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작 ‘넓이’ 연작 앞에서 이야기하는 박기원 작가. 사진 노형석 기자
설치작가 박기원 ‘성장공간’전
누런 비닐로 색다른 공간감 연출
진홍빛 단색조 색채 추상그림도
누런 비닐로 색다른 공간감 연출
진홍빛 단색조 색채 추상그림도
노란빛 어린 비닐 커튼으로 창을 덮고, 주홍빛 가득한 그림으로 벽을 채웠다. 이 두 가지 빛깔이 서로 아롱지는 전시장에 포근한 온기가 스며들어 온다. 6일부터 서울 강남 도산대로의 상업화랑인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설치작가 박기원(52)씨의 신작전 ‘성장공간’의 풍경이다. 공간을 떠돌며 퍼져가는 무형의 에너지, 감각 등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형상으로 표출하려는 조형적 의지가 전시장을 휘휘 감돌고 있다.
박 작가는 1990년대 이래로 비닐막으로 공간을 덮거나 둘러싸면서 공간의 존재감을 그 자체로 드러내는 데 주력해왔다. 십여년 일관되게 지속된 공간에 대한 관심 때문에 재료나 작품 구도 등에서도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그만의 방식을 구사한다. 화랑 전시장 정면의 높이 6m짜리 큰 유리창과 주변 공간 일부를 쓰레기 봉투에 쓰는 누런 비닐로 덮어 색다른 공간감을 연출한 것이 그렇다. 자연광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빛을 이 비닐막에 함께 투과시켜 은은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안쪽 전시장 벽에는 이런 설치작품의 드로잉 과정에서 나왔다는 진홍빛, 복숭아빛의 단색조 색채 추상 그림들이 들머리의 감흥을 또 다르게 변주하고 있다. 특히 거장 김환기의 말기 점화처럼 사선 혹은 수직, 수평으로 펼쳐져나가는 붓질 자국들의 리듬감 넘치는 행렬은 과거엔 별로 내보이지 않았던 작업 스타일이란 점에서 눈길이 간다.
미술관에서 공간 속 수평과 수직 같은 기하학적 소재와 공간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설치작업으로 표출하는 데 열중해왔던 작가는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성가를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시장과 벽을 쌓고 묵묵히 자기 작업만 해왔던 작가가 상업화랑에서 컬렉터를 겨냥해 펼치는 그림 연작 중심의 작품마당이란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평면의 색채추상은 요즘 잘나가는 원로 대가들의 단색조 회화를 의식한 작업이 아니다. 공간에 대한 집착, 관심을 평면으로 옮겨 천천히 풀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2월5일까지. (02)3446-313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전시장 한쪽을 덮은 비닐 설치 작품 ‘온도’.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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