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
동독 민주화시위때 유혈 막아
91년부터 11년 뉴욕필 이끌어
91년부터 11년 뉴욕필 이끌어
독일 출신의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19일 별세했다고 뉴욕 필하모닉이 밝혔다. 향년 88. 마주어는 1927년에 지금은 폴란드 땅인 독일 브리크(폴란드 지명은 브제크)에서 태어났다. 2차 대전 때는 독일군으로 참전했다.
외신은 ‘지휘자 마주어는 그가 가진 권위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음악인이었다’고 평가했다. 91년부터 11년 동안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지낸 마주어에겐 퇴임 뒤 명예 음악감독 칭호가 주어졌다. 여러 지휘자가 거쳐갔지만 이 칭호를 얻은 지휘자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90)과 마주어 둘뿐이다. 개성이 강해 다루기 힘든 연주자들을 잘 이끌어 번스타인 이후 퇴조를 보였던 악단의 중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마주어가 이끌면서 뉴욕 필하모닉은 이전의 활기가 없고 침울한 앙상블에서 빛나는 명성을 떨치는 악단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89년 10일 당시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마주어는 이 도시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를 이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 거리의 시위대들과 동독 정권 지도부, 비밀경찰 600여명을 오케스트라 음악당에 모으기도 했다. 정당, 종교계 저명인사와 함께 시위대와 정권의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는 훗날 이러한 개입이 없었다면 유혈참사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90년 10월3일 독일 통일 공식 기념식에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공연했다. 뉴욕 필하모닉은 오는 28일 공연에서 마주어의 서거를 추모하며 헨델의 <메시아>를 연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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