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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그것뿐

등록 2016-01-04 21:08수정 2016-01-06 15:11

직장인밴드 ‘스몰타운’으로 본 인디밴드 뮤지션 ‘음악과 생계’
새해가 시작된 다음날인 1월2일 토요일, 밴드 ‘스몰타운’의 김대희, 한선미, 이지현씨는 합주실에 모였다. 이들은 사흘 전인 2015년 12월30일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주경야락’ 본선에서 1등에 올라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토요일마다 합주를 해왔지만 1월3일엔 난생 처음으로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섰다. 한 달 전쯤 어떻게 알았는지 고양겨울꽃빛축제에서 연락이 왔다.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본선 1등
올해 앨범 발매 목표로 녹음중
“녹음비·시디제작비 등 꽤 커…
직장생활 안했다면 감당 못해”

음악만으로 생활 되면 좋지만
특히 한국선 ‘부업’ 해도 어려워

스몰타운은 주경야락 예선무대와 멘토링, 녹음 과정을 거치면서 몰라보게 기량이 향상됐다는 평을 들었다. 본선 진출 5팀은 본선 당일 두 곡씩을 녹음한 시디(CD)를 발매했다. 스몰타운이 녹음한 ‘와일드’는 강렬한 드럼비트에 부드러운 베이스와 기타를 얹은 앙상블이 특이한 곡이고, ‘블러썸’은 기타와 드럼이 맞물려 들어가는 전형적인 모던록 곡이다. 이들은 3일 공연에서는 ‘에이메이저세븐’을 연주했다. 자신들의 곡에 많이 쓰는 코드를 제목으로 한 이 노래는 ‘불안한 표정 목소리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원하는 걸 말해봐… 소중한 것은 뭐야’라고 묻는다. 이들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계속해오고 있다.

밴드 ‘스몰타운’. 사진 뮤지스땅스 제공
밴드 ‘스몰타운’. 사진 뮤지스땅스 제공
올해 31살, 32살이 되는 멤버들은 각각 플랜트 회사의 인사팀, 법률회사 지식재산권 부문, 약국에 근무하면서, 일과 음악을 병행한다. 스몰타운은 대희씨가 대학교 때 만든 밴드인데, 기타를 치던 지현씨가 먼저 들어오고 공연을 보러 온 선미씨가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2013년 초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녹음실을 빌려 곡을 녹음하고 있다. 올해 앨범 발매가 목표다. 녹음 비용에 앨범커버 아트, 시디 제작비까지 비용이 꽤 든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음악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거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힘들면 음악을 그만두더라.”(김대희)

그렇지만, 직장은 ‘필요조건’이다. 삶의 더 큰 이유는 음악이다. “직장에 있으면 나라는 느낌이 안 든다. 음악하고 있을 때야 비로소 나구나 하는 느낌이다.”(김대희) 앨범을 내면서 욕심도 있다. “저희 딴에는 ‘야망’이 있다. 정말 좋은 앨범을 내서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듣게 하고 싶다.” 음악만으로 생활이 된다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 선미씨는 “생활비가 다달이 들어올 수 있으면 그만둬야죠”라며 웃었다. 실제, 주경야락 경연에 참가한 많은 이들이 밴드를 취미생활 이상으로 생각한다. ‘서초동최과장’의 멤버 전원은 대놓고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아 직업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생활의 기반인 소득으로만 보면, 인디 밴드 다수에게 음악은 여전히 본업이라 말하기 어렵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5월 인디밴드 뮤지션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음악산업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중음악 프리랜서 뮤지션의 76.9%가 음악 활동 이외의 소득원을 가지고 있었다. 월 소득액도 음악활동으로 번 돈보다 음악활동 이외의 소득액이 더 많다.

‘본업’으로 음악을 선택하기 어려운 한국적 특수성도 있다. 전업 뮤지션으로 생계를 잇기는 세계 어느 나라나 녹록지 않지만, 비정규직이 많고 최저임금이 낮은 한국에선 특히 음악 활동을 주로 하면서 ‘부업’에 기대 생계를 잇기조차 힘겹다. 밴드 ‘여섯개의 달’ 보컬이기도 한 정문식 뮤지션 유니온 위원장은 “음악이 돈이 안 되는 시장과 장르 편중성의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최저임금 등의 노동 문제도 뮤지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현씨와 선미씨는 야근이 없고 주위 사람들이 배려를 해줘 다행스럽단다. 대학시절부터 곡을 써온 대희씨는 입사할 때 직장 환경을 많이 고려했다. “무역 쪽 일을 하고 싶었는데 면접 질문에서 야근이 많은데 어떡할 거냐, 그런 말을 들었다.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서 입사하게 되었다.” 한 인디기획사의 앞에 붙는 말대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 그들은 직장을 선택했다. 선미씨는 “드럼 치는 게 너무 좋다. 최대한 오래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첫 상금과 첫 출연료, 이런 행운이 오래 계속되기를.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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