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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단색추상·수묵추상·모더니즘 사진…연말 거장 전시 가볼까

등록 2015-12-15 20:21

국내 생존사진가로는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있는 육명심씨의 ‘장승’ 연작 중 일부. 전북 남원 실상사 돌장승과 이를 살펴보는 승려의 머리를 클로즈업해 찍은 색다른 작품이다. 도판 열화당 제공
국내 생존사진가로는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있는 육명심씨의 ‘장승’ 연작 중 일부. 전북 남원 실상사 돌장승과 이를 살펴보는 승려의 머리를 클로즈업해 찍은 색다른 작품이다. 도판 열화당 제공
‘단색화 돌풍’ 김환기 회고전
육명심 사진전·권옥연 회고전 등
화랑가 대가들 전시 풍성
네가 나인가? 내가 너인가?

1986년 어느 가을날 전북 남원 실상사 개울가의 돌장승을 바라보는 스님 얼굴이 사진가의 뷰파인더로 불쑥 들어왔다. 원로 사진가 육명심(83)씨가 80년대 작업한 ‘장승’ 연작의 하나로 남은 이 사진 속 풍경은 선문답의 한순간이다. ‘느낀대로 찍는다’는 육명심 스타일이 단박에 보인다. 그는 훗날 회고했다. “생각해보니 장승 아닌 나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60~70년대 사실적 다큐사진만 득세하던 국내 사진판에 역사적 사유와 감성을 일깨웠던 육씨는 국내 모더니즘 사진의 선각자다. 지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3층에 평생 작품 190여점을 간추려 내건 회고전(내년 6월6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국내 생존사진가로는 첫 국립미술관 회고전이다.

가장 강렬한 소재는 역시 장승이다. 신기 감도는 방방곡곡 장승들의 각양각색 얼굴과 자태가 휙휙 지나가면서 눈과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60년대 도회와 군중을 낯선 구도로 기록한 ‘인상’ 연작과 서정주, 고은 등의 삶을 담은 ‘예술가의 초상’ 연작, 30여년전 이땅 곳곳 무당, 촌로들 모습을 즉물적으로 포착한 ‘백민’ 연작, 80년대 제주 해변에서 모래찜질하는 늙은 아낙들의 자태를 통해 죽음과 삶이 교직하는 단면을 읽어낸 ‘검은 모살뜸’ 연작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연작들을 담은 대형사진집 ‘육명심’(열화당)도 나왔다.

아래층엔 60년대 전위조각가 조성묵(75)씨의 회고전(내년 6월6일까지)이 차려져 의자들의 자화상 같은 ‘메신저’ 연작들과 특유의 담뱃불 드로잉 등을 선보이는 중이다.

옛 대가들 작품 잔치는 화랑가도 뒤덮었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70~80년대 단색조 그림들의 성가를 업고 작고 원로 대가들의 작품성을 재조명하는 회고전들이 차려졌다. 서울 소격동 현대화랑이 내놓은 ‘김환기의 선·면·점’ 전 (내년 1월10일까지)은 고인의 역대 작품전 가운데 가장 현란한 색감들을 뽐낸다. 60년대초 단아한 색채 추상화와 63년 미국 뉴욕으로 간 이후부터 74년 61살로 현지에서 타계할 때까지의 다채로운 점선 그림들이 두루 나왔다. 김광섭 시에서 제목을 딴 70년작 푸른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우뚝한 대표작이며, 밭고랑 선 가르듯 먹빛 화면 위에 점들을 구획한 73~74년 말년작들도 인상적이다. 원과 사선, 점과 테두리의 사각형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파랑, 빨강, 노랑 등의 색감을 입고 나타나는 말기작들은 작가의 마지막 시기 처절하면서도 찬란했던 점묘의 사투를 보여준다.

프랑스 유학시절 추상, 상징주의 세례를 받았고, 전통적 소재까지 소화하며 70~80년대를 풍미했던 권옥연 작가(1923~2011)의 회고전(내년 1월2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도 빠질 수 없다. 회색빛 화폭에 초현실적 사물, 소녀상이 어우러진 특유의 화풍이 펼쳐진다. 설악산 꽃밭 풍경으로 유명한 김종학 (78)작가가 최근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작업실에서 그린 설악산 설경을 내건 부산 조현화랑 전시(내년 2월14일까지)는 모처럼 맛보는 김종학 화풍의 별미다. 한국화가 서세옥(86)씨 기증작을 모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회고전(내년 3월6일까지)에서는 60~70년대 화단 혁신을 이끈 수묵 추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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