛바랜 홍콩영화(‘복수’)나 햇빛 찬란한 해변을 오토바이로 달리는 이미지(‘이지라이더’), 알레한드로 조도르브스키 감독의 <엘토포>속 사막(‘오아시스’) 이미지를 노래에 녹이려 했고 실제 음악에서도 의도했던 느낌들이 흘러나온다. 모두 무언가를 찾아 달리고, 오아시스를 만나고서도 다시 사막으로 나가야 하는 고달픈 ‘구도자’들이다. 종교가 없지만 성경의 잠언이 돌아돌아 그의 삶을 돌보았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노루가 사냥꾼 손을 벗어나는 것과 같이 새가 그물 친 자의 손을 벗어나는 것과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는 구절처럼 그는 ‘집행’의 결론으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뿐이다’에 이르렀다. “사는 게 남루한 나와 같은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빌며 이 서신을 띄웁니다. 나는 오늘도 무사합니다. -정차식 올림”(앨범 속 편지의 마지막 부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