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블록버스터 전시회 잇따라
루벤스·고흐·피카소 작품들과
영국박물관 컬렉션도 관객 곁에
거장 감독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도
루벤스·고흐·피카소 작품들과
영국박물관 컬렉션도 관객 곁에
거장 감독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도
연말과 신년을 앞두고 세계 각지의 명화, 명품들을 모은 블록버스터 전시회가 잇따라 막을 올렸다. 올해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중의 눈길을 끄는 화제의 대작이나 색다른 기획 테마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대가의 숨은 작품들을 주로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13일까지 열리는 영화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회고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번 전시는 <롤리타><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시계태엽 오렌지>같은 독특한 영상미학을 담은 작품들로 영화사에 아로새겨진 큐브릭의 삶과 영화 이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유품과 촬영 관련 소품, 스케치 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사진기자로 일하다 영화에 입문하는 과정을 다룬 ‘감독의 탄생’, 그가 남긴 13편의 장편 영화 작품들의 연대기 ‘큐브릭 오디세이’, 미공개 작품들과 거장의 일상적인 삶을 소개하는 ‘큐브릭의 네버 엔딩 스토리’로 전시 영역을 나눠 자필 각본, 촬영 계획안, 큐브릭의 일상을 담은 부인의 그림 등을 선보였다. 독일영화박물관 소장품 세계순회전의 일부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루벤스를 필두로 한 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내년 4월10일까지)을 차렸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사이의 소국 리히텐슈타인공국의 왕가가 수집한 르네상스~근대기 명화 컬렉션을 선보이는 직수입 전시다. 생기 가득한 루벤스의 활달한 필력이 돋보이는 초상과 신화 그림이 핵심이며, 반다이크, 브뤼헐 부자 등 플랑드르 작가들의 바로크 시대 수작들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블록버스터 전시의 단골 명당답게 3개의 전시가 몰려 있다.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는 영국박물관 컬렉션으로 꾸민 <영원한 인간>전(내년 3월20일까지)이 손짓한다. 기원전 8~9세기의 서남아 예리코 유적에서 나온 ‘석고를 바른 해골’,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흉상, 기원후 100~200년의 이집트 미라의 생생한 장례 초상,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 드로잉 등 역사 속 인간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 간추린 영국박물관 비장품들이 한자리에 나왔다.
19일부터 내년 4월3일까지 경내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과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내년 3월1일까지 열리는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전은 근현대 숨은 명화들 모음이다. ‘풍경…’전은 인상파 회화의 보고로 꼽히는 독일 쾰른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소장품으로 채워져있다. 고흐의 ‘랑글루아 다리’를 비롯해 모네, 르누아르, 세잔, 마티스 등 인상파, 후기 인상파, 야수파 작가들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그림들이 나온다. ‘피카소…’전은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 소장품 전시로 피카소, 뒤샹, 워홀 등 20세기 서구 근현대 거장들의 숨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이 덴마크 오덴세시립박물관과 손잡고 내년 2월21일까지 열고 있는 <안데르센의 이야기>전은 가족 나들이에 맞춤하다. 블록버스터 전시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작가의 창작 동화와 직결되는 종이 오리기 공작품들과 친필원고, 편지, 여행용 가방 등의 여러 자료와 유품들이 나와 안데르센의 따뜻한 영혼을 새삼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각 전시장 제공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에 선보인 루벤스의 그림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영원한 인간>전에 나온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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