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차식.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솔로 3집 낸 가수 정차식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정차식이 솔로 3집 앨범 <집행자>를 내놓았다. “시절이 절절하여, 삶이 개운치 못해 헛헛한 몇 자 적어 보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가 동봉되었다. 17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사무실에서 정차식을 만났다.
<집행자>는 ‘할렐루야’로 시작해 ‘비나이다’로 끝나지만 종교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다. “누가 X찬송가냐고 하는데 나는 종교가 없다. 노래 ‘할렐루야’의 아버지도 하나님 아버지라기보다는 나의 아버지에 가깝다.”
굳이 따지면 정치적이다. “엎어져 죽어가도 구해주지 말라 했다지/ 첨탑에 불을 밝혀 소리칠 테야/ 누구도 내 피땀을 모욕할 순 없다/ 비뚤어져 비뚤어질 테야.”(‘삐뚤어져라’) “겁없는 말들이 깨어/ 이 두 다리를 정말 갈라놓았네/ 어차피 당신을 팔아야 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거야/ 눈물아 흘러라 강을 이뤄 땅이 되어라.”(‘긴 밤이 되어라.’) 고공농성 중인 사람들과 4대강 사업이 연상되는 노래들이다. 시대에 종교적 구원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담겼다. “시대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분노나 이런 것을 네거티브하게라기보다는 내 나름의 과정을 거쳐서 만든 게 몇 곡 있다.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음악으로가 아닐까 싶어서.”
“시대를 지켜본 분노 같은 것
나름의 과정 거쳐 노래로”
고공농성·4대강 연상되기도
농담 없이 그대로의 현재 담아 편지는 이렇게 계속된다. “무언가 주체할 수 없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이 세계를/ 다시 한 번 다잡아보려/ 나 스스로 바로 서길 원했고/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집행이 아닌 고스란히 나로서의 집행이 절실했습니다.” 바깥은 어수선한데 내면은 헛헛했다. 둘은 함께 ‘어찌할 수 없음’을 주조했다. 앨범 제목인 ‘집행자’는 ‘선택’을 가리킨다. 한동안 헤매인 ‘선택불능’의 상황에서 가장 갈구한 것이다. 정차식은 록밴드 레이니썬의 ‘귀신’ 보컬로 이름을 날리다가 솔로 1집 <황망한 사내>(2011년)로 음악적인 완성도에서도 갈채를 받았다. 6개월 만에 낸 2집 <격동하는 현재사>(2012년)로는 한국대중음악상 록 최우수 앨범과 노래 2개 부문을 수상했다. 1집과 2집 발표 사이의 간격은 6개월인데 3집을 내기까지는 거의 4년 걸렸다. 그사이 <청담동 앨리스>나 <심야식당>등의 드라마 음악을 만들었다. 자신의 앨범을 내야 되겠다 생각한 것은 “잊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였다. 그런데 ‘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를 달래기가 참 힘들었다. (드라마 음악 등을 하면서) 회사원처럼 매일 음악을 만들어 보내는 작업을 했는데, 내 음악을 한다고 내놓으라니까 이놈이 ‘또 다른 걸 뭘 만들어’ 싶은지 음악이 안 나오더라고요.” 올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지만 ‘할렐루야’를 만든 6월 이후에야 앨범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할렐루야’. 그의 노래가 원체 연극적이고 뮤지컬적인 공감각을 극대화하지만 이번 앨범은 영화적이다. 먹고살기 위해 한 드라마 음악의 영향도 크리라. 빛바랜 홍콩영화(‘복수’)나 햇빛 찬란한 해변을 오토바이로 달리는 이미지(‘이지라이더’), 알레한드로 조도르브스키 감독의 <엘토포>속 사막(‘오아시스’) 이미지를 노래에 녹이려 했고 실제 음악에서도 의도했던 느낌들이 흘러나온다. 모두 무언가를 찾아 달리고, 오아시스를 만나고서도 다시 사막으로 나가야 하는 고달픈 ‘구도자’들이다. 종교가 없지만 성경의 잠언이 돌아돌아 그의 삶을 돌보았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노루가 사냥꾼 손을 벗어나는 것과 같이 새가 그물 친 자의 손을 벗어나는 것과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는 구절처럼 그는 ‘집행’의 결론으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뿐이다’에 이르렀다. “사는 게 남루한 나와 같은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빌며 이 서신을 띄웁니다. 나는 오늘도 무사합니다. -정차식 올림”(앨범 속 편지의 마지막 부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나름의 과정 거쳐 노래로”
고공농성·4대강 연상되기도
농담 없이 그대로의 현재 담아 편지는 이렇게 계속된다. “무언가 주체할 수 없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이 세계를/ 다시 한 번 다잡아보려/ 나 스스로 바로 서길 원했고/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집행이 아닌 고스란히 나로서의 집행이 절실했습니다.” 바깥은 어수선한데 내면은 헛헛했다. 둘은 함께 ‘어찌할 수 없음’을 주조했다. 앨범 제목인 ‘집행자’는 ‘선택’을 가리킨다. 한동안 헤매인 ‘선택불능’의 상황에서 가장 갈구한 것이다. 정차식은 록밴드 레이니썬의 ‘귀신’ 보컬로 이름을 날리다가 솔로 1집 <황망한 사내>(2011년)로 음악적인 완성도에서도 갈채를 받았다. 6개월 만에 낸 2집 <격동하는 현재사>(2012년)로는 한국대중음악상 록 최우수 앨범과 노래 2개 부문을 수상했다. 1집과 2집 발표 사이의 간격은 6개월인데 3집을 내기까지는 거의 4년 걸렸다. 그사이 <청담동 앨리스>나 <심야식당>등의 드라마 음악을 만들었다. 자신의 앨범을 내야 되겠다 생각한 것은 “잊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였다. 그런데 ‘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를 달래기가 참 힘들었다. (드라마 음악 등을 하면서) 회사원처럼 매일 음악을 만들어 보내는 작업을 했는데, 내 음악을 한다고 내놓으라니까 이놈이 ‘또 다른 걸 뭘 만들어’ 싶은지 음악이 안 나오더라고요.” 올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지만 ‘할렐루야’를 만든 6월 이후에야 앨범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할렐루야’. 그의 노래가 원체 연극적이고 뮤지컬적인 공감각을 극대화하지만 이번 앨범은 영화적이다. 먹고살기 위해 한 드라마 음악의 영향도 크리라. 빛바랜 홍콩영화(‘복수’)나 햇빛 찬란한 해변을 오토바이로 달리는 이미지(‘이지라이더’), 알레한드로 조도르브스키 감독의 <엘토포>속 사막(‘오아시스’) 이미지를 노래에 녹이려 했고 실제 음악에서도 의도했던 느낌들이 흘러나온다. 모두 무언가를 찾아 달리고, 오아시스를 만나고서도 다시 사막으로 나가야 하는 고달픈 ‘구도자’들이다. 종교가 없지만 성경의 잠언이 돌아돌아 그의 삶을 돌보았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노루가 사냥꾼 손을 벗어나는 것과 같이 새가 그물 친 자의 손을 벗어나는 것과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는 구절처럼 그는 ‘집행’의 결론으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뿐이다’에 이르렀다. “사는 게 남루한 나와 같은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빌며 이 서신을 띄웁니다. 나는 오늘도 무사합니다. -정차식 올림”(앨범 속 편지의 마지막 부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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